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에 일어나서 원래 섬기던 신일교회 대신 집앞에 있는 성공회 안양교회에 갔다. 원래 11시에 감사성찬례가 있지만 8시 반에도 진행한다는 것을 예전에 들어 알고 있었기에 용기(?)를 내어찾아갔다. 마침 사제관에는 차준섭 미카엘 신부님이 계셨는데 그 외의 장소에는 아무도 없었다.


신부님은 사제복으로 갈아입고 ㅡ 성공회 사제는 영대를 양쪽으로 길게 늘어뜨린다. ㅡ 나를 작은 방으로 인도하셨다. 신부님은 촛대에 불을 켜고 자리에 앉으셨다. 나는 기도서와 찬송가, 그리고 공동번역 성서를 책장에서 꺼내와 방석 위에 앉았다 이윽고 감사성찬례가 시작되었다. 오 이런, 회중이 나밖에 없었다.알고보니 아침 감사성찬례는 부득이하게 11시 본 감사성찬례 ㅡ 천주교식으로는 교중미사 ㅡ 를 못 드리는 사람들을 위해 마련된 특별 성찬례시간이라고 했다.


음률을 넣지만 않았을 뿐이지 모든 순서는 11시 예배와 똑같았다. 신부님은 마치 나와 대화하듯이 말씀을 전하셨고, 몇번 경험은 있지만 완전히 익숙하지 않은 내게 '몇 쪽 어디를 읽으면 됩니다'라고 짚어주어 예배가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하셨다. 특히 장로교 예전에는 없는 순서가 나올 때에는 그 순서의 의미를 간단히 소개하고 의의를 이야기해 주셨는데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성체도 영했는데 가장 마지막으로 성공회 교회에서 영성체를 한 것은 미국 보스턴에서 12월 1일이었으니 근 8달만의 일이었다.


단둘이 드리는 전례이니만큼 말씀이 더 와 닿았다. 특히 성공회 특유의 그 이성적이고 차분한 설교, 그리고 교우들로 하여금 더 생각하게 만드는 메시지는 내적으로 많은 것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성찬례 이후 신부님은 현재 관양동 동편마을로 이전 할 계획을 설명해 주시면서 성공회 신학에 대한 간단한 이야기를 더 진행하셨는데, 성직자의 의무는 선포이며 신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는가는 하느님의 몫이라는 말씀을 하실 때 '과연!' 이라는 소리가 내 안에서 울려퍼졌다. 세상을 향해 소리치고 들고 일어나기 전에 먼저 하느님의 뜻대로 되도록 기도하는 것이 먼저가 아니겠냐고 말씀하실 때는 회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교회 일치에 관해 열린 자세를 가진 신부님의 모습을 보며 적잖이 위로가 되었다. 저것이 과연 내가 생각하는 바 그대로이다.


내가 관양동에 새로 이전하게 될 안양교회를 언제 찾을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다시 찾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잘 모르는 청년을 위해 감사성찬례를 기꺼운 마음으로 베풀어주신 미카엘 사제님께 감사드린다. 주님께서 온전히 받아주셨음을 믿는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