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처음으로 Directed Self-Assembly(DSA) 실험에서 만족할 만한 결과를 SEM으로 확인했다. 처음으로 stepper를 이용해서 수백 nm ~ 수 μm 되는 이랑(trench) 구조를 가진 Si 웨이퍼를 반도체공동연구소에서 받았던 때가 작년 10월~11월 정도였으니 대략 반년만에 의미있는 결과를 얻은 셈이다. 물론 반년동안 계속 이 일을 한 것이 아니었고, DSA가 아닌 그냥 self-assembly에서의 결과를 얻느라 꽤 많은 에너지를 쏟아 붓긴 했다. 그 덕에 이쪽 관련 실험에서 한 거대한 부분은 거의 다 완성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데이터를 쌓아두었다. 하지만 다른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DSA 실험같은 경우는 번번이 실패해서 나나 희정이나 다소 낙담해 있었던 게 사실이었는데, 어제 및 오늘에서야 돌파구를 찾은 듯 싶다.


원인은 생각보다 간단한 것에 있었고, 블록공중합체 박막 자기조립의 기본 중 기본인 어떤 요인을 조절했을 때 제대로 된 결과를 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하였다. 어제 FE-SEM을 찍는데 진짜 전혀 기대하지 않고 배율을 높였다가 한쪽 방향으로 잘 정렬된 나노구조를 보는 순간 심장이 멎어버리는 줄 알았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손을 모아 '주여!'를 외쳤다.


일단, 지금의 DSA 실험이 성공했다고 해서 모든 일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 실험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패턴의 마스크를 제작해서 마이크로구조가 있는 기판을 다시 제작해야 하고, 또 그 경우에는 블록공중합체 농도나 코팅 조건이 바뀔 수도 있다. 그러나 이제 '조건 조절'에 대해서는 전혀 두렵지 않다. 이제 원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으니 현명하게 실험하며 원하는 최종 결과물을 뽑아내는 일만 남았다.


교수님께서 DSA만 잘 된다면 이 일은 Advanced Materials에 투고할 수 있는 좋은 일일 거라고 하셨고, 나도 그리 생각한다. 부디 잘 진행되어서 모두를 기쁘게 할 논문이 되었으면 좋겠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