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학교 문화관 중강당에서 전문연구요원 복무 교육이 있었다.


결론적으로 얘기하면 사람들의 생각 자체가 글러먹었다. 서울병무청에서 파견나온 실무자와의 질의응답 시간에 쏟아진 사람들의 질문은 대부분 수준 이하였으며 ㅡ 오히려 그 질문들 때문에 추가 감사를 벌여야 할 정도로 문제가 많았다. ㅡ 전문연구요원으로서의 자세로는 결코 적합하지 않은 낙제점 연구원들이 수두룩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사극 드라마 정도전에서 이인임이 한 말이 상당히 큰 인기를 끌었는데, 그것이 바로 '사람들은 호의가 계속되면 그것이 권리인 줄 안다'는 것이다. 적응의 동물인 인간인지라 혜택을 누리게 되면 그것이 어느새 자신에게 주어지는 특별한 것임을 망각한 채 또다른 불평과 불만을 쏟아놓게 된다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지금 전문연구요원들에게 해당되는 내용이다.


전문연구요원들은 약 2년간의 현역 복무 대신 열심히 연구원 생활을 하며 사회에 이바지하도록 배려받은 사람들이다. 비록 1년 이상 더 긴 3년의 복무 기간을 채워야 하지만, 격리된 공간에서 자유가 어느 정도 제한된 채 때로는 폭압적일 수 있는 환경에서 시간을 보내는 사병들에 비하면 우리들은 사회적으로 엄청난 혜택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박사과정 전문연구요원들은 어쨌든 복무가 끝나면 박사학위를 받게 되는데, 시쳇말로 '2년간 삽질하다가' 복학생이 되는 현역들에 비하면 출발선부터 이미 달라진다. (비록 좀 나이는 먹었을지라도.)


그런 혜택을 거하게 누리는 것을 알면 감사하고 민망한 마음으로 성실하게 일하고 복무 규정을 충실히 따라야 할 것이 아닌가? 그런데 그 복무 규정도 사실 거창한 게 아니다. 주중에 매일 9시 출근해서 6시 퇴근하는 것이다. 이제는 전자식으로 바뀌어 조금 더 체계적으로 관리가 되고는 있지만, 아무튼 남들 일하는 시간에 정확히 나와서 그 시간을 채우면 끝이다. 출장과 조퇴, 휴가, 연가를 위한 각종 서류와 승인 때문에 다른 연구원들에 비해서 학교 밖으로 근무 시간에 나가기가 좀 어렵긴 해도 그것은 충분히 행정적으로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고, 규칙과 절차만 잘 알고 있다면 크게 문제될 것도 아니다.


때문에 어제 사람들의 질문을 듣다보면 이건 '대체복무'를 하는 사람인 건지, '복무대체'를 하는 사람인 건지 헛갈릴 정도의 나사 빠진 소리를 하고 앉아 있는 사람이 많구나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진짜 누릴 것은 다 누리는 것도 모자라 더 편하고 더 유연한 것들을 요구하는 것을 보면서 서울대학교 학생들이 이 수준이면 다른 학교는 오죽하겠냐는 생각과 함께 이러니까 나라의 공직자들과 윗사람들이 혜택에 만족하지 못하고 더 과한 혜택을 탐하는구나 싶었다. 아울러 사람들을 효과적으로 통솔하고 관리하기 위해서는 많은 혜택을 한꺼번에 쥐어주지도 말아야 하고 작은 혜택에 감사할 줄 알도록 확실하게 제어 혹은 제한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불성실한 복무로 고발당한 대학원생은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고 전문연구요원 편입이 취소되어 육군 사병으로 복무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실제로 이와 같이 엉망으로 복무하고 있는 사람은 수두룩할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일부만 조사해서 일벌백계할 것이 아니고, 전수 조사를 실시해서 정말 문제가 많은 사람들은 가차없이 편입 취소 선고를 내려야 한다.진짜 엄중하게 경고하고 엄정하게 관리해야 전문연구요원의 위상이 확실하게 설 수 있다.


어제 관리계장님이 공중보건의와 공익법무관과 비교하면서 전문연구요원이 참 '널널하게' 운영된다며 약간 자조적으로 이야기하는 걸 들었는데, 엄밀히 말하자면 정말 '엉망으로' 운영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리고 그것은 군 복무 시스템의 문제라기보다는 전문연구요원들 개인의 생각과 자세에서 기인한 바가 훨씬 크다. 이런 마음가짐을 가진 사람들이 훗날 사회 각 부분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거라는 생각을 하면 진짜 희망도, 답도 없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