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스마트폰 데이터 통신이 3G이던 시절에는 항상 2 GB 정도를 썼고, 그래서 무제한 요금제가 나왔을 때 엄청 기뻐했었다. 그러다가 LTE로 통신시장이 바뀐 이후에는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가 없었는지라 ㅡ 물론 뒤늦게 그런 요금제가 나왔지만 너무나도 부담스런 가격이다. ㅡ 그나마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생각하던 62 요금제에 가입했었다. 월 62,000원에 데이터 5 GB 를 주는 것이었다.


그런데 통신 속도가 빨라지다보니 여러 컨텐츠들을 무계획적으로 마구 소비하기 시작한 것이 화근이었다. 한 달에 5 GB 면 지금 생각해도 꽤 큰데, 나는 그것마저 모자라 초과한 적이 종종 있었다. 유튜브를 비롯한 동영상 시청이 가장 큰 문제였던 것으로 생각된다. 뮤직비디오나 가끔 재미있는 영상을 보고 나면 수백 MB 씩 빠지는 것은 기본이었다. 한번은 1시간짜리 영화를 재미있게 봤는데 어이쿠야. 1 GB 는 우스웠네.


그래서 나는 통신요금으로 그간 휴대폰 단말기 분할금까지 합쳐서 매달 9만원 넘게 지출했다. 데이터 초과로 인해 10만원 넘게 지출한 적도 다반사였다.


언젠가 내가 허투루 소비하는 게 너무 많아 돈이 줄줄 샌다고 지적받은 적이 있었다. (고백하건대 나는 돈을 악착같이 모으는 스타일이 아니라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아낌없이 쓰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내 데이터 사용 습관을 돌이켜 생각해보니 이것부터 고치는 것이 절실히 필요하다, 그리고 이것부터 고치면 꽤 많은 돈을 아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2월 첫날에 나는 과감히 요금제를 62에서 42로 바꿨다. 42 요금제는 매달 주어지는 무료 데이터 용량이 1.6 GB 이다. 지난 달까지 매달 누리던 양의 1/4 남짓 해당하는 아주 적은 데이터이다.


집과 학교 오피스 및 실험실에서는 무조건 Wi-Fi를 켜두었다. 무선 인터넷을 사용하는 것을 습관화하다보니 내 주변에 무료로 인터넷을 허용해 주는 곳이 무척 많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해외에서도 '와이파이 거지' 노릇을 했던 게 막 떠올랐다. 하지만 이것은 달리 보면 거지는 아니다. 절약할 수 있는 것은 절약하자는 아주 건전한 정신이란 말이다!


그리고 오늘 2월 10일까지 쓴 양을 보니 대략 500 MB 에 못 미친다. 이 추세라면 아마도 2월동안 1.6 GB 를 초과하지는 않을 것 같다. 내 휴대폰 통신비도 대폭 낮아질 전망이다. 기본료가 42,000원이지만 휴대폰 약정을 24개월에서 30개월로 늘렸기 때문에 소정의 요금제 할인이 들어가게 될 것이고, 이번 달에는 추가해서 지출한 부가서비스나 상품 이용도 없었다. 다음달에 2월 카드비 청구서가 날아올 때 휴대폰 대금을 보며 50,000원을 벌어들였다는 착각을 하게 될는지도 모르겠다.

생각해보면 나는 자원을 아낌없이 잘 소비한다. 우리 어머니는 내 이런 성품이 아버지로부터 온 것이라며 한탄해 하시는데, 나는 어떤 면에서는 이건 나쁜 것은 아니라고 보지만 그렇다고 마냥 좋은 것은 아닌 것 같다. 어느날 문득 들었던 이런 위기의식에 대응하기 위해 나도 생애 처음으로 돈을 한푼 두푼 아끼고 있다. 당장 지난달 말부터 학교 내 커피 매장인 투썸플레이스에 내려가는 것을 자제하고 있는데, 이 또한 '최고의 재테크는 프랜차이즈 커피부터 끊어라'는 어느 경제학자의 재테크 조언을 참조한 용기 있는 행동이다. 그리고 이번 겨울에는 옷 한 벌 사지도 않았다. 작년에 워낙 여러 벌 사뒀기 때문에. 나름 나도 노력 중이다.


물론 책과 비누 만드는 제품들을 구입하면서 그렇게 아낀 돈은 결국 아낌없이 지출되고 말았지만. 그래도 보이지 않는 전파와 KANU 로 훌륭하게 대체 가능한 투썸 커피에 돈을 쏟아 흘려버리는 것보다는 낫지 않은가? 아무튼 지금 화장실 갔다왔으니 다시 핸드폰 와이파이 버튼을 눌러 활성화 시켜놓아야겠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