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오늘 1시에 AFM을 찍다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아니야, 이건 분명 잘못된 거야. 열을 가하는 노(furnace)의 온도 설정이 이상한지 예전에는 잘만 관찰되던 현상이 요즘따라 갑자기 잘 안 나타나고 있다. 이게 대관절 어찌된 일이란 말인가? 물론 실험을 하다보면 뜻대로 안 되는 경우가 더러 있기는 하다. 그러나 '될 지 안 될 지 모르는 일'을 실패할 때보다 '늘 되던 일'을 실패할 때 더욱 큰 낭패감을 맛보기 마련이다.


오늘 원래 AFM 이미지 얻는 데만 주력하고 나머지는 느긋하게 발표자료를 만들면서 새로운 일들을 좀 섞어볼까 했는데, 완전히 일정을 다 그르치고 말았다. 나는 2시부터 다시 실험에 재돌입했고,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된 노의 온도를 평소보다 다소 올려서 사용하기로 했다. 그 결과 지금까지 별로 쉬지도 못하고 계속 일하게 되었고, 지금 나는 세 번째 플라즈마 처리를 눈앞에 두고 있다. 아마 집에 가기 직전까지 실험을 계속 하고 있어야 될 듯 싶다.


너무 한꺼번에 모든 걸 확인하려고 했던 게 잘못이었을까? 사실 조금씩 조금씩 확인할 수 있었는데. 그리고 오늘 자료들을 정리해보니 군데군데 빠져 있는 데이터도 있었다. 차라리 이들 데이터를 착실히 채우면서 실험했다면 오늘같은 낭패감은 덜 경험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 역시 실험에는 왕도가 없으며 결과는 로또같은 한방이 아니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