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살고 있는 한라아파트로 다시 돌아온 지 몇 년만에 방 구조를 바꾸는 작업에 착수했다. 이미 금요일에 해당 작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선언하신 우리 어머니의 뜻을 받들어 나는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 밥을 먹지도 않은채 부지런히 책장의 책들을 꺼내서 버릴 책들과 남겨둘 책들을 분류하는 작업에 착수하였다. 그런데 책들을 꺼내보다보니 한동안 읽지 않았던 책들을 다시 살펴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게다가 책장에는 책만 있는 것이 아니라 온갖 기록물들이 함께 있었는데 그것들을 보노라니 입가에 번져가는 미소와 헤헤거림은 어찌 막을 도리가 없었다. 특히 고등학생 때의 기억과 대학 초반 때 숙제하느라 고생했던 것들이 새록새록 떠올라서 잠시나마 기분이 참 좋았다.


그렇게 책들을 분류하고 나서, 방에 있는 피아노의 위치를 옮기고, 침대의 위치를 옮기고, 세로로 세워져있던 책장을 가로로 눕혀 옮기고, 마지막으로 책상의 위치를 옮기니 대강의 구도는 완성! 그런데 쓰레기가 너무나도 많이 나오는 것이 아닌가. 설렁설렁 물건들을 치우고, 버릴 것들은 묶어서 한데 모아 버리니 시간이 훌쩍 지나가 저녁 먹을 시간이 되었다. 위치를 옮긴 컴퓨터를 켜봤지만, 이전부터 문제가 있던 랜카드가 완전 맛이 갔는지 이젠 인터넷 접속도 되지 않는다. (현재 이 글은 집에 있는 PC가 아닌 MS Surface로 작성 중이다.)


동생과 함께 밥을 먹으려고 했는데, 왠지 특별한 게 먹고 싶어서 집 앞에 있는 감자탕 집에 가자고 제안했고, 보통같으면 뼈해장국을 시켜서 먹었을텐데, 오늘은 감자탕전골 '소'자를 시켜서 다 먹었다. 방정리도 다하고 배도 부르고, 모든 것이 괜찮다. 추억에 잠겨 웃었던 화창한 토요일이었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