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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 시간 내내 초긴장 상태였다. 내가 정말 우주 유영을 하는 것 같았다고 말하면 그것은 과장이 섞인 거짓말이겠지만, 최소한 우주 유영을 하는 사람들을 직접 바라보는 우주선 안에 앉아있는 것만 같았다. 극도의 아슬아슬함, 위기감과 절망감 등이 너무나도 사실적으로 뼛속까지 느껴지는 듯 했고, 그 배경이 중력의 지배를 받는 지상이 아닌 우주 공간이라는 사실이 더욱 나를 공포스럽게 만들었다.
영화의 부분부분은 무중력 상태이기 때문에 지상에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무서움이 심각하게 그려지고 있다. 중력도, 마찰도 없는 그 공간은 물리학적 계산을 펼치기에는 매우 이상적인 공간이지만, 역설적으로 인간에게는 최악의 공간이다. 두 주인공이 서로의 묶인 끈이 풀리고 영원히 멀어지게 될 때, 뒤엉킨 낙하산 때문에 오히려 정거장에 재충돌할 위기에 놓인 선체, 진화를 위한 소화기 사용 등등... 어쩌면 이건 내가 과학을 조금 공부해 본 사람인지라 더 실감나게 절망적으로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갑자기 학부 1학년 때 물리학실험1에서 다뤘던 '우주선의 자세 제어'라는 실험 주제가 떠오르는 건 뭘까..)
난 그 마지막 장면에서 정말 눈물이 나올 뻔 했다. 지구 속의 또다른 무중력 상태와도 비슷한 바다속에서 탈출하여 해안으로 헤엄쳐 나와 가까스로 생존에 성공한 여주인공이 흙바닥을 딛고 일어섰을 때. 그 일어선 포스쳐 자체가 지상의 인류 사회를 상징하는 중력의 거대한 원리를 설명해 준다. 그리고 거기서 장면이 끝나면서 G R A V I T Y 라는 화면이 뜨며 영화의 종료를 알리는 것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런 면에서 이 영화는 단순한 SF 영화도 아니고 처절한 재난 영화도 아닌 것 같다. 이 영화가 다루는 것을 지켜보면 공상 과학 영화와 내셔널 지오그래픽 채널의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걸어가는 것 같아 보이고, 재난을 초인적으로 극복하는 것과 재난에 목숨만 부지해서 살아나는 것의 경계가 불분명해 보인다. 영화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우주 공간에 부재했던 존재, 바로 중력만이 이 영화의 모든 것을 내 맘 깊이 찔러넣어주는 것 같다. 이 중력은 단순히 F=GMm/r² 의 식으로 계산되는 물리학적인 인력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 듯 싶다. 남녀 주인공을 묶어주던 끈, 무선 통신, 추억과 이야기 그 모든 것이 무중력의 공포로부터 안정감을 부여해주는 인력, 곧 중력이었던 게 아닐까 싶다.
그 거대하고 아름다운 공간을 완벽하게 공포스럽게 만들어버린 영상에 찬사를 표하고 싶다. 보는 내내 다른 생각이 들지 않았고, 손에 땀을 쥐며 한 순간 한 순간을 열심히 눈에 담았다. 그야말로 놀라운 영화였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