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uorF's Laboratory

go to the main page

웹사이트 소개

Introduction of the website

fluorF 소개

Introduction of fluorF

새로운 소식

News

하루 이야기

Daily essay

Articles

사진첩

Album

방명록

Guestbook

facebook_fluorF twitter_fluorF google+_fluorF linkedin_fluorF pinterest_fluorF

Articles

과학 1-2

Science 1-2

과학으로 세상 꼬집기
Critiques to the Pseudoscience World

원적외선과 저마늄(게르마늄)
Far Infrared and Germanium


목차

  1. '게루마눔' 밥솥
  2. 원적외선의 정체
  3. 저마늄 방사 원적외선의 허구
  4. 저마늄의 우수성?
  5. 인체에 영향을 주지 못하는 원적외선
  6. 먹는 저마늄의 선구자, 아사이 카즈히코 박사
  7. 맺는말
  8. 참고 사이트 및 출처

'게루마눔' 밥솥

할머니 댁에 가면 게르마늄이 함유되어 있다는 밥솥이 담긴 박스를 늘 볼 수 있었다. 아니 저런 건 또 어디서 구매하셨냐고 여쭤보니 저런 물건들을 파는 사람들이 '게루마눔'에서 나오는 원적외선(遠赤外線, far infrared)이 그렇게 좋다고 홍보를 많이 하셨단다. '게루마눔'에서 나오는 원적외선이 조리되는 음식물에 좋은 영향을 끼치면 그것을 먹는 사람에게도 유익할 것이라는 설명이 이어지는데 기가 차서 '할머니, 앞으로는 이런 것 구매하시면 안 돼요' 라고 말씀드리고 싶었지만, 나이 드신 분들이 으레 품으시는 건강을 향한 순박한 그 마음에 혹여나 상처를 내는 건 아닐까 싶어 그냥 참았다. (참고로 앞으로 이 연재물에서 할머니 댁에 있는 몇몇 제품들이 자주 등장하게 될 것 같다.)

화학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ium(윰)'이라는 영어 접미어(接尾語)는 일순간 단어에 전문성과 환상을 심겨준다. 예를 들면 '강자성(强磁性)의 원소들로 구성된 수퍼 자석'이라는 말보다는 '네오디뮴(Nd)과 사마륨(Sm)으로 만든 수퍼 자석'이라는 말이 더 섹시하게 들리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두 자나 석 자의 원소명보다 넉 자 이상의 원소명은 신비로움마저 일으킨다. 예를들면 갈륨(Ga)이나 이리듐(Ir)보다는 지르코늄(Zr)이나 디오프로슘(Dy)은 뭔가 있어 보인다. 원래 서양 귀족들의 이름들의 정식 이름은 다 읊기에 민망할 정도로 긴 이름들이 아니었던가 ― 고귀한 혈통.. '루이 윌리암~스 세바스찬 주니어 3세'같이 말이다. 그런 측면에서 게르마늄은 가장 오랫동안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된 매력적인 원소 이름이었으리라. 그런데 원적외선이 나온다는 주장 덕분에 지각에 흔치 않은 게르마늄이라는 원소가 밥솥과 좌훈기, 심지어 팔찌에까지 들어가는 상황이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다.

사실 이 글을 쓰면서 정말 오랜만에 불러보는 이름이었다.1

갑자기 궁금해져서 인터넷에서 각종 홍보물을 검색해보니 원적외선이 나온다고 강조하는 물질들은 게르마늄, 숯, 토르말린, 알루미나 등이었는데 이러한 물질로부터 방사(放射)되는 원적외선의 효능이라는 것이 과학을 전공했다는 내가 듣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아주 놀라웠다. 크게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1. 인체를 따뜻하게 해 주어 혈액순환을 돕고 땀을 내어 유독한 물질을 배출시키는 데 효과적이다.
  2. 인체 내 물 분자의 공진(共振, resonance) 현상을 촉진시켜 세포를 활성화시키고 신진대사를 촉진시킨다.
  3. 유해한 물질들을 제거할 수 있으므로 물과 식품이 신선하게 유지되고 세균, 바이러스, 암세포 활동 저하에 효과적이다.

