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요일에 실험실 인원 전원이 모여 송년 파티를 했다. 각자 음식을 조금씩 가져와서 함께 나눠먹는 시간이 있었는데, 생각보다 다들 음식을 많이 가져오는 바람에 이날 저녁을 위해 구입했던 식재료들을 굉장히 많이 남게 되는 불상사 아닌 불상사가 있었다. 고생을 해가며 유나이티드 누들(United Noodles)까지 가서 샀던 온갖 버섯들과 채소들이 조리되지 않은 채 고스란히 남아있는 걸 보니 마음 한구석이 아려오는 것이... 모두 다 버리기는 아까워서 자진해서 버섯과 채소들을 내가 회수해 가겠노라고 선언했고, 지퍼백에 한가득 담아온 이 재료들은 당분간 냉장고 안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 이 버섯과 채소들, 그리고 미리 사뒀던 두부와 양파, 대파를 모두 한 데 끓여내어 버섯찌개를 만들었다. 국간장과 소금, 약간의 고추장과 고춧가루를 좀 뿌려대니 제법 그럴듯한 전골 느낌의 찌개가 완성. 물론 불고기용 쇠고기가 없어서 급한대로 집에 있는 스튜용 쇠고기를 썰어 넣고 다시마와 멸치 육수를 내어 국물을 만들긴 했지만... 그래서 버섯과 배추를 오랫동안 은근히 끓여내니 나름 맛난 국물이 완성되어가는 것 같았다.


한국 찌개 및 국 요리는 대체로 비슷한 절차가 있는 듯 하다. 국물 베이스에는 마늘과 파가 결코 빠져서는 안 되며 쇠고기와 참기름은 빼놓을 수 없는 궁합이다. 국간장과 소금, 그리고 약간의 다시다는 국물 간을 풍부하게 해 주고, 매콤하고 칼칼한 맛을 위해 고춧가루와 고추기름을 넣어줄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 미역을 넣느냐, 무를 넣느냐, 호박과 두부를 넣느냐, 콩나물을 넣느냐 등등 구체적인 식재료가 어떤 것이 들어가느냐에 따라 최종 요리 이름이 결정되는 것이긴 하지만. 아무튼 오늘의 버섯찌개의 시작은 미역국 끓이기와 굉장히 비슷하게 시작해서 (쇠고기를 마늘과 함께 참기름 부어놓고 볶기) 육개장과 굉장히 비슷하게 끝났다 (재료를 모두 부어넣고 국간장과 소금, 고춧가루로 간하기).


문제는 이 찌개를 무려 4 L나 만들었다는 것... 아마 며칠간은 버섯찌개만 먹으며 연명(?)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안 그래도 요즘 한식/중식/일식 위주의 요리를 하다보니 쌀 소비량이 급증했는데 아마 다음주 내로 지지난달에 샀던 쌀 15 lbs가 금방 동날 것 같다. 뭐 나쁜 건 아니긴 하지만...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