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내가 있는 곳은 중간 기착지인 캐나다 토론토(Toronto)이다. 미국의 새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의 행정명령으로 인해 미국 시민권자나 영주권자가 아닌 사람에 대한 재입국 심사가 까다롭지는 않을까 다소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원활하고 쉽게 진행되어 놀랐다. 학교 행정관의 서명이 기입된 DS-2019 외에 추가로 요구하는 서류가 없어서 역시 이 나라는 처음 관문을 뚫기가 어렵지 그 이후로는 굉장히 편해지는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7일간의 한국 휴가의 중심은 가족이었다. 병세가 날로 다방면으로 나빠지고 계시는 것 같은 외할머니를 어쩌면 마지막으로 뵌 것일 수도 있다.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 수발 및 그에 따르는 여러 고생을 연이어 겪으신 어머니의 얼굴에는 예전에 비하면 주름살이 참 많이 생겼다. 세상 밖으로 나올 준비를 하는 조카를 몇 달째 품고 있는 동생의 D라인을 눈으로 본 것은 처음이었다. 그 옆을 지키는 매제는 어느새 살이 통통하게 올랐고, 임금피크제 적용을 눈앞에 둔 아버지의 머리에는 흰머리가 더욱 가득한 것 같았다. 이종사촌 동생들은 다들 일하는 여성이 되었지만 여전히 내 눈에는 어린 아가씨들이다. 안양집과 원주집, 그리고 분당의 이모댁을 오가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무척 좋았다.


물론 가족, 친척들과의 만남에 7일을 모두 쏟아부은 것은 아니다. 하루 날을 잡아 학교에 가서 박사과정 지도교수님도 뵈었고, 제한적이나마 친구들도 만나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서울에서 자취할 때 큰 도움을 베풀어주신 집토스 사무실에 방문에서 미국에서 사 간 치토스를 한 묶음 전달해 드렸다. 처음으로 '듣기만 했던' 광장시장에서 소주를 들이킬 수 있엇고, 정말 오랜만에 노래방에 가서 소리를 꽥꽥 질러댔다! 점점 퇴락하여 옛날 책방 정도가 되어 버린 대동문고를 오랜만에 둘러보았고, 촛불 집회가 매주 열리는 광화문 광장에도 가 보았다.


아참. 재미있었던 것 하나. 대한민국은 작고 밀집된 나라이고 한국인들이 타인과의 동질감을 선호하는 경향이 커서 그런지, 서울과 안양을 몇 번 오가다보니 요즘 어떤 것이 대세가 되어 대한민국을 휘어잡았는지 금새 알 수 있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세 가지는 포켓몬Go, 인형뽑기방, 그리고 롱 코트였다. 종각역 근처를 걷다가 무척 많은 사람들이 이리저리 방황하며 포켓몬을 잡는 것을 보았고, 안양일번가를 걷다가 새로 생긴 듯한 뽑기방 여럿이 블록마다 하나씩 있는 것 같아서 무척 놀랐다. 그리고 왜 남자들은 다들 천편일률적인 스타일의 롱 코트를 입는 것인지... 아마 최근 인기를 끈 드라마 '도깨비'의 남자 주인공 역할을 맡은 공유의 패션 때문이 아닌가 싶은데 말이다. (물론 너희는 공유같은 우월한 신체 스펙을 소유하지도 않았으면서도 어떻게...! 라고 일갈해주고 싶지만 패션은 자유요 취향은 존중해주어야 하는 것이므로 나는 그런 미개한 행동을 일삼지 않았다.)


짧은 한국 방문 기간 중에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은 '언제 한국에 돌아오느냐'는 것이었다. 나야 미국에서 눌러 앉아 살 계획이 전~혀 없고 국내 일자리를 확정하고 영구 귀국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므로 한국에 돌아가긴 돌아갈 것인데, 나는 입버릇처럼 그 시점이 내년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그게 내 뜻대로 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아무튼 그 날이 올 때까지는 열심히 연구하며 경험하며 미니애폴리스에서의 삶을 더욱 충실하게 가꾸어가야 하겠다.


첫 출국 때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짧은 한국 휴가가 이렇게 지나갔다. 이제 2번째 라운드의 시작이다. 아마 일하느라 심신이 좀 고달파질 것 같지만 잘 해낼 수 있기를 기대하며...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