효과만 읽어 보면 우리는 하루종일 원적외선만 쬘 수 있도록 벽지에 게르마늄이 포함된 세라믹 도료를 덧칠하고, 토르말린 팔찌를 차고 다니며, 냉장고나 화분, 문에 드리우는 발에도 숯을 달아놓아야 할 것 같다. 혈액순환에 더 이상 문제도 없고 활성화된 세포들이 원활히 신진 대사를 행하며 몸 속 유해한 모든 것들을 제거할 테니 만수무강(萬壽無疆)이 바로 여기에 있지 않은가? 그런데 이런 말들을 내뱉는 그들이 정말 원적외선이 무엇인지는 알고 말하는 것인가? 이 글은 이 원적외선의 허구와 그것을 내뿜는다는 게르마늄에 숨겨진 사기를 논한다.

▲ 목차로 돌아가기...

원적외선의 정체

원적외선(遠赤外線)이라는 단어는 서양의 물리학 용어를 번역한 일본제 한자어로 파장이 15 μm 에서 1 mm 이내에 해당하는 전자기파(電磁氣波, electromagnetic wave)를 일컫는다. 전자기파는 무엇이란 말인가? 전자기파는 전기장과 자기장이 짝을 이루며 퍼져나가는 파동인데 쉽게 말하자면 우리가 매일 경험하는 빛의 확장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전자기파 중에서 특정 파장(400~700 nm)을 가진 전자기파를 우리는 '빛', 혹은 더 유식한 말로 '가시광선'이라고 불러왔다는 것을 기억해두자. 세상에 그런 파장만 갖는 전자기파가 있으라는 법이 어디있나? 예를 들어 파장이 700 nm 보다는 길지만 1 mm 보다는 짧은 전자기파는 가시광선을 기준으로 파장대가 적(赤)색보다 바깥(外)에 있다고 해서 적외선이라고 불리는데 원적외선은 그 적외선 중에서도 가시광선으로부터 더 멀리(遠) 떨어져 있는 적외선을 말하니 파장이 수십, 수백 μm에 해당한다. 그러면 '멀 원(遠)'이 아닌 '가까울 근(近)'자를 쓴 근적외선(近赤外線)이라는 것도 있나? 물론 있다. 파장이 700 nm 에서 1.5 μm 정도 사이에 해당하는 적외선을 우리는 근적외선이라고 부르는데, 태양에서 지구로 근적외선이 엄청나게 많이 쏟아져 들어오므로 태양광을 활용하는 산업은 이 근적외선을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에 성패가 달려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자기파의 분류2

이렇게 정의하고 나니 원적외선은 우리 주변에서 흔한 전자기파의 한 부분일 뿐이며 그다지 위대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이 금방 드러난다. 쉽게 얘기하자면, 원적외선은 적외선, 그리고 전자레인지에서 주로 사용하는 마이크로파(microwave)의 중간 파장 영역대에 해당하는 전자기파이다. 다시 말해, 원적외선은 전자기파의 일부분을 일컫는 명칭일 뿐 신비의 마력을 가진 특별한 이름은 (슬프게도) 아닌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원적외선에 대한 환상을 본격적으로 한꺼풀씩 벗겨 나가보자. 우선 원적외선에 대한 환상은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될 수 있다.

  1. 원적외선은 특정한 물질에서만 방사된다.
  2. 원적외선은 인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가만, 우리 논의를 더 진행하기에 앞서서 용어를 좀 정리하고 가야겠다. 앞으로는 원소 Ge를 '게르마늄'이 아닌 '저마늄'으로 부르겠다. 대한화학회에서는 게르마늄과 저마늄을 모두 인정하고 있지만, 필자는 모든 용어가 영어식으로 바뀌는 흐름에 비춰볼 때 저마늄이라고 부르는 것이 더 맞다고 여긴다.

▲ 목차로 돌아가기...

