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학교에서 집에 가다가 어떤 어르신의 길앞잡이 역할을 해 드렸다. 원래 나는 서울대입구역에서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이 있는 쪽으로 나와서 걷다보면 나오는 버스 정류장에서 9번을 타고 집에 간다. 그런데 어떤 나이드신 어르신이 나를 불러 세우는 것이 아닌가. 그 분은 상도동 쪽으로 가는 길에 있는 봉천고개를 가려고 하는데 방향이 어딘지 잘 모르겠다고 하셨다. 그래서 나는 여기 서 있는 곳을 기준으로 해서 앞에 보이는 봉천사거리에서 좌회전해서 죽 가시면 된다고 말씀드렸다.


하지만 어르신은 단순히 방향이 어딘지 아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그 장소까지 인솔해 달라고 부탁하셨다. 잠깐 어안이벙벙했지만 뭐 상황을 보아하니 약주를 하신듯도 하고 왠지 이대로 보내드리기엔 안 될 것 같아서 봉천고개로 향하는 버스들이 멈추는 정류장까지 모셔다 드렸다.


이 어르신께서는 뜬금없이 내 성씨를 물어보셨고 ㅡ 나는 김해김가라고 말씀드렸다. ㅡ 나이를 이내 물어보시더니 나같은 사람을 사위로 두고 싶다는 정말 '맘에도 없는' 말씀을 하셨다. 정류장에 다 이를 때쯤에는 '젊은이는 내 나이 때에도 당당히 살아', '내가 덴마크에 갔는데 거기는 노인들이 젊은이들 다닐 시간엔 다니지 않아.', '스웨덴 사람들은 참 젠틀해.'와 같이 다소 이해하기 힘든 말씀을 하시더니 내 손을 잡으시고 이제 돌아가도 괜찮겠다며 나를 놓아(?)주셨다.


뭐 동화 속 이야기, 이를테면 아저씨께서 버스에 올라타시기 전에 내게 고맙다며 어떤 주머니를 쥐어주고, 그 주머니에는 마법의 콩이 담겨있었다, 그런 걸 기대하거나 생각한 건 아니지만, 아무튼 그 나이에 북유럽 여행도 다녀오시고, 말투도 신사적인 젠틀한 말투인 걸 보면 보통 어르신은 아닌 듯 싶었다. 이런 일도 있구나 싶었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