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혹했던 지난 1~2월의 겨울 ㅡ 밤 9시로 고정된 퇴근 시간과 쌀쌀한 아침 추위는 한동안 내가 골프채를 못 잡게 만들었고, 결국 두달여간 골프연습장에 간 횟수는 고작 한두번? 골프연습장 관계자는 안 그래도 너무 오랜만에 오셨다며, 그런 일이 있었다면 차라리 연습장 이용권을 1달간 정지시키는 편이 나았을 거라고 말씀하신 뒤, 1달 이용을 연장해주겠노라고 말씀하셨다. 이렇게 고마울 데가! 그래서 지난 1주간은 천천히 다시 채를 잡으며 연습을 홀로 진행했고, 이제는 다시 배워야할 때라고 생각했던 나는 지난주 목요일에 실로 오랜만에 골프연습장 레슨을 재등록했다.


그런데 이 날, 바로 뭔가를 깨달았다. 그것도 내가 그토록 바라던 '스윙의 메커니즘 이해'를 말이다. 나는 지금까지 왜 채를 그렇게 휘두를 수 있는지, 어째서 힘을 주지 않고 손목을 고정한 채 스윙을 할 수 있는 것인지, 왜 자세는 그런 형태여야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지금까지 나를 가르쳤던 사람들은 '많이 쳐 보면 이해할 수 있다.'며 연습을 무조건 강조했지만, 애당초 과학자인 나는 이런 식의 '무작정 반복을 통한 체득'을 믿지 않았기에 늘 답답해하기만 했었다. 이런 교육은 오직 외국어 기초단어 암기에만 해당할 뿐이다.


하지만 오늘 레슨 선생과 여러 마디를 주고 받다가 번뜩 깨우쳤다. 그것은 바로, 골프스윙이란 손목에 힘이 들어가지 않은 채 위아래로 채를 들었다 놓았다하는 왕복 운동과 척추를 중심축으로 하는 허리의 회전 운동의 단순한 합이라는 사실. 따라서 이 운동은 약간 기울어진 z축을 포함하는 원기둥의 회전으로 이해할 수 있으며, 단지 골프채 헤드는 이 원기둥의 표면을 따라 움직이는 2차 곡선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이 스윙은 급한 기울기로 기울어진 토성의 고리같은 원운동으로 이어지는 것이며, 굳이 다른 손목꺾기나 몸통의 비이상적인 회전을 넣지 않더라도 이 스윙을 정면에서 투사해서 바라보면 약간 사선을 이루면서 움직이는 것이 당연했다.


이것을 이해하자 왜 오른쪽 팔에는 힘이 들어가서는 안 되는 것인지, 골프채를 들어올리는 백스윙 과정이 그렇게 선행되어야만 하는 것인지, 왜 그토록 사람들이 채를 그냥 바닥으로 떨어뜨려야한다고 말하는 것인지, 어째서 피니쉬 자세가 그렇게 나올 수 있는지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내 자세에서 뭐가 잘못된 것인지 금방 이해할 수 있었고, 이에 따라 스스로 교정할 수 있었다. 여기에 더해 백스윙 탑 위치에서 오른쪽 손이 채를 단지 받치고 있을 뿐이라는 사실을 더하자 그토록 제대로 맞지 않던 골프공이 골프채를 맞고 골프연습장의 끝까지 날아가는 것이었다.


골프 선생도 내 스윙을 몇 번 보더니, 전보다는 훨씬 진일보했다며 한 번도 사용해 본 적 없는 6번 채를 꺼내들고 쳐 보게 하셨다. 물론 잘 될 리 없었지만, 그럼에도 '아, 이것도 길이와 궤적만 잘 수정하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의 목표는 제발 아버지를 모시고 필드에 나가보는 것이다. 일단 시작이 좋다. 그리고 지난 목요일부터 오늘까지 이어진 이 깨달음의 행진은 이전에도 늘 습관처럼 외치던 '아, 이제 알 것 같다!'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나는 확신한다. 부디 이 '머리로 아는 것'이 '몸이 아는 것'으로 확실하게 전이되기를!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