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부터 날씨가 너무 좋아서 어디로든지 놀러다니고 싶었다. (그리고 실제로 그게 이루어졌다!) 기온이 거의 20도에 육박할 정도로 따뜻한 날씨였기에 심지어 반팔과 반바지를 입고 다니는 사람도 보았다. 거리에는 나들이를 즐기러 온 사람들이 유난히 많았고 특히 온갖 방언들을 쏟아내는 중국인들이 정말 많아서 깜짝 놀랐다. 그런데 대륙은 사람들만 한반도로 보낸 것이 아니었고 저 네이멍구(內蒙古)의 모래바람도 같이 딸려 보내준 듯하다. 황사가 너무 심했던 것이다. 한바퀴 빙 돌아다니고 나니 눈은 간질거리고 입천장은 모래 한가득 머금었다가 뱉어낸 듯 텁텁하기 그지 없었다. 높은 곳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는 그야말로 참혹스러운 수준이었고 중동의 모래 폭풍이 이것의 수 곱절은 되겠지 생각해보니 그들의 삶이 무척 대단해 보였다.


최근 베이징(北京)의 공기 질은 더욱 나빠져 '집 앞에 산이 있는 줄도 몰랐더라'는 말을 할 정도라니 서울도 예외는 아닌 듯 싶다. 내가 어렸을 때도 이렇게 황사 때문에 직, 간접적인 피해를 받은 적이 많았던가 싶다. 그 때는 송화(松花)가루가 큰 문제였던 것 같은데. 혹여라도 교실 창문을 조금이라도 열어놓고 집에 갔다가는 다음날 책상 위에 노란 가루가 촘촘하고도 수북하게 쌓여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성서에서 말하는, 이스라엘 사람들이 광야에서 아침마다 발견했다는 만나처럼 말이다. 그런데 요즘은 황사 때문에 애로 사항이 많다. 특히 건강에 미치는 유해성 때문에 사람들이 더욱 신경을 많이 쓰는 것 같다. 어른들도 예전엔 이 정도는 아니었다고 하는 걸 보면 요즘 황사가 더 심해진 것은 사실이다.


어떤 기사에서는 최근 황사의 오염도가 높아진 것은 중국 때문이 아니라 한국 때문이라고 했다. 서해를 거쳐오면서 황사에 실려오는 중국발(發) 오염 물질의 농도는 옅어질 수밖에 없고, 오히려 한국에서 발생하는 오염 물질들이 황사 손님과 어우러지면서 더 심한 공해를 유발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이런 고생의 원인이 어디 중국 때문만이겠으며 또 한국때문만이겠는가. 아무튼 고비 사막에 나무도 무럭무럭 자라고 한중 양국의 오염 물질 배출도 극적으로 줄어서 황사 때문에 고생하는 사람들이 없었으면 좋겠다.


그런데 둘 다 불가능한 얘기 아닌가? 그나마 어젯밤에 바람이 잔뜩 불고 기온이 내려가 오늘 황사가 많이 걷힌 것을 보니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