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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구닥다리 표현이 가끔 옳을 때도 있다. 특히 이것저것 핑계를 대면서 회피하거나 애써 모르는 척 하고자 하는 경우. 이런 상황에서는 일단 시도해보는 것 자체가 굉장히 큰 도약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개 막상 하기 전까지는 불가능하고 안 될 것이라고 예상되었던 것이 뜻밖의 성공을 부른다. 그러나 이것은 운이 좋아서가 아니며 그저 '하면 되는 일'이었기 때문에 그러한 것이다.
최근에 성공회 안양교회 청년부에서 큰 일 두 가지를 터뜨렸다. 하나는 토요일에 있었던 '노래로 하는 저녁기도', 그리고 다른 하나는 일요일에 있었던 점심식사 준비. 성공회의 전통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저녁기도(晩禱, evening prayer 혹은 evensong)는 음률이 있는 가사로 부르면서 진행되는데, 안양교회에서 어른들 사이에서 그동안 시도하려고 여러번 준비하다가 인도자의 부재 및 준비 부족으로 차질을 빚었던 것이 청년부의 강력한 강행 의지 덕분에 정례화(定例化)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었다. 몇가지 보완할 점이 있지만 첫 시작치고는 굉장히 성공적이었다. 그리고 다음날 청년부는 120여명의 교인에게 제육덮밥을 요리하여 성찬례 후에 제공했는데, 꽤나 호평을 받았다. 생각보다 수준 높은 맛에 교회 분들이 놀람을 넘어 약간의 신선한 충격을 받은 듯 했다. 청년부는 전날부터 재료를 손질하고 요리 및 세팅을 손수 진행했으며, 마지막 설거지까지 진행하는 ― 물론 아버지회에서 이를 도맡아하겠다고 하셔서 중간에 마치고 나오긴 했지만 ― 열의를 보였다. 그 결과 많은 교회 성도님들한테서 엄지척을 수많이 받는 성과(?)를 올릴 수 있었다.
이전같으면 시도조차 못했을 일들이 가능해진 배경에는 몇 가지가 있다. 우선 참여하는 사람 수가 역대급으로 많았다. 그리고 그럴만한 실력이 되는 사람들이 모였다 (특히 요리도 잘하고 연주도 잘하는 또다른 김박사의 존재가 참 크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그런 일을 할만한 의지가 우리 가운데 있었다는 점이다. 청년회장이 내가 이런저런 사업을 만들어 회원들을 억지로 투입하는(?) 모양새이지만, 그렇다고 이들이 크게 여기에 대해서 반발하거나 무용론(無用論)을 내세워며 보이콧을 하지도 않았다. 사실은 이들도 알고 있다 ― 할 수 있다면 공동체의 번영과 개선을 위해 나의 시간과 재능을 투자하면 되는 일이다. 공동체가 좋아지게 되면 거기에 속한 회원인 나의 삶 또한 윤택해지는 것은 당연지사. 사실 여기에서 학교, 교회, 지역 살회를 섬기는 일이 기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그러니 해보자. 만일 그 일이 주님의 뜻에 부합한 일이라면 주님 뜻 안에서 하면 되더라.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