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가장 친한 친구들 중 한 명인 휘상이의 결혼식이 있었다. 지난 3~4년간 교제해 온 휘진씨와 결혼에 골인하게 되었다고 얘기한 것이 한참 전이었는데 어느새 결혼 날짜인 10월 11일이 성큼 코 앞으로 다가왔더란다. 각자 직장일로 만나기가 쉽지 않으리라 예상했지만, 놀랍게도 나와 용석이와 지열이는 모일 만한 상황이 되면 언제 누가 힘들었냐는듯 뭉치게 되었고, 휘상이로부터 용케 청첩장도 받았다.


어제 아침부터 비가 내려서 좀 걱정스러웠지만 다행히 예식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비가 멎고 해가 뜬 청량한 가을 날씨였다. 사회를 맡은 용석이는 좀 긴장해 보였는데 알맞은 성량과 발음으로 사회를 잘 맡았다. 주례를 맡으신 분이 예상 외의 것들을 신랑에게 시키는 바람에 다소 놀랐지만 아무튼 식 자체는 문제 없이, 그리고 무리 없이 잘 진행되었다. 나와 지열이는 하객석에 앉아 모든 순서를 지켜 보았는데, 마지막 순서가 끝나고 퇴장 행진을 할 때 휘상이와 휘진씨는 진정 행복해 보였다. 이렇게 번듯한 직장도 잡고 결혼을 하게 된 휘상이가 참 대단하기도 하고 장하기도 하다. 13년동안 옆에서 지켜본 우리로서는 만감이 교차할 법도 했던 순간이었다. 식장에서 나오는 길에는 우리가 부탁해서 대여한 웨딩카가 정차해 있었는데 무려 벤츠 스프린터 밴. 원래 크라이슬러 300을 대여하려고 했는데 이날 행사가 없어서 쉬고 있는 밴을 보내겠노라고 웨딩카 업체 측에서 제안하는 바람에 같은 가격에 합의를 보았다. 그리하여 새로 탄생한 부부는 진짜 연예인들이 이동할 때나 쓸법한 차를 타고 인천공항에 가게 되었는데 나중에 휘상이는 카톡으로 차 내부가 끝내준다며 찬탄을 마다하지 않았다. 신혼여행지인 하와이에서 편히 잘 쉬고 돌아오라고 우정 듬뿍 담아 마지막 통화를 했다.


(당장 결혼할 가능성이 부재한) 우리 셋은 함께 사진을 찍고, 늦은 점심을 배불리 먹은 뒤 이태원을 갈까 한강을 갈까 고민하다가 안양에서 영화 '인턴'을 함께 보고 동편마을로 건너가 맥주를 한 잔 들이키고 헤어졌다. 휘상이가 결혼을 막상 하고나니 나이가 서른을 넘어가는 것이 실감난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