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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여행이 시작된 것은 순전히 2023년에 열린 항저우에서 열린 2022 아시안게임 때문이었다. 용석이가 익산에 하루 내려온 적이 있었는데, 강남에 있는 서울 건물을 소유한 건물주가 되어야만 인생이 멋져질 것이라고 늘 입버릇처럼 말하는 그와 나는 집에서 저녁을 먹고 맥주를 마시다가 TV에서 아시안게임 폐막식에 카드섹션으로 뜬 江南好라는 말을 보고 정말 미친듯이 웃어댔다. 항저우를 비롯한 장강(長江) 이남을 서울 강남과 동일한 한자를 써서 江南이라고 부르며, 중국어로 江南好는 '江南이 좋은 곳이다.'라는 뜻이다. 하지만 이 말의 독음이 [장난하오]라서, 이게 꼭 내가 늘 항상 강남 건물을 좋은 것이라고 강조하는 그에게 '장난하냐?' 혹은 서울 건물이 삶과 행복에 필요없다고 역설하는 내게 그가 '장난하냐?'라고 핀잔을 주는 상황과 기묘하게 맞아떨어지는 것이었다. 그때부터 우리는 중국의 강남, 곧 장난 지역을 같이 여행해보자고 장난식으로 얘기를 하곤 했는데 그게 이번 여행으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용석이는 상하이 방문을 추진했고, 나는 기왕 가는 것 며칠 내내 상하이에 있기는 그러니 저장성(浙江省)의 주요 도시인 항저우와 쑤저우(苏州)를 함께 묶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그렇게 세 도시를 3박4일로 다녀오는 것은 너무 빡빡했기에, 저장성의 성도(省都)인 항저우만 하루 붙이기로 결정했다. 그래서 이번 여행의 제목이 "지금 장난하오(江南好)? 내 마음에 저장(浙江)~"이 된 것이다. 주어진 시간이 길지 않아 그 모든 감상을 적을 수는 없지만, 간략하게나마 몇 가지 남겨 보자면...
* 고백하자면, 나는 20여년 전에 학부 1학년 때 중국어를 배우고 그 이후로도 교재를 몇 개 사서 익힌 바 있지만 원하는 표현을 해내는 데 상당히 제약이 있는 편이었다. 반면 최근에 중국어에 관심을 가지고 익히고 있는 용석이는 그래도 언어 감각이 나보다는 살아 있었다. 물론 우리 모두 꿋꿋이 영어를 쓰지 않고 중국어로만 말하는 현지인들과 대화할 때에는 심각한 낭패감을 느껴야만 했다. 그래도 어찌저찌 짧은 중국어와 약간의 영어, 그리고 손짓을 통해 먹고 싶은 것을 먹고 사고 싶은 것을 살 수 있었다.
* 아침 일찍 김포공항에서 상하이로 가는 비행기를 탔는데, 이용객이 너무 많아서 깜짝 놀랐다. 경제가 안 좋다면서요?
중국이 기술적으로 발전했다고는 하지만, 아직 사용자 인간에 친화적인 시스템을 구축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너무 빠르게 발전하는 하드 파워(hard power)에 소프트 파워(soft power)의 성숙이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
* 제발 지하철에서 내리는 사람이 먼저 내리고 탔으면 좋겠다. 20여년 전에도 서울 지하철에서 이거 공익광고를 엄청 했던 것 같은데, 아무래도 시간이 필요하겠지.
* 상하이 푸동(浦东) 지역을 돌아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발전상이 아주 놀랍다. 친구들은 서울의 여의도(汝矣島) 혹은 삼성(三成)과 흡사하다고 묘사했다.
* 알리페이가 편하긴 한데, 결제 금액이 200 위안(元)이 넘으면 3% 추가 수수료가 붙는 게 생각보다 컸다. 그래도 전반적인 식음료 가격이 낮아서 꽤나 저렴한 가격에 풍족히 먹을 수 있었다.
* 상하이 티엔즈팡(田子坊)은 거의 서울 익선동(益善洞) 거리와 유사했다.
* 디즈니랜드에 반나절 있었는데, 날씨가 좋고 그리 춥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1월이라 다른 시기에 비하면 사람이 많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했고, 덕분에 수 시간 기다리는 수고를 하지 않고도 몇몇 어트랙션을 부담없이 즐길 수 있었다.
항저우에 관광객이 생각보다 많아서 깜짝 놀랐다. 그리고 코스프레하는 젊은이가 너무 많았는데, 항저우 중심가 건물 3층에 서울 '국제전자센터'의 소위 '덕질의 명소'와 비슷한 장소가 있어서 깜짝 놀랐다.
* 항저우에 오래 못 머물러서 아쉬웠다. 가까운 미래에 상하이는 음식을 즐기는 정도로 방문하되 항저우는 좀 더 역사 및 문화와 관련된 곳을 찾아 다녀볼 계획을 세워봐야겠다. 쑤저우 역시 여행 계획에 포함시킬 예정이다. 나는 주로 역사적 중요성을 가지는 장소를 방문하거나 과학 관련된 것들을 주로 눈여겨 감상하는 편인데, 친구들과 다녀온 이번 여행에서는 먹는 것이 하나의 중요한 관광 포인트였다. 처음엔 적응하기 힘들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아, 이런 것도 여행의 한 요소구나.'라는 것을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하지만 후각과 미각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내게 미식(美食)은 그렇게 큰 감동을 줄만한 요소는 아니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 이건 하나 길게 언급해야겠다. 항저우에서 소위 소분홍(小粉紅)이라고 불리는 애국주의/중화제일주의로 무장한 대학 신입생과 얘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틱톡(TiKToK)이라는 이름으로 서비스되는 더우인(抖音)의 숏폼 영상을 통해 한국 현대사에 대한 내용을 여럿 습득한 모양인데, 고작 스무살 정도 먹은 중국의 젊은이들이 역사와 사회에 대한 진지한 경험과 사유 없이 한국에 대한 내용을 답습하여 말하는 모습을 보며 다소 우려스러웠다. 재미있는 것은 요즘 중국 젊은이들이 문재인 前 대통령을 참 좋아한다는 사실이었다. 이 학생은 평산책방을 방문하는 사람 중 8할이 중국인일 거라고 했는데, 실제 기사를 검색해보니 그건 사실로 보인다. DJI에서 개발된 드론 기술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땐 나도 모르게 '개자식들'이라는 말이 입밖으로 튀어나왔다. 아무튼 중국몽(中國夢)이라는 언급 때문에 큰 곤욕을 치렀던 문재인 前 대통령에 대한 한국 젊은이들의 시선과 사뭇 다른 중국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듣노라니 요즘 불거지는 여당 내 정치적 분열상과 재임 시절과는 무척 다른 평가를 받는 문 대통령의 임기 시절을 떠올리며 만감이 교차했다.
여행을 마치고 항저우 샤오산(萧山)국제공항으로 출발한 게 중국 시간으로 정오였는데, 익산 집에 도착한 것이 밤 10시 반이었다. 이번 주 해야 할 일이 무척 많은데, 하나하나 잘 따져가며 해결해 나가야겠다. 아무튼 많은 것을 먹고 마시며 느끼고 배운 여행이었다. 동행한 사랑하는 친구들에게 고마울 뿐이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