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 출시된 '스타크래프트 2: 공허의 유산'의 싱글플레이 영상을 하루에 한두개씩 보고 있다. 내가 스타크래프트 2 게임을 전혀 하지 않아서 아주 명확하게 유닛의 명칭과 활용법에 대해 숙지하고 있는 편은 아니자만 이것저것 찾아보며 들여다보니 대충은 이해할 수 있었으므로 영상을 통해 내용을 알아가는 데 큰 무리는 없었다. 사실 전작들이었던 '자유의 날개'와 '군단의 심장'도 각각 유튜브 동영상과 블로그 연재글을 통해 간접적으로 경험했는데 워낙 재미있게 며칠간을 마치 '일일드라마' 보듯이 즐겼기에 이번에도 새 확장팩이 나오면 그리하겠노라 마음먹었었고 실제로 잘 이행하고 있다. 다만, 오늘은 휴일이라서 오가는 버스 안에서 평소보다 훨씬 많이 동영상을 재생했다. (그리고 그 덕분에 무료 데이터 사용량이 급증했다. 화질을 대폭 낮췄는데도 말이다.)


3D 그래픽 영상이 실로 압도적이다. '자유의 날개'를 처음 봤을때만 해도 입이 딱 벌어졌는데, 이건 정말 영화를 보는 느낌이다. 특히 몇몇 시네마틱 영상에서는 거의 실사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의심스러운 장면들이 여럿 있었다. 게다가 프로토스의 유닛과 건물 묘사에는 세련된 금속재질의 광택과 찬란한 빛 효과가 두루 쓰여 있어 화려하다는 느낌이 들었고, 어렸을 때 '미래 21세기에는...'으로 시작하는 어떤 이야기를 들었을 때 머릿속에서 그려지던 그런 모습들이 실제로 구현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최근 본 여느 게임의 영상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수준의 영상미를 자랑하고 있었다.


또한 이 게임이 가져다주는 메시지도 참 의미심장하다. 실험실의 경태가 '공허의 유산'의 줄거리에서 등장하는 복제 인간 윤리에 대해서 이야기했을 때 이것은 현실을 사는 우리에게조차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복종과 개성, 일치와 자율은 어떻게 균형감있게 유지되어야 하는 것인가. 심지어 게임 속의 가상의 존재들 속에서도 민족의 통합과 분열, 그 속에서 보이는 보혁간의 갈등이 여실히 드러난다. 또한 적은 누구이고 동맹은 누구인가. 스타크래프트 세계관에서 과연 선(善)이란 어떤 것이며 또 그것이 어떠한 가치를 종족들에게 구현시켜 주었는가.


사실 이런 영상미와 스토리는 다른 게임에서도 찾아볼 수 있을만한 요소들이긴 할 것이다. 하지만 1998년 첫 출시 이후, 내 지갑에서 많은 돈과 휴식 시간의 많은 시간을 빼앗아간 이 게임 ― 그래봐야 뭐 다른 사람들에 비하면 적은 편이겠지... ― 이 우리 세대 친구들의 삶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단순한 '게임' 그 이상이다. 우리는 만나면 배틀크루저와 캐리어 중 어떤 것이 더 센지, 벌쳐의 진동형 공격이 유용한 것인지, 아드레날린 저글링의 활용성에 대해 늘 토론하곤 했다. 그렇기에 '스타크래프트 2: 공허의 유산'에서 보여주는, 전작들을 넘어선 그 비약적인 발전상과 장대한 스토리는 참으로 감개무량이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를 다시 일깨워주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이 게임을 구매해서 진행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그러나 이 게임을 해도 괜찮을 여력과 여유가 충분히 보장되었다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이 게임을 구매하는 데 지갑을 열었을 것이다 (혹은 카드를 그었을 것이다). 당분간은 이 즐거운 일일드라마 시청이 계속될 것 같다. 엔 타로 아르타니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