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레스덴은 이번 주말이 네 번째 방문이었지만, 이전의 방문과 크게 다른 점이 있다면 공무(公務) 없이, 다른 연구자 없이 방문했다는 점이다. 그래서 내가 원하는대로 온전히 드레스덴을 돌아다닐 수 있었다.


토요일에는 드레스덴으로부터 체코 쪽으로 가다보면 나오는 사암(砂岩)지대 산악 지형인 작센 스위스(Sächsische Schweiz)에 다녀왔다. 산이라고는 찾아볼 길 없이 평지만 가득한 독일에도 등산이 가능한 산악 지형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작센 스위스이다. 과거 이 지역을 유람했던 스위스 사람이 '여기 모습이 내가 살던 스위스의 쥐라(Jura)와 비슷하구나!'라고 여겼기에 작센의 스위스라는 이름으로 소개했고, 그 이름이 널리 퍼져 이런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재미있게도, 이 지형은 당연히 체코 국경 너머에까지 이어지는데 체코에서는 체코 스위스(České Švýcarsko)라고 부른다고 한다.] 혹자는 여기를 독일의 장자제(张家界)라고 묘사하던데, 그건 중국인들에게나 혹은 장자제에서 큰 감명을 받고 돌아온 관광객들에게는 큰 모욕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다만 독일에서 보기 힘든, 그리고 국내에서도 딱히 보기에는 쉽지 않은 멋진 풍광이 있으니 드레스덴 여행 중에는 충분히 와 볼만한 가치가 있다 할 수 있겠다.


나는 S반 기차를 타고 쿠로르트 라텐(Kurort Rathen)역에 내려서 배를 타고 강 건너편으로 넘어간 다음, 산길을 따라 바스타이 다리(Basteibrücke)를 건넜고, 잠시 맥주를 마시며 목을 축인 뒤 화가의 길(Malerweg)을 따라 슈타트 벨렌(Stadt Wehlen)으로 내려와 배를 타고 강 건너편으로 다시 넘어왔다. (참고로 벨렌이라는 동네는 자그마한 동네였는데, 교회 앞 광장이 참 귀여웠다.) 한국의 산행을 즐긴 사람이라면 뭐 이 정도는 등산이라고 부르기에도 참 민망하다고 여길 수준이었지만 날이 너무 더워서 땀을 좀 뺐다. 하지만 산행 중에 바라본 엘베(Elbe) 강과 강가 마을의 모습, 영험하게 침식을 피한 기기묘묘한 사암 기둥의 모습, 굳건히 세워진 바스타이 다리, 그리고 널찍한 산길은 산행의 더위도 싹 가시게 만들어주었다. 그 길로 드레스덴으로 돌아온 나는 드레스덴 구 시가지(Altstadt)의 낮 모습과 밤 모습을 감상하며 예전에 드레스덴 공과대학 교수가 추천한 바 있는 Bautzner Tor라는 음식점에서 구야시 요리를 한 그릇 뚝딱 해치웠다.


일요일에는 드레스덴으로부터 약 30분 정도 떨어진, 북쪽에 위치한 모리츠부르크(Moritzburg)에 갔다. 거기에는 사냥을 좋아했던 작센의 공작인 모리츠(Moritz)가 사냥을 위해 세운 행궁이 세워져 있었는데, 후에 그의 후손들이 개축과 신축을 거듭하여 선제후와 왕의 별궁인 모리츠부르크 성(Schloss Moritzburg)이 되었다. 큰 인공호수 정 가운데 아담하게 세워진 노란 벽면의 이 바로크 양식의 성은 그 위치 덕분에 그 아름다움이 배가되었다. 호수에 반사되어 보이는 성의 모습이 마치 동화 속 한 장면이라고 해야할까? 그런 느낌을 주었기 때문이다. 성 내부에는 사냥과 관련된 각종 장식들과 더불어 ㅡ 도대체 이 높으신 분들이 살면서 얼마나 많은 사슴들을 잡아들인 건지 가늠하기 힘들 정도였다. ㅡ 작센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인 '강건왕(der Starke)' 아우구스투스 2세와 관련된 많은 흔적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참, 성에 들어갈 때 HistoPad라고 하는 셀프투어 태블릿을 가지고 들어갔는데, 모리츠부르크 성의 역사와 세부적인 내용들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이틀 합쳐 4만보는 너끈히 걸었다. 더운 날씨에 많이 걸은 만큼, 갈증도 심했지만 틈틈이 마신 물과 맥주(?)는 여행의 힘듦도 잊게 해 주었다. 도대체 왜 이렇게 날씨가 더운 것일까 의아했지만, 내일부터는 비가 오면서 기온이 10도 이상 큰 폭으로 꺾이게 된다. 글을 남기는 지금, 바깥은 요란한 바람 소리로 벌써 내일 온도가 크게 낮아질 것이라는 경고음을 내고 있는 듯하다. 이제야 비로소 긴 팔을 주섬주섬 챙겨온 보람을 느끼겠구나, 이런 생각을 하면서 이제 독일에서의 2주차를 모두 마감한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