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가져온 청바지 세 벌 중 두 벌이 찢어진 것을 발견한 건 지난 3월이었다. 지금까지는 걸음걸이 때문에 안쪽 복사뼈에 닿는 부분이 늘 항상 닳아왔는데 이번에는 굉장히 특이하게 샅 근처가 찢어져 있었다. 이유를 검색해보니 허벅지 살이 붙어서 걸을 때 생기는 마찰 때문에 그런 것이란다. 오! 살이 정말 붙긴 붙었군! (참고로 최근에 잰 체중이 150.8 lbs = 68.4 kg 이었는데 역대 최고점이다.)


애매한 곳이 찢어진 것이기에 재활용을 위해 기부할 수도 없는 상태. 그래서 원래는 일반 쓰레기를 담는 봉지에 넣어 폐기하려고 했다. 그런데 막 쓰레기통에 가까이 다가서던 찰나 문득 생각나는 바가 있어서 청바지를 모두 뒤집어 세탁 및 건조시킨 뒤 가위를 꺼내들었다. '어렸을 때 배운 바느질을 활용해서 데님 재질의 물건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우선 다리 통 두개를 잘라내고 뒷 주머니 둘을 오려냈다. 다리 통을 뒤집으니 인디고 염색이 덜 된 흰 안쪽 부분이 드러났는데 거기에 오려 둔 주머니 하나를 갖다대니 꽤 쓸만한 쿠폰/카드/영수증 꽂이가 될 것 같아 보였다. 그래서 바늘에 인디고 색 실을 꿰고 작업을 시작했다. 진짜 중학교 방학 숙제 이후로 처음으로 박음질/홈질을 한 것 같다. 생각보다 작업이 오래 걸렸고 1시간 반 정도가 지나서야 주머니 하나를 겨우 다리 통에 붙일 수 있었다. 다행히 실이 인디고 색깔인지라 박음질/홈질 실밥이 겉에서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만약 그것이 만천하에 드러났다면 굉장히 부끄러운 모습이었으리라.


책상 어딘가에 쌓여가기 시작했던 온갖 쿠폰, 회원 카드 등을 모조리 쓸어담아 갖 붙인 주머니에 넣어두니 굉장히 깔끔하게 정리가 되었다. 함박미소를 지으며 오늘 작업은 매우 성공적인 작업이었노라고 자찬하였다. 영수증을 넣어두는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 아까 더 오려둔 주머니 하나를 위에 더 붙이고 다리 통 위에 고리를 하나 작게 달아 벽에 붙은 행거에 걸어둘 계획이다. 이런 식으로 청바지를 재활용하니까 나름 DIY를 실천한 친환경 주부(?)로서의 자긍심이 들었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