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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AKMU의 '후라이의 꿈'이라는 노래를 라디오에서 듣고 노래가 참 좋다고 생각했다. 워낙 여성 보컬의 실력이 출중하다보니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가사 전달력이 너무 떨어지는 건지 노래만 들어서는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어제 가사를 검색해서 읽었는데, 무척이나 (부정적으로) 흥미로웠다. 다음은 1절 및 후렴구의 가사이다:
저 거위도 벽을 넘어 하늘을 날을 거라고
달팽이도 넓고 거친 바다 끝에 꿈을 둔다고
나도 꾸물꾸물 말고 꿈을 찾으래
어서 남의 꿈을 빌려 꾸기라도 해
내게 강요하지 말아요, 이건 내 길이 아닌걸
내밀지 말아요, 너의 구겨진 꿈을
난 차라리 흘러갈래
모두 높은 곳을 우러러볼 때
난 내 물결을 따라 (hey)
Flow, flow along, flow along my way (way, way)
난 차라리 꽉 눌러붙을래
날 재촉한다면
따뜻한 밥 위에 누워 자는
계란 fry, fry 같이 (fry, fry 같이)
내가 이 노래를 듣고 연상한 또다른 노래는 제목은 비슷한 '거위의 꿈'이었다. 27년전에 발표된 이 노래의 후렴구 가사는 이와 같다:
늘 걱정하듯 말하죠
헛된 꿈은 독이라고
세상은 끝이 정해진 책처럼
이미 돌이킬수 없는 현실이라고
그래요, 난, 난 꿈이 있어요
그 꿈을 믿어요 나를 지켜봐요
저 차갑게 서 있는 운명이란 벽앞에
당당히 마주칠 수 있어요
언젠가 난 그벽을 넘고서
저 하늘을 높이 날을수 있어요
이 무거운 세상도 나를 묶을순 없죠
내 삶의 끝에서 나 웃을 그날을 함께해요
굳이 여러 분석적인 글을 동원해가며 30여년의 세월이 청년의 꿈을 바라보는 시선이 어떻게 바꾸어놓았는지 비교해 볼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벽을 넘어 하늘 높이 날 수 있을 거라던 거위를 보던 계란은 그냥 밥 위에 나른하게 퍼져 누워 자기를 꿈꾸는데, 중국에서 유행한 탕핑(躺平)의 테마곡이 아닌가 싶을 정도이다. 흥미롭게도 '후라이의 꿈'은 꿈을 상실한 대신 경쾌하고 귀에 착 감기는 멜로디를 선사하는 데 반해, '거위의 꿈'은 곡에서도 일종의 비장미가 느껴질 정도로 격하게 부른다. 인순이가 '거위의 꿈'을 리메이크해서 부른 것도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다만 '후라이의 꿈' 관련 영상에 달린 한 가지 재미있는 댓글이 하나 있어서 공유한다: 그럼 네가 누워 잘 따뜻한 밥은 누가 만들지?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