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랜만에 대호를 만났다. TEM을 찍을 일이 있었는데 마침 대호가 TEM 촬영을 의뢰하는 바람에 그냥 내 것은 나중에 추가로 찍기로 하고 대호 것만 찍어주기로 했다. 생각보다 이미징이 어렵지 않은 샘플이었던지라 정말 순식간에 모든 현미경 사진을 얻었고, 대호는 고마움의 표시로 학교 투썸플레이스에서 커피를 사 주었다.

 

한 1시간동안 이야기를 했다. 대호는 당장 졸업을 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런저런 매우 바쁜 듯 했다. 대학원 이야기, 연구 이야기, 사람 이야기 이런 것들을 하고 있는데 특히 사람 이야기에서 권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게 되었다. 우리는 거기서 합일된 의견을 가지고 있다는 데 서로 동의하게 되었다.

 

말하자면 이런 것이다. 권위라는 것은 어떤 개인으로부터 나오는 것이지만 그 개인이 권위를 들먹이며 주변에 강요하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권위가 아니게 되는 것이다. 그것은 권위주의에 기댄 폭압이다. 진정한 권위는 그 개인을 둘러싼 주변이 인정해 줄 때 비로소 권위라고 불릴 만 한 것이다. 그 개인이 교수님이든, 선배든, 아니면 우리 주변의 친구든, 권위라는 것은 남에게 지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남이 인정해 주는 것이라는 동일한 의견이었다.

 

나는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진 사람은 아니다. 그리고 남들로 하여금 내게 모두 무릎꿇게 강요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ㅡ 어떻게 보면 더 무서운 것일 수도 있겠지만 ㅡ 자발적으로 내려놓게 하고 싶은 것 ㅡ 여기서 내려놓는 것은 오직 실험과 공부에 관한 지식과 의견이지 다른 상명하복, 복종을 원한다는 게 아니다. ㅡ 이 사실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한 분야에서 최고가 되면 되는 것이고, 사실 그것이 바로 권위를 가지게 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권위는 힘세고 마초같이 으스대는 것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다. 내가 바로 서고 남들이 나를 인정할 때, 그 때 생기는 것이다.

 

나이 28살의 우리는 아는데, 도대체 왜 그들은 모를까?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