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계 학생이라면 한 번쯤은 꼭 써 봤을 크로네커 델타(Kronecker's delta)는 δij 이렇게 쓸 수 있다. 이 기호가 말하는 것은 밑에 index로 쓰인 i와 j가 같으면 1이 되고 다르면 0이 된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일견 별 의미 없어 보이는 기호같지만 실제로는 응용해서 쓰면 수식 표현이 매우 간단해지고 때로는 개념을 응용하고 확장하는 데 이처럼 도움이 되는 기호가 없다.

아마도 이 기호를 사용하기 시작한 사람은 크로네커겠지? 크로네커는 덴마크의 수학자이다. 무슨 업적을 남겼는지는 모른다. 역설적인 표현이지만 알아도 모른다. 근대 수학발전에 지대한 공을 세웠던 수학자들은 수학을 매우 아름답게, 하지만 동시에 어렵게 만들어 놓은 게 사실이다 :)

아무튼 크로네커도 그 수많은 유럽의 수학자들 중에 하나. 그런데 이 사람은 정수를 꽤나 신봉했던 모양이다. 그가 남긴 말 중 유명한 것이 항상 '크로네커'라는 이름과는 항상 같이 다니는데

'정수(integer)는 하나님께서 만드셨고 다른 것들(else)은 인간이 만들어 낸 것에 불과하다.'

수학도가 아닌 이상 대체 그가 정수를 신봉해서 무엇을 어떻게 했는지 알 길이 없지만 아무튼 저런 말까지 했고 그 말이 지금까지도 유명하게 내려져 온다면 대단한 '정수 광신도'였던 듯 하다. 그런데 우리도 대부분 인정할 수 있는 것이, 대개 저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다른 영역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자신이 옳다고 믿는 건 완전 우위에 있는 것이고 믿을 만한 것이고, 다른 건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에 위협을 주는 것이거나 혹은 천박한 것이라는 그런 생각 말이다.

재미있는 것은 그의 이러한 성격이 한 수학자를 미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크로네커보다는 훨씬 더 ㅡ 그러나 아직도 한참 모자라지만 ㅡ 유명한 독일의 수학자 칸토어가 무한집합에 관한 이야기를 들고 나왔을 때 크로네커는 자신의 제자였던 그를 아주 집요하게 공격했다고 전한다.

도대체 무슨 내용을 가지고 싸웠는지는 이해 불가능이지만, 아인슈타인이 양자론을 집요하게 거부하며 공격했던 것과 비슷한 것 같다. (사실 아인슈타인도 '신은 주사위놀이를 하지 않는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기지 않았던가.). 양자론을 받아들이면 지금까지의 뉴턴 역학 해석은 완전무결하지 않은 것이 되고 만다. 그것은 일종의 '신념의 붕괴'를 의미한다. 칸토어의 집합 개념은 당시 크로네커를 비롯한 여러 수학자들에게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졌던 개념에 대한 믿음에 심각한 위협이었던 모양이다.

아무튼 크로네커 일당(?)의 집요한 공격 때문이었는지, 칸토어는 40대의 비교적 젊은 나이에 정신병원과 대학을 오가는 신세가 되었고 그 이후로는 신경쇠약 등으로 인해 제대로 된 수학자로서의 연구를 더 이상 하지 못했다고 한다. 더욱 '안습'인 것은 세계 대전 이후 그의 말년은 매우 피폐하고 궁핍해서 끼니조차 걱정할 신세가 되었다는 것.

하지만 칸토어의 이론은 이미 현대 수학에서는 완전한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고, 심지어 힐베르트같은 수학자는 칸토어가 창조한 이 낙원에서 아무도 우리를 추방시킬 수는 없다고까지 이야기 했으니ㅡ. 지하에서 아마 크로네커는 제자에게 백만번 사죄하고 있을 게 뻔하다.

사실 크로네커가 한 말은 수학 해석 사상 중 하나인 '유한주의(finitism)'를 생각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한 예라고 한다. 크로네커는 아마도 이쪽 방면으로의 대단한 '신도'였기 때문에 새로운 개념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이고 그렇기에 자신의 제자를 아주 망가뜨렸으며 온전히 자신의 생각을 지키고자 노력한 것이었다. 글쎄, 이러한 자세는 그 당시에는 난해하거나 위험한 주장을 공박하면서 어떠한 이론을 고수하는 그 자세가 비교적 멋졌겠지만 지금 와서는 진리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아집만 가득했다는 비난을 받는 것이 당연하지.

수학이든 과학이든, 철학이든 이것이 참으로 문제이다. 어떠한 orthodox가 있다면 그것과 조금 다른 해석, 설명은 엄청난 비난을 받기 일쑤이다. 신학용어이지만 '이단'이라는 말이 이러한 영역에도 보편적인 말이 된 것은 아무래도 무리가 아니다. 막스 플랑크가 양자화를 처음 이야기했을 때 상당히 조심스러운 자세를 취하면서 주변의 반응에 대해 매우 두려워했고, 무리수의 존재를 외부에 알린 히파수스는 피타고라스 일당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

생각해보면 크로네커는 재미있게도 당신의 델타와 매우 비슷한 성격의 소유자인 것 같다. index가 같으면, 즉 i=j이면 1이다. 하지만 그 외의 모든 상황이라면 단지 0일 뿐이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