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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1

Fine Art 1

유화와 화학

물감과 분산액
Paints and Dispersions


목차

  1. 프롤로그
  2. 물감
  3. 용해와 용액
  4. 분산과 현탁액
  5. 고체-액체 분산액
  6. 참고 사이트 및 출처

프롤로그

본 시리즈는 2016년 8월 3일부터 5일까지 신성고등학교에서 3일간 진행했던 창의융합과정 수업(교양과학)에서 사용된 강의 자료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2016년 8월의 강의는 내가 신성고등학교에서 진행한 세 번째 강의였는데, 지난 강의였던 '음악과 물리학'이 그 전 강의인 '과학과 철학'보다 학생들에게 더 흥미로운 주제였던 모양인지 훨씬 반응이 좋았다. 그래서 이번에도 예술쪽의 내용을 과학과 결합시킨 내용으로 강의를 진행하고자 했다.

그런데 명색이 대학원 전공이 화학인데 직전 두 강의에서는 물리학 얘기만 하고 있었으니 왠지 내 주전공도 아닌 것을 가지고 이런저런 논한다는 것이 약간 부끄럽게 느껴졌다. 그래서 가장 '화학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예술 분야는 바로 미술이기에 미술과 화학을 엮어 학생들에게 설명해 주기로 결심했다. 사실 공부를 조금 한 학생들은 ― 특히 선행학습으로 물리학을 먼저 배운 학생들의 경우 ― 음악이 물리학적 현상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자세히는 모르더라도 어느 정도 들어 알고 있긴 했었다. 그러나 미술이 화학적인 현상과 직접적으로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대해서는 학생들이 거의 대부분 몰랐기 때문에 학생들은 대부분 지난 강의보다 이번 강의가 더 신기했다고 느끼는 것 같았다. 나 스스로도 강의 준비를 하면서 화학을 좀 더 자세히 이해하는 경험을 했고, 보다 즐겁게 강의 자료를 만들 수 있었다. 그리고 당연한 이야기지만 내겐 화학을 설명하는 것이 물리학 내용을 설명하는 것보다 훨씬 수월했다.

본격적인 시작에 앞서, 강의 자료 첫 슬라이드에 써 두었던 강의 개요를 아래에 옮긴다.

본 강좌는 서양 회화(繪畵)의 주요한 형태인 유화(油畵)를 화학적 관점에서 이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유화에 사용된 물감의 구성 성분의 화학적 특성을 고찰함으로써 유화가 가진 독특한 특성이 어떻게 발현되는지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물질의 고유한 성질로서 색채를 물리화학적인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다.

▲ 목차로 돌아가기...

물감

본격적인 탐구에 앞서 아래 영상을 한번 감상(?)할 필요가 있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아니었던 캔버스가 어느 순간 갑자기 멋진 풍경으로 뒤바뀌는 것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할 것이다. 특히 침엽수가 그려지고 물에 반사된 모습이 그려질 때는 넋이 나갈 지경이다. 도대체 이런 마술을 어떻게 부린단 말인가?

밥 로스(Bob Ross, 1942-1995)가 진행한 프로그램 『그림을 그립시다(The Joy of Painting)』1

위와 같은 예술활동을 우리는 회화라고 한다. 회(繪)는 그린다, 채색한다는 뜻을 가지고 있으며 화(畵)는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그림을 의미한다. 하지만 회화에 대한 정의를 단순히 '그려진 그림'이라고 하기엔 너무 민망하다. 프랑스의 화가이자 나비파(Les Nabis)의 일원이기도 했던 모리스 드니(Maurice Denis, 1870-1943)는 회화의 정의에 대한 다음과 같은 유명한 말을 남겼다.

Remember that a painting — before being a warhorse, a naked woman or some story or other — is essentially a flat surface covered with colors assembled in a certain order
회화란 군마(軍馬)든, 여성의 누드이든, 어떤 이야기든, 뭐든지간에 본질적으로 특정한 질서에 따라 배열된 색깔로 뒤덮인 평면이라는 것이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은 모리스 드니의 영향을 받았는지 회화를 '여러 가지 선이나 색채로 평면 상에 형상을 그려 내는 조형 미술'로 정의하고 있다. 이 정의에 따르면 회화의 두 가지 특징을 알 수 있는데 바로 2차원적 조형 미술이라는 점, 그리고 그 2차원 평면은 하나 이상의 색깔로 덮여 있는, 즉 칠해져 있다는 것이다. 그림이 그려지는 2차원 평면은 무척 다양한데 종이가 될 수도 있고, 콘크리트 벽이 될 수도 있으며, 나무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편에서 우리가 우선적으로 주목하고 싶은 것은 '물감'이니까 2차원 평면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으로 잠깐 미뤄두도록 하자. 우리가 우선 알아봐야 하는 것은 다음과 같다: 도대체 물감의 색깔이 어떻게 발현되어 2차원 평면에 칠해진 뒤 우리 눈에 그림으로서 보여지는가 하는 것이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 색의 정의와 물리화학적인 원리부터 설명을 시작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상향식 접근은 너무 재미없을 테니까 우선 현상학적인 색깔의 발현부터 이야기해보며 논의를 확장시켜 보자.

자, 당신 앞에 하얀 도화지가 있다. 누군가가 당신더러 그림을 그려달라고 부탁했다. 무엇이 필요한가? 우선 무엇을 그릴지 그 대상을 상상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고 그것을 그려낼 도구 ― 이를테면 붓이라든지 ― 가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더 원초적으로 필요한 것은 바로 물감이다. 물감이 없으면 하얀 도화지 위에서 아무리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붓질을 현란하게 해 보아야 하얀 백지 그대로 남을 것이 아닌가. 물감도 없이 붓질을 하는 당신을 보고 아마 누군가는 '당신 머리가 살짝 돈 것이 아니오?'하고 비아냥거릴 지도 모른다. 결국 그림을 그리려면, 물체 표면에 색을 칠할 수 있게 만든 것을 반드시 이용해야만 하며, 이것이 바로 물감의 정의가 될 것이다.

물감. 왼쪽은 수채화 물감, 오른쪽은 유화 물감.

그런데 물감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떤 성분으로 구성되어 있을까? 우리는 짧게는 십수년, 길게는 수십년동안 물감을 구매하면서 어딘가에 직접 칠해 왔으면서도 정확하게 물감이 어떤 존재인지도 모른채 그저 찍어 바르고, 펴 바르고, 뿌리며 지내왔다. 이제 그 무지(無知)에서 벗어날 차례이다. 누군가가 당신에게 '물감의 성분은 무엇입니까?'라고 물어본다면 이제 당당하게 가슴을 펴고 물감이란 다음의 두 성분으로 이뤄져 있다고 설명해 줄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