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로군. 부모님 댁이 있는 원주까지 차를 몰고 가는데 2시간 조금 남짓 걸렸다. 자정 넘어 게걸스럽게 밥 한 그릇을 뚝딱 해치웠던 나는 그렇게 잠이 들었고, 거의 11시에 가까운 시간이 되어 일어났다.


그리고 지난 이틀간 하루의 삶은 다음과 같았다. 먹기, 낮잠자기, 나가서 걸어다니기, 스페인어 공부하기, 컴퓨터 만지작거리기, 오랜만에 화성학 책 들춰보기 등등. 아, 첫날에는 원주에 눈이 너무 많이 내려 나갈 엄두를 못 냈지 참. 오늘은 밖에 나가 마을 주변을 한바퀴 돌고 왔는데 치악산을 병풍 삼은 마을 모습이 무척 아름다웠다. 게다가 그 산야가 모두 하얀 눈이불을 뒤집어 쓰고 있어서 퍽 운치있는 겨울 풍경을 눈에 한껏 담을 수있었던 것이 이번 설 연휴 동안 누린 호사라면 호사다.


사실 마음 한 켠은 무겁다. 다음주까지 국외포닥 지원을 위한 계획서를 써서 내야한다. Langmuir에 냈다가 퇴짜를 맞은 논문도 수정해서 교수님께 드려야 한다. Adv. Funct. Mater.에 낸 논문은 투고된 지 40여일이 훌쩍지난 오늘에야 리뷰 결과가 나왔는데 아니나다를까 게제 거절. 실험에 관한 악평은 없었으나 , 간단히 훑어보니 응용 혹은 소자 제작 관련된 부분이 없다보니 자기네 저널에는 싣기 어렵다는 말인 듯싶다. 괜한 스트레스가 될 것 같아서 자세히 읽지 않았다. 도대체 이 일들은 한꺼번에 갑자기 몰아친단 말인가. 게다가 금요일엔 이사까지 하는데 말이다.


그래서 이번 연휴는 폭풍전야 휴지기이다. 뭘 더 지금 원주에서 생각해봐야 할 수 있는 게 없다. 그저 편히 쉬면서 하고픈 것들을 하자. 회의감이 더 엄습하기 전에.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