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학교에 가면 오피스 자리에 앉아 메일을 확인하거나 논문을 찾아볼 시간조차 없이 내내 실험실에서 실험을 하고 있다.


서울대학교에서는 퇴근이 훨씬 늦었지만 출근과 퇴근 사이에 실험과 관련된 일들만 가득 차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중간에 실험실 사람들과 커피도 마시고, 공동 연구하는 사람들과 미팅도 하고, 또 연구 업무 외의 잡일을 한다든지 교수님과 함께 이야기를 나눈다든지 여러가지 다이나믹한 일들이 참 많았다. 그런데 미네소타 대학에 와서는 거의 오피스는 '짐 놔두는 자리'로 전락했고, 거의 9시간여를 실험복을 입은 채 보내고 있다.


그러다보니 실험 이외의 연구 관련 업무는 실험 일정이 끝나고 나서 진행해야 하는데, 일단 집에 오면 저녁 준비를 하고 한껏 만찬을 끝내면 대개 밤 8시 이후가 되고, 만약 퇴근 후에 헬스장에서 운동을 했다면 9시가 넘는다. 그럼 이때부터 참고문헌들과 최근 발간 논문, 그리고 현재 쓰고 있는 논문 수정 등의 일을 해야 하는데 정말이지 '하고 싶지가 않다.' 왜냐하면 좀 쉬고 싶기 때문이다. 어차피 내일 아침 6시 반에 일어나서 졸린 눈을 비비며 출근하면 오늘과 같은 하루가 반복될 게 뻔한데 그 사이 시간에까지 연구 관련 업무를 해야 한다니 너무 잔인하지 않은가!


생각해보면 서울대학교에서의 생활 패턴, 연구 주제와 미네소타 대학에서의 생활 패턴, 연구 주제는 너무나도 다르다. 하루하루, 한 주 한 주가 새로운 적응의 연속이다보니 스트레스가 쌓일 법도 하지만 운동을 다녀오면, 밤마다 요리를 하다보면, 재즈 음악을 듣다보면 내일은 오늘보다는 조금 더 낫겠지 뭐 하는 생각과 함께 기분이 풀린다. 오늘은 1시간만 좀 딴짓하고 그래도 폴리우레탄이랑 관련된 책을 좀 찾아봐야겠다. 여기 도서관에서 책을 좀 대여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