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께서 중대 선언을 하셨다. 주요 내용을 심각하고 거창하게 말하자면 그동안 내가 주체적으로 행사해왔던 경제권에 대해 일부 제한을 두겠다는 것이었다. 집에 갑작스럽게 돈이 필요하게 되어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을 체크해보니 내가 대학원 입학 시 가지고 있던 돈의 절반밖에 가지고 있지 않다는 사실에 어머니께서는 짐짓 놀란 눈치였다. 도대체 김해 김씨 남자 둘은 뭐 이렇게 돈을 아낄 줄도, 모을 줄도 모르면서 펑펑 쓰냐고 볼멘소리를 하신 어머니는 앞으로 인건비의 절반은 무조건 저축하는 것으로 기준을 잡자고 내게 제안하셨다 ㅡ 아니 엄포를 놓으셨다.


이 을사늑약같은 계약에 대해 내가 할 변명은 많다. 우선 지금은 회수할 수 없을 정도로 망가져버린 수익률로 인해 아버지께 투자한 돈은 사실상 날려먹은 것이나 다름이 없다. 게다가 이번 졸업학기로 인해 쓴 돈이 백만원은 훌쩍 넘는 것 같다. 그리고 4월과 7월에 해외를 세 번 다녀왔으니 물론 그 중 두 번은 연구비의 지원을 받았다손치더라도 지출이 평소보다 줄어들 이유는 결코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6년 반의 박사과정 기간 중 마지막 13학기의 지출만으로 모든 박사과정 기간 동안의 자산 알짜 손실을 다 설명해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6년간 돈을 왜 한푼도 못 모았는가? 여기서 나는 쉬이 인정할 수밖에 없다 ㅡ 제가 좀 풍족한 소비행태를 지향해 왔습니다. 헤헤. 지난 6년간 나 떠받쳐준 경제 생활의 모토는 다음과 같다:


"돈이 어디서 생기면 그만큼 쓸 일이 생기고, 돈을 어디 써야 할 일이 생기면, 반드시 그만큼 벌어들일 일이 생긴다."

"박사과정 한달 인건비로 쪼개 모아봐야 몇 푼 되지 않을테니 본격적으로 돈을 모으기 전까지는 원하는 것을 먹고 사고 향유하는데 아낌없이 쓴다."


이랬으니 수중에 돈이 사라지는 것은 당연지사가 아니었을까 생각이 든다. (적고보니 참 과감하고 배짱 가득하다.)


그래서 오늘부터 시작한 프로젝트는 가계부 작성과 체크카드 사용 활성화. 과거에 깔았다가 지운 하운소프트 가계부 앱을 다시 사용하기 시작했고, 삼성페이와 앱카드 앱에는 신용카드가 아닌 체크카드를 대표카드, 주사용카드로 돌려놓았다. 그리고 쓸데없는 소비를 줄여야 하기에 앞으로 불요불급한 물품 아니면 인터넷 쇼핑 구매를 중단할 예정이고, 투썸플레이스 커피는 자제하기로 했다. 어떤 경제학자가 그러지 않았나. 직장인이 프랜차이즈 커피값만 줄여도 재테크에 성공하는 거라고. 통신요금제도 바꿔야겠다. 아이고, 개선해야 할 '경제적으로 나태한' 생활습관이 너무 많다.


의도와 목표는 구체적이어야하기에 1년에 1천만원을 저금하는 것을 목표로 해 두었다! 부디 실현되기를!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