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가 선거기간인가보다. BBC를 잠깐 틀었는데 Turkey Election해서 특집 보도를 하고 있었다. 저녁 식사 중이라서 좀 더 흥미가 있는 채널로 곧 돌리려다가 TV 화면에 비친 터키 국기, 그리고 그 사람의 사진이 그 아래 그려져있는 것을 보았다.
케말 파샤. 터키의 초대 지도자이자 국부로 추앙받는 그의 얼굴 말이다. 케말 파샤의 이름을 내가 중학교 때 처음 들었던 것 같다. 세계사 부분에서 정통 칼리프시대, 옴미아드, 아바스 왕조 이러다가 셀주크 투르크, 오스만 투르크를 익히고 십자군이 어쩌고 술탄이 어쩌고 탄지마트 ㅡ 오, 이 단어 진짜 오랜만에 말해보는 것 같다. ㅡ 가 어쩌고 이러다가 홀연히 제1차 세계 대전이 일어나더니 그의 이름이 나오면서 오스만 투르크가 사라지고 터키 공화국이 탄생했다.
위키피디아에서 찾아보니 내용이 꽤나 길다. 터키 국민들은 모두 그를 좋아하며 좋아하는 단계가 like나 love가 아니라 admire, worship 수준이라는 게 위키피디아의 설명. 국부(國父)로 추앙하는 그를 모독하는 행위는 터키에서 범법행위라고 한다. 실제로 그리스의 몇몇 사람들이 유투브에 케말 파샤와 터키를 비난하는 UCC를 올리자 터키에서 이 사이트 접속을 1달간 금지시킨 일도 있다고 하니 죽어서도 엄청난 존경과 사랑을 받는 지도자라 아니할 수 없다.
국민 전체로부터 사랑받는 지도자 혹은 정치인이 동시대나 우리 아버지, 할아버지 세대에 있다는 것은 그 나라의 축복이 아닌가 생각한다. 존 F. 케네디와 샤를 드골은 국제 공항의 이름 속에서 만나볼 수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정말 대단한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 같고,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의 생일을 맞이하여 남아공에서는 기념 축구 대회까지 열렸다고 한다. 그러고보니 인도에는 간디도 있다.
우리나라 역사가 이들보다 결코 짧거나 단순하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특히 대한제국 말부터 일제 강점기를 지나 대한민국에 이르는 100여년의 역사는 그야말로 한민족의 격동기 아니었나? 정말 무수한 걸출한 사람들이 쏟아졌는데 어째 전국민이 높이 추앙하는 사람은 없다. 이데올로기의 장난질 때문에 국민 반쪽이 사랑하든지 혹은 반반쪽이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기도 하였고, 설사 모두가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인물이 있다 해도 그 추앙은 위인전을 읽고 감탄하는 수준에만 그칠 뿐이다.
현대사로 오면 더 기가 막히다. 대한민국의 국부라고 할 수 있는 이승만 초대 대통령은 아름답지 못한 끝을 맺었고, 이 또한 남북분단이라는 현실 앞에서 온전한 '국부'라고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이 또 누가 있나. 사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가장 근접했지만 동시에 가장 동떨어져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이름을 딴 공원을 만들겠다고 하자 대한민국의 네티즌들이 들고 일어났다. 이미 조롱거리가 된 국회의원, 전 대통령이 수도 없이 많고 진정한 존경과 사랑을 받는 정치인은 눈 씻고 찾아보기 힘들거나 혹은 있더라도 정말 '상징성'을 가진 사람은 드물다, 아니 없다.
케말 파샤의 이름 뒤에 붙은 '아타튀르크'란 '터키의 아버지'란 뜻이라고 한다. 과연 대한민국에 진정한 아버지로 숭앙받을 정치가는 없단 말인가, 혹은 없을 것인가? 과연 우리는 '이쯤되면 막 나가자는 거지요'같은 말 말고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같은 인용할 만한 말을 하는 대통령을 모실 수는 없는 건가?
참 씁쓸했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