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사이트 소개
Introduction of the website
fluorF 소개
Introduction of fluorF
새로운 소식
News
하루 이야기
Daily essay
글
Articles
사진첩
Album
방명록
Guestbook
하루 이야기
Daily essay
연도별 책갈피
today 2024 2023 2022 2021 2020 2019 2018 2017 2016 2015 2014 2013 2012 2011 2010 2009 2008 2007 2006 2005 2004초등학교 4학년 때 컴퓨터 학원에 약 1년 정도 다녔다. 예전에 진흥아파트 오거리에 대농컴퓨터학원이라고 있었는데 ㅡ 옛날에는 박달동까지 분점을 낼 정도로 흥했는데 요즘은 어떤지 전혀 모르겠다 ㅡ 거기서 짧은 시간 동안 무척 많은 것들을 익혔다. 당시 나는 몇몇 이미지 제작 프로그램, MS-DOS, 한글, Lotus 1-2-3, 그리고 MS 파워포인트를 익혔다. 5학년 때 학교에서 진행하는 과학실험실습에 푹 빠지는 바람에 기회비용이라고 생각하여 컴퓨터 학원을 그만두었지만 만일 계속 공부했더라면 꽤 많이 공부하지 않았을까 싶다. 특히 외국어를 좋아하는 내 본성상 프로그래밍 언어를 익히는 것에 매우 환호하며 밤새 코드를 짜고 환호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실제로 그런 습성은 간간히 발현되었다. 내가 4학년 때 집에서 시간이 나면 늘 했던 일 중에 하나는 한글 3.0 (당시 윈도에 깔렸던 한글) 을 이용해서 표를 만들어 경기도의 자연 문화재와 역사 문화재를 정리하는 일이었다. 당시 사회 수업을 재밌게 듣다보니 어느 도시에 어느 문화재가 있는자 손바닥 손금 보듯 훤히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걸 표로 늘 정리하곤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작업은 부질없는 작업이었다. 워드 프로세서가 지금처럼 좋지도 않았고, 서식도 항상 틀러지는 데다가 뭔가 결함이 있었다. 하지만 학원 수업 때 배워 먹은 건 걸 써 가며 내가 원하는 표를 완벽하게 만들기 위해 늘 몇 시간을 한글과 씨름하곤 했다.
초등학교 5학년 겨울에는 메모장과 당시 쉐어웨어로 제공되던 나모 웹에디터를 이용해서 홈페이지를 처음 만들었었다. 아버지께서는 내가 초등학생일 때부터 컴퓨터 관련 서적들을 사 주셨는데 ㅡ 지금 생각해보면 아버지는 참 소름 돋을 정도로 진보적인 분이었다. ㅡ 그 중 하나가 html이었다. 나는 거의 몇 달 동안 그 책과 씨름하며 혼자서 html을 익혀나갔는데 정말 몇날 며칠을 폐인처럼 모니터 앞에서 살았다. 그 좋아하던 게임들도 안 하고 코딩에 매달릴 정도로. 그렇게 해서 넷츠고(Netsgo) 계정에 첫 홈페이지가 생성되었다. 그 홈페이지는 중학교 때 story store란 이름으로 개편되었고, 고등학교 진학 전에 transport king 이라는 이름의 트랜스포트 타이쿤 팬페이지로 탈바꿈했으며, 파란닷컴의 서비스 종료와 함께 몇 년간 홈페이지 운영은 멈춰졌다가 2007년에 다시 fluorF.net에 둥지를 틀고 부활하여 지금에 이르고 있다. 특히 2011년에는 3번째 리뉴얼을 준비하면서 html 말고 웹 디자인 언어인 CSS를 익히는 데 적잖은 공을 들였다.
대학원에서는 Adobe Illustrator와 3D MAX 를 통해 그림을 그렸다. 이것도 삽질의 연속이었다. 내가 원하는 바를 이제는 텍스트가 아닌 이미지로 구현해내는 데 여기는 감각이 필요했다. 그 감각과 기술을 습득하는 데 문턱이 다소 높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은 간단한 것들은 쉽게 그릴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
가장 최근 이 삽질의 연속을 경험한 것이 MS Access 였다. 사실 오피스 프로그램들 중에서 액세스는 가장 사용률이 낮은 편이다. 데이터베이스를 다루는 프로그램이지만 대부분 직관적인 엑셀을 활용하기를 선호하며 액세스는 범접하기 어려운 이상한 프로그램 취급을 당하곤 한다. 나는 왠지 이 프로그램을 언젠가는 써먹을 일이 있다고 굳게 생각했고 2011년에 처음으로 액세스 관련 서적을 사서 공부해보기 시작했다. 처음엔 정말 아무것도 몰랐지만 하다보니 왠지 언젠가는 많이 활용할 거라는 예감이 들어맞을 것 같았다. 내가 액셀을 쓰면서 아쉬워했던 기능들이 여기 다 있었던 것이다!
그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은 바로 2012년에 일반화학실험 조교를 할 때. 스무 명 정도 학생을 데리고 10개 실험 과제를 진행하는데 퀴즈와 보고서 점수, 출결 및 성적 관리에 액세스를 활용했더니 데이터를 다루는 부담이 절반으로 줄었다 ㅡ 물론 테이블과 쿼리, 폼을 짜는데 그 나머지 절반의 노력을 들인 것은 비밀... 실험실 사람들도 모두들 신기해 했고, 나 스스로도 이런 걸 해냈다니 놀랍고 뿌듯했다.
요즘 그 일을 반복하는 중이다. 실험실 관리 및 계획을 위해 모든 것을 일괄적인 방식에 따라 데이터베이스화 하려는 계획을 진행 중인 것이다. 가장 기본이 되는 주문/결제와 시약 관리,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연구자료들도 그렇게 관리를 하려고 한다. 어제 벌써 3시까지 잠 못자고 그 망할 visual basic 연산자를 하나하나 고쳐가며 검색창을 제대로 구현했다! 만세! 어제 그게 제대로 작동하는 걸 보고 어찌나 기뻤는지 모른다. 이게 바로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떼 컴퓨터 붙잡고 씨름하면서 얻은 성취감의 재림이었다. 갑자기 지난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아마 새 시스템은 다음주 쯤에 선보일 것 같다. 그 때까지 빈틈없이 준비해서 교수님과 실험실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해 줘야지! 그러고보니 내게 액세스의 중요성을 처음 이야기한 사람도 아버지셨다. 아버지께서 큰맘 먹고 사 주셨던 엑셀 97 / 액세스 97 합본 참고서를 서가에 쳐박아두고 읽지 못한게 아쉬울 따름.. (이라기엔 그 땐 초등학생이었는데 내가 읽고 뭐 할 수 있었겠나? 하하하)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