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량체 합성을 시작한지 거의 1달이 되어가는 오늘, 내가 얻고 싶었던 최종 화합물을 성공적으로 합성해냈음을 NMR을 통해 확인했다. 탄소 이중 결합 근처에 있는 양성자들의 피크와 수산화기의 피크를 확인하는 순간, 나도 모르게 오피스에서 기쁨의 탄식을 낮고 길게 내뱉었다.


이 합성법은 이미 기존에 알려져 있는 것으로 Ellison 교수님이 관련 연구를 제안할 때 이미 포함되어 있었던 것이었다. 두 개의 수산화기를 벤자일리딘 아세탈(benzylidene acetal)로 보호한 뒤 에스터화(esterification) 반응을 보내고, 탈보호 반응을 통해 두 개의 수산화기를 재생시키는 3단계 과정으로 유기 화학 합성 실험 중에서는 그리 어렵지 않은 실험에 속한다고 볼 수 있겠다. 하지만 생전 안 해봤던 단량체 합성을, 그것도 처음에 아무 실험 장치와 비슷한 화학 실험을 하는 동료도 없는 이역만리의 실험실에서 처음 진행하는 것은 무척 도전적이었다. 특히 반응 용기 내의 물과 산소를 차단시키기 위한 슈렝크(Schlenk) 라인 관련 기술, 화합물을 정제 및 분리하기 위한 관 크로마토그래피 기술, 사용된 용매를 분리하거나 증류하는 기술 등 기본적인 유기 화학 관련 실험 기술들을 이곳에서 아무도 가르쳐주는 사람 없이 순전히 옆 실험실 사람이 하는 것을 어깨 너머로, 그리고 유튜브 동영상을 복습하며 스스로 익혀야했다.


9월 말에 이 실험을 의욕적으로 시작했는데, 원하는 중간 반응물이 깔끔하게 나오지 않아 10월 초순에 상당한 낭패감을 겪기도 했다. 그리고 이것이 내가 원하는 화합물인지 아닌지를 모두 NMR과 IR로 분자 수준에서 가늠해야했는데, 제조된 나노구조를 FE-SEM, AFM, TEM 등으로 눈으로 직접 쉽게 확인할 수 있었던 박사과정 연구와는 확연하게 다른 방식이었으므로 처음엔 애를 많이 먹었다.


하지만 실험을 한번 더 반복해보니 수득율이 크게 향상되고 실험 시간은 단축되면서 동시에 저지르는 실수나 시행착오가 급격히 줄게 되는 것을 경험했다. NMR 결과도 크게 개선되어 원하는 중간 반응물이 나온 것을 확인한 나는 조금 더 자신감을 보태 끝까지 실험을 진행했다. 땅을 파면 팔수록 더 단단한 지표층 때문에 더 파내려가기 어려운 것처럼 마지막 과정은 도통 이해할 수 없는 상황과 결과물들로 뒤엄벅이 되었고 여기서 내 한계가 드러나는 건가 조금 당황스럽기도 했다. 특히 어제! 관 크로마토그래피를 통해 최종 화합물을 분리하는데 박막크로마토그래피(thin layer chromatography, TLC) 결과가 모호한 것이 내가 제대로 분리한 것이 맞는지 아닌지 확신을 못하는 상태에서 실험을 종료해야 했다. 하지만 오늘 NMR을 찍어본 결과 내가 원하는 단량체를 합성해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만세!


물론 이게 끝이 아니다. 당장 처음 화합물로부터 최종 화합물까지 이르는데 걸리는 시간을 단축시키고 더 높은 수득률을 통해 g 단위의 단량체를 합성해낼 수 있어야 한다. 게다가 산 넘어 산이라더니 단량체의 합성은 고분자 중합의 첫단계이기 때문에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전혀 해 보지 않았던 것을 이렇게 해낼 수 있었다는 것이 무척 기쁘고 또 알게 모르게 주변으로부터 도움을 받았다는 사실을 기억해보면 참으로 감사할 일이다. 앞으로 더 재미있게 화학 연구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가득하다 ― 언제 또 좌절할 지 모르겠지만!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