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애폴리스의 강추위 때문에 비행기 이륙 시간이 지연되었다. 하지만 기장님이 산타 루돌프 몰듯 굉장히 빠르게 비행기를 운전하신 덕분에 예상보다 많이 늦게 도착하지는 않았다. 새벽 3시쯤에 일어나서 아침 비행기를 준비하다보니 잠깐 피곤해져서 기내에서 깜빡 잠이 들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착륙을 준비한다고 해서 순간 놀랐다.


생각보다 워싱턴이 추웠는데 곧 정오가 가까워지면서 날씨는 퍽 따뜻해졌다. 나는 새로 장만한 SmartTrip 카드에 돈을 두둑히(?) 넣고 신나게 지하철과 버스를 타고 다니기 시작했다. 첫번째 방문 장소는 워싱턴 국립 성당(Washington National Cathedral). 여기는 성공회 성당으로 워싱턴 교구의 주교좌성당이자 미국 관구의 관구장주교좌성당이기도 하다. 현 관구장주교(presiding bishop)인 마이클 커리(Michael Curry) 주교의 착좌 감사성찬례를 유튜브로 본 적이 있었는데 바로 그 장소에 내가 직접 들어가게 된 것이다!


워싱턴 국립 성당의 규모는 굉장히 컸는데 전형적인 고딕 양식의 높은 아치와 더불어 첨탑과 플라잉 버트러스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성당 정문은 굉장히 단순하면서도 웅장했다. 내부에는 다양한 스테인드 글라스가 인상적이었는데 하나하나 다 살펴보지는 못했지만, 스테인드 글라스가 표현하는 내용이 유럽의 오래된 성당에서 볼 수 있는 그런 내용은 아니었던 것 같다. 오늘 워싱턴 국립 성당에서는 오르간 연주회가 열렸는데, 바로크 시대의 음악에서부터 오르간 독주용으로 편곡한 후기 음악들, 그리고 시즌에 맞추어 편곡된 캐롤이 연주되었다. 거대한 성당에서 은은하고도 강력하게 울려퍼지는 오르간 소리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성당 구경을 마치고 호스텔에 체크인한 뒤 케네디 센터(Kennedy Center)로 향했다. 오늘 오후 6시에 케네디 센터의 밀레니엄 스테이지에서 재즈 잼 세션이 있다는 소식을 일찌기 접했는지라 시간 넉넉하게 잡고 갔는데, 세상에나 사람이 너무 많아서 공연 내내 서 있어야 했다. 그래도 공짜로 이런 괜찮은 재즈 공연을 1시간 정도 관람할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다. 트럼펫 주자가 약간 컨디션이 안 좋은 것 같아 보였는데, 비브라폰 연주를 직접 볼 수 있어서 무척 흥분되는 시간이었다.


오늘은 크리스마스라서 대부분의 상점과 식당들이 문을 닫았고 도시 자체가 굉장히 고요한 느낌이었다. 어차피 어두워진 이상 뭘 더 보러 더 이상 헤맬 필요가 없겠다 싶어서 오늘은 일찍 숙소로 돌아와서 씻고 내일을 준비하기로 했다. 어차피 닷새동안 이곳에 머물면서 하나하나 찬찬히 볼 수 있으니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워싱턴을 음미해야지. 워싱턴의 첫인상은 적어도 뉴욕보다 괜찮았다! 앞으로의 시간들이 더욱 기대가 된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