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분자학회에 참석한 지 햇수로 이제 만 5년이 되었다. 작년 가을 고분자학회를 빼고 항상 참석했으니 벌써 이번이 내게 11번째 고분자학회였다. 둘째날인 11일 금요일에는 내 구두 발표도 있었는데, 내가 생각한 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큰 무리 없이 잘 해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구 발표 내용이 상당 부분 축소된 게 안타까울 뿐이었다. 그래핀 패터닝과 관련된 논문을 빨리 투고해야 하는데 어찌 되려나 모르겠다.


이번 학회 기간 중 첫날은 새로운 연구 주제 아이디어 창안으로 아주 정신 없었다. 요즘 고분자로 나노 막대기를 만드는 것이 새로운 미션으로서 내게 주어졌는데, 강연을 듣는 내내 그 생각만 머리에 맴돌고 있었다. 그러다가 양극산화알루미늄(AAO) 관련된 김진곤 교수님의 강연을 듣다가 왠지 우리가 통상적으로 하는 방법을 약간 변형 및 응용하면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옆에 있던 정희형이 불현듯 잊고 있었던 논문을 하나 꺼내어 전자메일로 보내주어 읽어보았더니 확신이 더 들게 되었다. 학회에 함께 참석했던 연구실 멤버들과 함께 몇 번의 논의를 거치다보니 우리는 어느새 Nature지에라도 당장 게재될 듯하게 느껴지는 가상의 연구 결과들로 희희낙락하고 있었다. 착수하지 않은 일로 김칫국부터 마신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지만, 대개 좋은 일들의 출발이 이렇다는 것을 모르는 것도 아닌지라 은근히 기대가 되었다.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도 많았다. 졸업하여 LG 화학에서 일하고 있는 이랑이와 오랜만에 만나 저녁부터 밤까지 함께 있었고, 우연하게 교회 동생인 ㅡ 일방적으로 내가 아들이라 불렀던 ㅡ 시영이와도 만났다. 시영이가 포항공대 졸업 이후 어느 랩으로 진학했는지 모르고 있었는데 알고보니 조길원 교수님 방에 박사과정으로 들어갔던 것이었다! 뜻밖의 사실에 나는 정말 '형!'하고 걸어들어오는 시영이를 보며 그저 놀라워 할 수 밖에 없었다. 훈련소 동기였던 태규형도 오랜만에 봤고, IRTG 미팅 때 항상 뵈었던 윤빈형도 올해 처음 뵈었다. 그리고 안양으로 올라오기 전 금요일 저녁은 정민이와 함께 먹었다. 박사과정생으로 몇 년 있으면서 여기저기 다니다보니 이제 학회에서 만나고 함께 시간을 나눌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그만큼 내가 나이가 든 게지...


학회는 여러모로 즐거웠다. 다음 고분자학회는 제주도에서 개최되는데 과연 갈 수 있을는지 잘 모르겠다만 아무튼 좋은 결과를 가지고 찾아갈 수 있기를 고대해야겠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