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퍼킨은 인조 염기로부터 말라리아의 치료약이라고 널리 알려진 '키니네'를 합성하기 위해 애를 썼다고 전해진다. 약을 합성하는 방법이 널리 알려지기 시작한 때였다. 마치 요즘 페니실린과 탁솔을 합성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퍼킨은 약 비스무레한 것은 얻을 수 없었고 단지 색깔을 띠는 가루만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보통 사람들 같으면 그냥 버렸을 테지만 퍼킨은 꽤 호기심을 가졌고 자신이 가진 천을 이 가루를 이용해서 염색해보기로 했다. 그 결과는 아마 윌리엄 퍼킨 자신도 놀랐을 것이다. 귀족들만이 사용하는 보라색이 정말 아름답게 염색되었던 것이다.
 
과거 보라색은 권력의 색이었고 황실과 최고위 성직자들만이 사용할 수 있는 색이었다. 그만큼 보라색은 보기 드문 색깔이었고 그만큼 귀한 색깔이었다. 평민들이 보라색 옷을 입으면 처벌받을 정도였다고 했다. 이 보라색은 당시 지중해 연안에 있던 달팽이의 점액에서 얻었는데 그 과정이 아주 재미있다. 그 무색의 점액을 받아서 썩힌다. 그리고나서 열흘간 은근한 불에 달려 졸이고 이것을 햇빛에 말리면 아까 노란색이었던 것이 녹색으로 변한다고 한다. 햇빛을 쬐게 되면 빨갛게 되었다가 이윽고 보라색이 된다고 한다.
 
그런데 고작 보라색 염료 1.4g을 얻기 위해서는 달팽이 12,000마리가 필요했다고 한다. 이 얼마나 놀라운 '수율'인가. 난자 배아줄기세포를 얻는 수율보다도 한참 낮다. 더구나 이러한 보라색 염료 1g의 가격이 약 200만원이라고 하니, 작은 옷하나 염색하기 위해서는 정말 수천만원이 드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것 같다. 아마도 당시 염색공들은 황실과 성직자 계급의 초특급대우를 받으며 염료를 만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퍼킨이 이들 염색공들을 말 그대로 '쫄딱' 망해버리게 할 강력한 화학기술을 발견해낸 것이다.
 
퍼킨의 보라색은 달팽이에서 얻은 색보다 더 선명했다고 하고 값은 비교도 할 수 없이 쌀 수밖에 없었다. 또한 수율은 12,000마리당 1.4g에 비하면 월등히 높았을 것이고 이를 통해 대량생산이 가능했을 것이다. 이러한 혁명은 일대 염료산업에 변혁을 가져왔고 비단 염료산업 뿐 아니라 과학산업 전체에 모종의 변화를 일으켰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과학역사가들은 윌리엄 퍼킨의 모브 염료 발견을 중요한 과학사적 사건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어쨌든 퍼킨의 보라색 ㅡ 프랑스어로 'mauve' ㅡ 은 당시 프랑스 황후가 모브색을 아낄 정도로 파리에서 엄청난 인기를 한몸에 받았고 런던으로 건너가 약 20년간 서유럽을 모브 찬가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그러고보니 내게도 즐겨입는 보라색 옷이 있었다. 이제부턴 케쿨레, 플레밍과 더불어 퍼킨 역시 우연 속에서 위대한 업적을 일궈낸 과학자 중 하나라고 늘 말하고 다녀야겠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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