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에 마트에 갔다가 늘 항상 있던 위치에 시금치(spinach)가 없길래 대안으로 무엇을 사야하나 주변을 둘러봤는데 그린 터닙(green turnip)이라는 채소가 대충 비슷하게 생겼다 싶어서 그것을 한 단 샀다. 문제는 당시 핸드폰을 들고 가지 않았기 때문에 이 채소가 우리말로 무엇인지, 된장찌개에 같이 넣어도 될만한 것인지 전혀 알지 못한채 '단지 생김새가 조금 비슷했다'는 이유로 덥썩 집어 구매한 것.


집에 와서 호기심에 하나를 집어 잎을 뜯어 입에 넣어봤는데, 이게 왠걸. 겨자잎 씹은 것같이 알싸한 것이 '이거 찌개에 넣었다가 망하는 거 아냐?'하는 불안감이 뭉게뭉게 피어올랐다. 걱정이 된 나는 그제서야 침대 위에서 쿨쿨 자고 있던 핸드폰을 꺼내 구글 검색을 해 보았다. 알고보니 그린 터닙이란 순무청이었다. 비타민 K와 A가 풍부하다고... 그래서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된장찌개에 시래기도 넣는데 시래기는 무청을 말린 것이 아닌가. 비록 말린 것은 아니지만 무나 순무가 형제지간일테니 거기에서 나온 줄기를 넣는 거야 문제가 없겠지. 잠깐 데치고 찬물로 짠 다음에 찌개에 넣었는데 생각보다 괜찮았다.


미국에 와서 어머니 말씀에 진짜 공감한 것이, 어머니께서 남아공이나 카자흐스탄에서 지내실 때 장을 보다보면 대체 이 채소나 과일은 한국의 어떤 것과 대응이 되는 것인지 알 길이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게중에는 한국에서 전혀 보지 못한 채소들이 많고 ― 난 여기서 아티초크(artichoke)를 실물로 처음 봤는데 저걸 도대체 어떻게 먹을 수 있는 건지 상상조차 불가능하다. ― 반대로 한국에서 흔한 채소들이 여기에 없는 경우도 많은데, 대표적인 게 콩나물과 부추다.


채소를 소량씩 묶어 파는 상품이 개발되어가는 한국과는 달리 이곳은 뭐든지 큼지막하게 하나씩 사야하므로 다양한 종류의 채소를 경험한답시고 여러 가지를 구매했다가는 나중에 다 버려야 하는 불상사가 발생하므로 그건 좀 어렵겠지만, 다음부터는 핸드폰으로 열심히 검색해가면서 이 채소는 무엇인지 저 채소는 뭘 해 먹을 때 쓸 수 있을지 좀 자세히 알아야겠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까지는 늘 사왔던 익숙한 채소만 사서 조리를 해 왔지만, 조리의 영역이 점차 넓어지면서 새로운 채소들을 이용해야 할 필요성을 절감했기 때문!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