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의 자유 일정을 끝으로 9년간 이어졌던 한독국제연구협력 프로그램, 줄여서 IRTG 프로젝트가 종료되었다.  이 기묘한 협력연구과제 덕분에 나는 독일에 세 번 올 수 있었고, 총 5번의 포스터 발표와 2번의 구두 발표를 진행할 수 있었다. 이번 IRTG 미팅은 독일 베를린의 막스플랑크협회의 Harnack Haus 에서 진행되었는데 3일간의 강연 일정 중 내가 맨 마지막 발표 순서를 맡았다.


사실 이번 미팅에 내가 참석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독일에서 장기 연수를 한 적은 없지만, 3번이나 단기 미팅에 참석하기 위해 출국하게 될 줄은 예상조차하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내가 이번에 구두 발표를 하게 될 줄도 몰랐다. 이 연구협력과제의 주제는 자기 조립 물질 기반의 광학적, 전기적 응용에 관한 것인데 나는 응용 부분이 거의 전무했기 때문에 참석할 때마다 '내가 이 연구협력과제에 참석해도 되는건가' 하는 의문이 끊이지 않았던 나였는데 무슨 구두 발표를 한단 말인가. 하지만 혜택을 받았으니 그만큼의 값은 해야하지 않겠는가? 사실 구두 발표는 다른 사람들 중에서 딱히 할 사람이 없으면 내가 그짐을 지겠노라고 자원한 것이었다.


제대로 준비가 되지 않은 출국이었던지라 발표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했고, 발표 전날에는 꼭 제대로 발표할 해내지 못할 것만 같아서 받게 된 스트레스가 어마어마했다. 다행스럽게도 발표는 잘 진행되었고 한국 교수님들은 내가 영어를 잘한다고 칭찬하셨다. (특히 영국 억양이라며 어디서 영어공부를 했나고도 물어보시는 교수님이 계셨다. 남아공 억양인데..) 연구 결과에 대한 인상도 좋게 심어준 것 같고 , 좋은 코멘트도 받았다. 다음주에 영국에서 발표할 때의 걱정을 다소 덜었다.


아무튼 이렇게 유럽 체재 중 중요한 한 고비를 넘겼다. 마음같아서는 맘껏 여유를 즐기고 싶지만, 최근 독일 날씨가 변덕이 심해서 컨디션이 매우 안 좋아졌다. 내일 마인츠(Mainz)로 내려가서 독일 친구들과 즐거운 하루를 보낼 예정인데, 과음해서는 안 될 것 같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