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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길로 나는 둔산동으로 돌아가 오랜만에 정민이를 보았다. 거의 평균 1년 반에 한번씩 보는 것 같은데 한의사 인턴이 거의 끝나가는 정민이는 여전히 격무에 시달리는 것 같았다. 그래도 수년 전보다는 확실히 더 여유로워졌고 안정적이다. 원래 힘든 삶도 몇 년 하다보면 적응이 되어서 그런지 그렇게 어렵지 않게 느껴지는 것이 일반이다. 스페인 음식점에서 파에야와 타코를 몇 개 먹었고, 자리를 옮겨 칵테일도 한두잔씩 주문에서 털어 넣었다. 충남대 근처는 기말고사 직전 마지막 불금을 불사르려는 어린 아이들로 가득했는데, 확실히 서울이 아닌 다른 지역의 대학생들은 더더욱 어려보인다.
매해 대전에서 봄 고분자학회를 할 때마다 묵는 삼호자객관에서 하룻밤을 보낸 뒤인 오늘, 이른 점심에 학부 동기이자 실험실 동기 및 졸업생인 이랑이를 만났다. 최근에 차를 구입했다는 이랑이는 나를 픽업하러 을지대병원까지 나와주었고 우리는 죽동에 있는 이탈리아 음식점으로 가서 푸성귀가 한가득 올라간 샐러드와 피자를 먹었다. 그간 있었던 이야기들, 일 이야기, 사람 이야기를 하다보니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사실 우리 동기들이 서로 만날 일은 이렇게 출장을 오가거나 할 때밖에 없다. 결혼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 핑계로 서로 만날 수 있을는지도 모르겠으나, 모두가 암묵적으로 알다시피 우리 화학부 05학번 중에 연내에 결혼할 가능성이 높은 사람이 별로 없는지라...
대전에 올라가는 기차표는 한 번 취소한 뒤 10분 정도 늦게 출발하는 편으로 다시 샀다. 수수료 2,400원이 들긴 했으나 뭐 기차를 놓쳐서 삯을 죄다 날린 것보다야 낫지. 서울로 올라가면 바로 집에 들어가서 정장으로 갈아입은 뒤 교회 동기인 종한이의 결혼식에 참석해야 한다. 그뿐인가. 저녁 약속이 갑작스럽게 생겨서 거기에도 가야한다. 옷은 언제 갈아입지? 내일 찬양 감사성찬례를 인도해야 해서 그것도 준비해야 하는데, 그리고 검은 바지에 흰 셔츠를 입어야 하는데...
일단 내일 일은 내일 염려하련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