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혹 모바일 위치 정보 시스템을 켜두는 경우가 있다. 해외에 갔을 때는 거의 늘 항상 켜두고 다니는데, 국내에서는 가끔 현재 내 위치를 제대로 확인해야 할 때, 아니면 주변 지역 정보를 보다 편리하게 받아보기 위해서 켜 둘 때가 있다. 주변 1 km 내에 정류장이 있다든지 혹은 명소, 편의 시설이 있다는 정보를 꽤나 영리하게 알려주는 고마운 기능이 오직 위치 정보 ON 상태에서만 유효하게 작동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정말 우연히 delicious.com 이라는 링크 기반 SNS 사이트에 호기심으로 들어갔다가 거기서 우연히 발견한 기사를 통해 알게 된 사실. 구글 맵에는 내 위치 정보를 시간별로 저장해두어 하룻동안 내가 어디를 갔고 또 어떻게 이동했는지에 대한 자세한 동선을 알려주는 기능이 있었다. 좋게 말하면 내 하루 일과를 되짚어보고 과거에 어디 갔었는지를 알려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나쁘게 말하면 누군가가 내 위치 정보, 곧 사생활에 가장 민감한 부분을 들춰볼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최근 몇 달간은 위치 정보 기능을 꺼 두었지만 지난번 MRS 갔을 때 보스턴에서, 그리고 10월에 제주도에 갔을 때 등등, 간혹 기억되는 날짜들을 클릭해보면 내가 어디서 어디를 향해 갔는지 다 나온다. (심지어 내가 홍대나 이태원, 강남에 언제 갔는지, 우리 할아버지 장례식이 시작된 날에 내가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이동했는지, 내가 누굴 만났는지도 알아낼 수 있다!)


예전에 구글에서 사생활 정보들을 무분별하게 뽑아간다는 논란이 있어서 한창 재미있게 지켜봤었는데 이것이 꼭 먼 일은 아니었다. 네이트(nate)에서 개인정보가 다 털렸다고 했을 때에도 '뭐 그래봐야 귀찮은 스팸문자랑 보험 권유 전화 더 받는 거 아니겠어?'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지금 위치 정보가 정확하게 담긴 내 하루 동선을 살펴보노라니 이건 나를 흠칫하게 만든다. 모든 것이 선의로 이행된다면 문제가 없지만, 세상 일 모르는 것이 아닌가? 기술의 발전이 많은 것을 편하게 만들었지만 이런 당혹감도 선사해 줄이야. 내가 범죄를 저지른 건 아니지만 뭔가 찜찜하다. 아니, 꼭 범죄를 저질렀던 사람처럼 느끼게 해 주는 것 같아서 찜찜한 것이다.


(http://maps.google.com/locationhistory 에서 구글 로그인 유저는 위치 정보 추적이 가능하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