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시까지 등교 의무가 사라진 요즘 나는 상당히 자유롭게 등교하고 있다. 예전에는 차를 몰고 오거나 혹은 급히 버스를 두 번 갈아타서 경인교대와 미림여고를 거쳐 녹두를 통해 오는 길을 택해 등교 시간을 줄여야만 했지만 요즘은 느긋하다. 차를 몰고 온 것은 정말 언제 얘기인가 싶고, 서울대입구역까지 한 40분 정도 버스를 타고 온 다음에 5513을 갈아타는 여유를 부릴 줄도 알게 되었다. 등교에 걸리는 시간이 50분에서 1시간 10분 정도로 늘게 되었고 학교에 도착하는 시간도 자연히 9시 반에서 10시 사이로 다소 늦춰졌다. (하지만 내 생각에 하루 일과에 주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은 것 같다. 오히려 자는 시간이 조금 더 늘어서 좋아졌다.)


그런데 서울대입구역으로 9시 넘어 등교하게 되면 꽤 신기한 광경을 볼 수 있다. 서울대입구역 근처에는 공익근무요원 교육센터가 있는데 4급 판정을 받은 사람들의 복무 과정을 알지 못하는 나로서는 이곳에서 무엇을 하고 또 언제 사람들이 의무적으로 와야하는 지 알지 못하지만 아무튼 항상 20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9시 이후의 오전 시각에 늘 이곳을 방문하는 것을 경험상 알고 있다. 그리고 공익근무요원 교육 센터 방문을 위해 온 아이들을 선별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이들이 과연 건물 앞 자전거 거치대 앞에서 담배를 피고 있는지 아닌지를 확인하면 된다. 거의 10년간 살펴봤는데 이곳을 방문하는 아이들 대다수가 여기서 담배를 핀다. 물론 가끔은 쟤들이 나보다 어린 애인가 싶은 생각이 드는 분(?)들도 계시지만. 지나가는 길에 구름 과자가 너무 자욱하게 피워올라서 가끔 숨을 참고 걸어가야 하는 문제가 있긴 하지만 개인의 흡연 권리는 존중해 줘야 하니까, 그리고 우리를 위해 기꺼이 높은 세금을 먼저 납부하는 저 수입 없는 아이들의 노고(勞苦)에 감사하는 차원에서 그냥 별 생각없이 지나치곤 한다.


아마도 군중 모방 심리가 강하게 작용하는 것 같다. 어느 누구도 거기서 담배를 피워야 한다고, 혹은 피우는 것이 관례라고 주장한 바 없다. 단지 어느 누군가가 긴 시간의 교육 동안 가까지 하지 못할 소중한 담배 한 개피를 태우면서 불안감과 초조함과 나태함을 달래려고 했겠지. 그런데 담배라는 것은 흡연자들도 가끔씩 내비치는 죄의식 비스무레 한 것을 실어나르고 있어서 주변인을 공범자를 만드는 데 아주 놀라운 구석이 있다. 흡연자들은 아니라고 주장할지도 모르겠지만 나 혼자 담배를 피면 괜히 뻘쭘하고 주변을 의식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지만, 둘 이상이 피게 되면 주변은 이미 관심에서 사라지게 되는 것 아니던가. 내가 피는데 잘 알고 있는 너도 펴야지. 그리고 저기 모르는 사람도 우리들이 피는 것을 보니 피게 된다. 아마도 담배 피는 군중에 녹아 들어가면 개인의 죄의식도 엷어지는 느낌이 들어서일 것이다. 그렇게 자전거 거치대는 수많은 서로 모르는 사람들의 흡연소가 된다.


일전에 읽은 한겨레 신문 기사에 한국 남성들의 성매매에 관련된 내용이 생각났다. 생각보다 적은 비율의 남성이 성매매를 한다고 나와서 답변을 엉터리로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거기서 한 가지 꽤 흥미로운 것을 알 수 있었다. 업소에 성매매를 위해 혼자 들어가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기사에 따르면 대부분 남성들이 혼자보다는 다른 남성들과 모임을 갖는 과정과 경로를 통해 성매매를 하러 간다는 것이다. 공고해지는 집단성과 동성사회성(同性社會性)을 위한 사람들의 사회적 행동이라는 뜻.


논리에 비약이 있고 또 정확하게 고찰해 본 것은 아니므로 무리가 있는 유비(類比)일 수도 있지만, 내 생각에는 담배도 마찬가지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담배와 흡연에 관해 한국 사회 저변에 깔려 있는, 내 필력으로는 서술해낼 수 없는 그 복잡미묘한 분위기가 있다는 것을 누구든지 잘 알 것이다. 어중이떠중이들이 모여서 담배 피는 것을 보니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