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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이제 서른이 되어 깨닫는 거지만, 해가 갈수록 이해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 예전에는 이건 맞고 저건 틀리고, 이건 받아들일 수 있고 저건 못 받아들이겠고 하는 것이 많았다. 그런데 요즘은 비록 그런 주장과 행동을 내가 좋아한다고 말할 수는 없어도 왜 그런 식으로 말하고 행위하는 지 머리로 잘 이해해 줄 수 있다는 생각을 무척 많이 했다. 올해 유난히도 복잡한 사건들이 많이 터졌는데 여러가지로 생각하다보니 왜 황희 정승이 '네 말도 옳다'고 했는지 알 것 같다. 물론 절대적인 기준에서의 옳음은 결국 나의 세계관과 가치관에 따라 결정해야 하지만, 적어도 그 사람의 기준에 맞춰서 생각해보자면 '너도 그렇게 생각하고 그게 옳다고 여겨 행동할 수도 있겠구나'라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중고등학생 때 인생계획을 짜던 그 시간에 내가 서른이 되면 이미 직장도 가지고 혼인도 해서 아이가 있을 줄 알았다. 서른이면 다 큰 어른인 줄 알았다. 그런데 그 여남은 해가 지나가면서 세상도 무척 많이 바뀌어 버렸다. 내 주변을 돌아봐도 (나를 포함하여) 정말 어른다운 서른은 그리 흔치 않은 것 같다. 혼인한 서른살은 이 주변엔 그리 흔치 않고, 직장이 없는 사람도 더러 있다.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는 정말 이 시대에는 아주 말도 안되는 틀린 가사를 담고 있다! 누가 그렇게 낭만적으로 인생을 반추해보는 서른 즈음을 보낸단 말인가!) 나는 여전히 박사과정 학생으로 공부를 하고 있고, 이제 '노벨상 수상'이라는 이야기가 다른 사회적 구조에 사는 먼 나라 사람의 이야기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꽤나 현실적인 사람이 되었다. 이건 내가 생각했던 서른의 삶이 아닌데... 라고 잠깐 생각했지만, 어차피 지금 내가 그 '서른답게' 살고 싶어하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떠올려보면 지금 이 삶의 모습이 결코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연구책임자는 아니지만 그래도 연구원으로서 6년의 시간을 보내니 대한민국에서 과학을 연구하는 학생으로 사는 것이 어떠하구나 하는 것을 자세히 밝혀 설명할 재간은 못 되어도 대충 느낌이 팍 온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내 인생의 변곡은 아마도 서울대학교를 떠날 때 찾아오게 될 것 같다. 20대의 모든 시간을 이곳에 쏟아부었는데 대략 1년 정도는 이 곳에 더 남아 연구를 지속하게 될 것 같으니 달리 생각해서 20대의 연장이라고 생각해 두는 것이 낫겠다. 그렇게 치면 곧 맞이하게 되는 30대의 이름표는 그리 큰 의미를 가진 게 아니다.
그냥 한 가지 ㅡ 누군가가 내게 나이를 물어볼 때 굳이 겸연쩍게 '스물 아홉이요'라고 거추장스럽게 말하지 않고 짧고 간결하게 웃으면서 '서른입니다' 라고 얘기할 수 있는 것, 그게 큰 변화이다.
이러나 저러나, 2014년은 참 행복한 한 해였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