저마늄 방사 원적외선의 허구

다소 뜬금없는 전개일수도 있겠지만 원적외선의 환상을 깨부수기 위해 태양열 전달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하려고 한다. 우리의 학생 시절 기억을 되살려보면, 열은 세 가지 경로를 따라 전달된다. 연결된 매질을 따라 열이 이동하는 전도(conduction), 액체나 기체 분자가 직접 이동하면서 열이 전달되는 대류(convection), 그리고 물질로부터 전자기파 형태로 열이 전달되는 복사(radiation)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복사는 좀 더 엄밀하게 말하자면 열 복사(thermal radiation)라고 하는데, 뜨거운 물체로부터 발생한 전자기파가 공간상 떨어져 있는 물체에 도달하게 되고, 그 전자기파가 가지고 있던 에너지에 의해서 물체를 구성하는 원자나 분자들이 진동하게 되면서 전자기파를 전달받은 물체의 온도가 상승하게 되는 일련의 과정을 말한다. 즉, 열이 전자기파의 형태로서 저 너머에 있는 물체에 전달되는 것이다. 비유하자면 이것은 휴대전화로 통화를 하는 것과 같다. 나는 휴대폰에 목소리로 이야기 하지만 실제로 그 음성 신호는 전기신호로 바뀌어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의 휴대폰으로 전송되고, 그렇게 전송된 전기 신호는 상대방의 휴대폰에서 음성 신호로 전환되어 상대방의 귀에 목소리로 들리게 된다. 상대방과 나 사이에는 소리를 전달사시 수 있는 매질(=공기)이 있지만, 실제로 그 사이를 비집고 다니는 것은 소리가 아니라 전기 신호다.

전도, 대류, 복사를 하나에 잘 표현한 그림. 쇠막대기를 통한 전달이 전도(conduction), 불 위에서 뜨거운 공기가 올라오는 것을 느끼는 것이 대류(convection), 그리고 직접적인 매질의 관여 없이도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복사(radiation).3

자. 태양에서 지구로 태양빛이 쏟아져 들어올 때를 생각해보자. 만일 태양열이 지구와 태양 사이의 공간을 따라 지구로 직접 전도된다면 태양계가 형성된지 수십억년이 지난 지금 태양과 지구 사이에서 공전하는 수성과 금성은 태양열 통구이가 되어 숯덩이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다행히도 우주 진공은 아주 나쁜 열 전달 매질이기 때문에 태양열 에너지는 거의 복사의 형태로 주변 행성들에게 전달된다. 진공 중에서도 전파되는 전자기파 복사를 통해 지구상의 모든 분자들은 태양으로부터 전자기파 에너지를 전달받게 되고 이것이 우리 사는 세상을 따뜻하게 데우는 데 쓰이도록 분자 진동 에너지로 전환되는 것이다. 덕분에 우주 공간은 그토록 차가운 -269도 정도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지구는 생명체가 살기에 적당한 온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태양은 어떻게 전자기파를 만들어내서 우주 공간에 빵야빵야 쏘아댈 수 있었던 것일까? 좀더 기본적인 질문을 해보자면, 전자기파는 어떻게 발생하는가? 이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답은 바로 전하의 가속운동에서 찾을 수 있다. 고전 전자기학의 설명에 따르면 전하의 가속운동은 변화하는 전위를 만들어내고 이로 인해 전기장이 변화하게 된다. 이때 전기장 변화에 의해 유도된 자기장 역시 변화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자기장이 변화하니까 이젠 그로 인해 유도된 전기장도 변화한다. 또 거기에서 유도된 자기장이 변화한다... 이 전기장과 자기장의 변화 및 유도는 꼬리에 꼬리를 물며 이어지게 되어 파동의 형태로 전진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전자기파 방사의 기본 원리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전하를 가속시킬 수 있을까? 먼저 떠오르는 것은 유럽에 설치되어 있는 거대한 입자 가속기이지만, 전하를 가속시킬 수 있는 가장 원초적인 원천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온도에 의해 결정되는 열 에너지이다. 열 에너지가 증가하게 되면 에너지를 충분히 가진 전하나 원자, 분자들, 혹은 결정들이 복잡하게 움직이게 되고 이로 인해 전하분포와 전하의 흐름이 역동적으로 바뀌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전자기파가 생성되는 것이다. 우리는 이 과정을 전자기파 복사(electromagnetic radiation)라고 부른다.

1편에서 빈의 변위 법칙(Wien's displacement law)을 살펴본적이 있는데, 바로 이 법칙은 특정 온도를 가진(= 열 에너지를 함유한) 물체가 복사하는 전자기파의 파장이 얼마인지를 개략적으로 얘기해주는 것이다. 이 법칙에 따르면 물체의 온도와 그 물체가 내놓는 전자기파의 파장은 서로 반비례 관계인데 온도가 높아질수록 전자기파의 파장은 점차 짧아지며 반대로 온도가 낮아질수록 전자기파의 파장은 길어진다. 물론 그 파장의 전자기파만 내보낸다는 것은 아니며 그 주변의 넓은 파장 범위에서 다양한 파장의 전자기파를 방사하되 물체가 내놓는 전자기파 중 가장 강한 세기의 전자기파의 파장이 그러한 관계를 따른다는 것이다. 태양의 경우 표면 온도가 대략 5,500도 정도인데, 이 정도의 온도를 가진 물체는 500 nm 정도의 전자기파를 비롯한 다양한 파장의 자외선, 적외선들을 방사한다.

