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실험실에 화학연구실험 과목으로 한 학기 동안 실험을 배우고 실제 연구에 참여하는 학부생이 있는데, 꽤나 독특하다. 자세한 신상은 여기서 이야기할 수 없겠지만, K는 (이하 그 학생을 K라고 부른다.) 주말에도, 심지어 주일에도 학교 실험실에 나와 자리를 지키는 아주 신기한 아이이다. 내가 학부생 때 주일에 학교에 나온 적은 정말 드물었고, 다만 '전자학 및 계측론' 리포트 작성 때 실험 같이 하던 누나와 시간을 맞추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그 학기에는 주일 밤마다 전산원에 와서 작업해야 했다. 내가 원해서 스스로 주말에 학교까지 온 적은 정말 한 손가락에 꼽기에도 어려울 정도인데, 이 학생은 방학 때에나 학기 중에나 주중에나 주말에나 심지어 자정이 넘도록, 혹은 새벽이 오기가 무섭게 실험실에 나와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아무튼 이 학생을 맡아서 지난 한 학기동안 이온성 액체를 이용한 실험을 진행했는데, 중간에 약간의 난관이 있었지만 우회해서 실험 방향을 틀었더니 오히려 더 재미있는 결과들이 나와서 요즘 신나게 실험결과들을 얻는 중이다. 왠지 지난 번에 이어서 학부생의 연구참여를 통해 얻은 결과를 통해 논문을 쓸 수도 있을 것 같다고, 교수님께서 그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시기까지 할 정도이니 말이다.


대학원생들에게 연구참여를 하는 학부생은 가끔 성가신 존재로도 여겨진다. 왜냐하면 학부생은 아직 공부를 하는 입장이니 본격적으로 실험을 하기에는 미숙한 점도 많아 사실상 대학원생의 실험에 큰 도움을 주지는 못하는 편이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대학원생은 자기 일 챙기기도 바쁜데 자기에게 맡겨진 학부생을 챙겨줘야 한다. 때문에 대학원생들이 이미 다 해 본 쉬운 실험들, 이미 결과를 다 얻어본 실험들을 주로 학부생에게 시켜 연구실에서 진행되는 실험이 어떠하다는 것을 맛보게 하는 수준으로 연구참여가 진행되는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학부생들은 대학원생들처럼 매일같이 실험실에 나오지는 못한다. 대학원생들에 비하면 학부생들은 얼마나 다양한 일들로 한 주 스케쥴이 빼곡한가! 때문에 연속적인 실험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아 그 사이사이 빈 시간에 하는 실험은 결국 고스란히 대학원생 몫이다.


그런데 K 는 매일같이 실험실에 나오고 또 매일같이 할 것을 달라고 요청하니, 가끔 귀찮게 느껴지기는 하지만 다른 연구참여학생들을 챙겨줄 때 드러나는 문제점들은 없었다. 오히려 연속적으로 실험 목적대로 결과를 얻을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그리고 이전에 해봤던 실험이 아닌 '나도 잘 결과를 모르는' 실험을 수행한 덕분에 흥미로운, 그러나 놀랍게도 예측 가능한 실험결과들이 척척 나와서 나 스스로도 놀랐다. K 가 자신이 실행한 실험에 대해 뿌듯함을 느끼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나는 K 를 통해서 어떤 주제의 실험을 체계적으로 잘 진행할 수 있었다는 사실에 매우 기쁘고 뿌듯하다.


이로서 두 번째 연구참여학생 실험 주제도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듯 하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