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에서 여성의 권익 신장을 위해 설립된 정부 부처 중 장관급 관료가 이끄는 나라는 대한민국과 뉴질랜드 뿐이라고 한다. 유교의 영향을 받은 가부장적 제도가 남은 이 나라에 여성가족부의 존재는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여성가족부의 존재는 그만큼 우리나라가 가부장적 질서와 오염된 성 문화에 억눌려 살던 여성의 인권을 생각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며, 동시에 정책 결정시 남성과 여성을 모두 배려한, 이른바 '성 인지 정책'을 고려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성 인지 정책' 중 가장 대표적인 예가 남녀 화장실 변기 수 비율 문제이다. 누구나가 잘 알 듯 귀성길에 고속도로 휴게소에 가보면 여자화장실 줄은 남자화장실 줄에 비해 '꽤(!)' 긴 편임을 알 수 있다. 여자들이 화장실에서 쓰는 시간은 남성들보다 훨씬 길다.
소변이 대표적인 예. 남성들은 뚜벅뚜벅 걸어가서 지퍼를 내리고 '물건'을 꺼내놓은 뒤 잠시 후 몸을 부르르 한 번쯤 떨어주고 다시 집어넣어 지퍼를 올리고 잠깐 씻고 나오면 땡이다. 하지만 여성들은 일단 밀실(?)로 들어가야 한다. 지퍼 하나만 열고 일을 봤다가는 큰일이 난다. 최근에는 좌변기에 물 떨어지는 소리를 가리기 위한 음향장치가 설치될 정도로 여성들만이 신경쓰는 something도 밀실 안에 존재한다 .옷 매무새를 단정히 한다. 문을 열고 나온다. 이렇게 되면 이미 밀실 앞으로 줄이 길게 늘어서있다.
때문에 여자화장실의 면적은 남성화장실의 2~3배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던 주장이었고 이젠 현실화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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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좌변기. 왕실이라면 모를까, 보통 가정의 화장실엔 남자화장실/여자화장실 구분이 없다. 아버지도 어머니도 여동생도 나도 같은 좌변기를 이용한다. 어제 소변을 보다가 정말 새삼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왜 선 채로 소변을 보고 있을까?'
사실 선 채로 소변을 보는 일은 어려서부터 사회에 적응되도록 교육받은 행동이다. 왜냐하면 집이 아닌 다른 곳에서는 남자들이 서서 소변을 보도록 요구하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이용객이 많은데 여자들은 별 수 없다 치더라도 남자들은 특별히 서서 용변을 볼 수 있도록 하나님이 창조하셨기 때문에 변기 개발자들은 빠른 '로테이션'이 가능하면서도 남성의 몸에 불편함이 하나 없도록 서서 소변을 보는 변기를 만들었다.
집 밖에서는 물론 요구하는 대로 서서 소변을 봐야겠지만, 그런데 집 안에서도 그렇게 서서 소변을 봐야 할까? 집 안의 변기는 분명 좌변기이다. 때문에 서서 소변을 보기 상당히 불리한 구조이다. 그런데 왜 집에서 좌변기에다가 소변을 서서 보는 게 일반화되었는가?
이건 정말 어머니가 학교에서 먹으라고 싸 준 도시락을 그대로 가져와 집에서 먹고 있는 꼴과 같지 않은가. 집안에서 도시락을 먹을 이유가 하등없는데 도시락 먹는 게 너무 익숙해져서 집에서도 이걸 까 먹고 있으니.
좌변기에 소변을 서서 보면
1. 조준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화장실 바닥과 변기에 수해가 일어나게 되며
2. 설사 제대로 조준이 되었다 하더라도 작은 부피에서 눈에 보이는 부피까지 다양한 부피의 소변 수용액이 낙하하는 소변의 위치 에너지를 받아 수면 밖으로 튀어 나오는 경우가 항상 발생하며
3. 이럴 경우 변기와 바닥을 씻는 것이 당연지사이지만 남자들은 거의 이 일을 어머니와 아내에게 떠맡기는 경우가 대부분.
결국 화장실은 냄새로 인해 불쾌해지고 부부/모자 사이에는 이런 시덥지 않은 일로 얼굴 붉히는 일이 발생하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부터 집에서만큼은 앉아서 소변을 보기로 했다. 내가 화장실에서 소변을 보기 시작한지 올해로 꼭 17년째인데 그간 살면서 이런 생각을 한 번도 못했다는 게 조금 이상할 뿐이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