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일과 아주 직접적인 상관이 없는 타인의 일들로 이렇게 우울감을 느끼기도 참 오랜만이다.

어떻게 보면 직접적인 상관이 없는 것이 아니다. 실험실 후배는 그랬다. "오빠가 졸업하는 것과 남들이 졸업하는 것이 상관 없는 거 같죠? 남들 졸업하는 것 도와주는 게 오빠 졸업을 더 수월하게 하는 것이나 다름 없어요." 처음 들었을 땐 50%만 맞는 말이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75% 정도 맞는 말인 것 같다. 아직 25% 정도 부정하는 이유는 '내가 도와줘봤자 사람들 졸업엔 도움이 되지 않았을 것이야!' 라는 일종의 회피성 항변이다.

보통은 이럴 때 거슈윈의 Rhapsody in Blue 를 듣는데 오늘은 어쩌다가 아이유의 노래를 듣게 되었다.


우울하다 우울해 지금 이 시간엔 우울하다
우울하다 우울해 지금이 몇 시지 열한 시 반
우울하다 우울해 또 우울시계가 째깍째깍
우울하다 우울해 라면 왜 먹었지 살 찌겠네
비가 온다 비가 와 끈적거리게 자꾸 비가 와
잠이 온다 잠이 와 그냥 세상 만사 귀찮아
 
시간이 흐르면 가슴 찢어지던 이별도
시간이 흐르면 이불 걷어찰 어린 기억도
잊혀진다 잊혀져 그냥저냥 휙휙 지나 가
잊혀진다 잊혀져 그땐 그게 전분 줄 알았는데
 
시간이 흐르면 지금 이리 우울한 것도
시간이 흐르면 힘들다 징징댔던 것도
한때란다 한때야 날카로운 감정의 기억이
무뎌진다 무뎌져 네모가 닳아져 원이 돼
 
우울하다 우울해 무뎌져 가는 게 우울하다
씁쓸하다 씁쓸해 한약 다려 마신 듯 씁쓸
우울하다 우울해 별 것도 아닌데 우울하다
우울하다 우울해 우울우울 열매 먹은 듯 우울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