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뒤숭숭한 하루였다. 한국 시각으로 9월 12일 저녁에 경주 지방에서 규모 5.8 정도의 큰 지진이 났다는 것이다. 아버지께서도 카톡을 통해 진동을 느꼈다고 전해 왔고 한동안 카톡이 되지 않아서 답답했다는 말도 덧붙이셨다.


기사를 간단히 검색해보니 지진 예보는 할 수조차 없는 것이지만 지진 이후 상황 대처가 아주 가관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물론 우리도 옆나라 일본처럼 지진이 빈발하는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었다면 이에 대한 대비와 훈련을 철저하게 했을 것이다. 상대적으로 지진이 생소했기에 그러한 상황 대처 훈련 혹은 대피 및 재난 경보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것 뿐이다. 그나마 최근 중대형 건물에 내진 설계가 포함되는 것만 해도 어디냐. 그럼에도! 안전처가 보여준 이날 모습은 국민들의 불신을 더욱 강화시키는 계기가 되고 말았다.


미국으로 떠나오기 전에 부산과 울산 지역에서 가스 냄새가 났다느니, 개미떼가 광안리에 출몰했다느니, 특이한 구름이 관찰되었다느니 SNS을 통해 소동이 많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정말 한달 반여 시간 뒤에 있었던 오늘의 지진 때문이었나 갑자기 궁금해졌다. 물론 내 개인적으로는, 7월에 알려진 이 현상들이 지진의 전조라기에는 너무 오랜 시간 간격을 두고 지진이 일어났기에 정말 우연의 일치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아무튼 세상 일 모르는 것이라는 진리(?)를 다시한 번 깨닫는다.


그러고보니 그끄저께는 북한에서 다섯번째 핵실험을 해서 인공 지진이 발생하더니 대한민국에서는 자연 지진이 터졌다. 혹시 또 모르지. 핵실험으로 인한 파장이 경주-울산 지역의 단층대를 자극했는지도. 아무튼 많은 국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하루속히 안정을 되찾고, 이날의 경험이 우리가 지진에 대해서도 주의를 기울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원래 경험해 봐야, 당해 봐야, 손해를 겪어 봐야 대비를 할 수 있다. 그게 사람이고, 또 사람 사는 사회 아니겠는가. 이를 테면, 요리 좀 하다가 칼에 손을 좀 베어 봐야 조심스럽고 능숙하게 더 칼질을 할 수 있게 되는 거 아니겠나.


다만 이 세계가 세월호든, 메르스든, 폭염이든, 우리 나라가 재난에 대해 좀 더 일깨워진 사회로 발돋움해야 한다는 것을 매년 가르쳐 주는데 우리는 그 가르침을 정치적으로 이용할 뿐 재난 그 자체에 대해서는 대비를 전혀 하지 않는다는게 우려스러울 뿐이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