지구로부터 800광년 떨어진 별 리겔(Rigel)의 표면 온도는 섭씨 12,000도 정도로 자외선을 방출하지만 일부 에너지는 가시광선 영역으로도 방출되며 이는 푸른색이다.4

그렇다면 태양보다 온도가 더 낮은 물체들은 어떠한가? 아주 뜨겁게 가열한 철사는 노란 빛을 띠지만 조금 식히면 붉게 변한다. 즉, 온도가 낮아지니 방출되는 전자기파의 파장이 길어진 것이다. 극단적으로 온도를 낮춰보자. 예를 들어 우리 인체의 경우 체온이 36.5도 이므로 피부의 온도는 이보다 약간 낮은 수준일 것이다. 온도가 이처럼 낮기 때문에 아쉽게도 우리 몸은 천사들과 올림포스의 신들처럼 찬란한 가시광선을 발하는 빛난 형체를 가질 수는 없다. 하지만 그보다 긴 파장의 적외선은 발생시키기에 충분하다. 어두운 밤에 사람을 발견하고 감시하기 위해 적외선 탐지기를 쓰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런데 인체가 내놓는 적외선의 파장 범위를 살펴보면 그것이 단순히 7~800 nm 너머의 있는 근적외선뿐 아니라 훨씬 긴 파장의 원적외선 범위를 넓게 포함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당장 빈의 변위 법칙을 체온에 적용하면 이들이 내놓는 가장 강한 세기의 전자기파 파장이 거의 10 μm 정도이다. 포유류와는 달리 겨울에는 체온도 내려가는 변온 동물인 파충류의 경우 겨우날 몸에서 방사하는 전자기파의 파장은 이보다 더 높아질 것이다. 아니 심지어 싸늘하게 식어버린 시체마저도 이 물리학 법칙을 적용하면 아주 미미한 양이긴 해도 더 긴 파장의 전자기파를 내놓는다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 어디 생물뿐이겠는가? 길거리에의 차돌들도 따뜻하게 데워지면 전자기파를 방출하며 그들 대부분은 원적외선 영역의 전자기파이다.

따라서 원적외선이 어떤 물체에서 나온다는 것은 전혀 신기한 초자연적 현상이 아니다. 뜨겁게 달궈진 쇳물이 빨간 빛을 띤다는 사실을 잘 알고, 적외선 탐지기 영상을 대수롭게 여기지 않는 독자라면 적당한 온도를 가진 어떤 물체라도 원적외선이라는 특정 파장 영역의 전자기파를 내놓는다는 사실에 의심을 품어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지금 이 글을 보고 있는 당신 주변에서도 원적외선이 방출되고 있다. 고로 저마늄같은 특정한 물질에서만 원적외선이 나온다고 믿는 것은 완전히 틀린 것이다.

적외선 탐지기로 관찰하는 두 사람5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더. 적당한 온도로 따뜻하게 데운 물체로부터 전자기파 복사에 의해 방사되는 원적외선의 세기는 상당히 미약하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아두어야 한다. 특정 온도의 물체가 내놓는 전자기파의 에너지는 파장의 네제곱에 반비례하는 것이 이미 레일리(Rayleigh) 경과 제임스 진스(James Jeans)에 의해 알려진 바 있다. 원적외선은 상당히 긴 파장이므로 표면 온도가 기껏 해봐야 섭씨 100도도 채 되지 못하는 물체로부터 방사되는 원적외선의 에너지 크기는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그러니 이런 수준의 에너지 방사를 두고 건강 효과 운운한다는 것 자체가 사실 민망한 이야기이다.

▲ 목차로 돌아가기...

저마늄의 우수성?

이렇게 말하고 논의를 접으려고 하지만 세상에는 너무나도 많은 악마의 변호자(Devil's advocate)가 있다. 그들 중 일부는 저마늄이 같은 온도에서 더 많은 원적외선을 방사하기에 그나마 훨씬 우수한 물질이 아닌 것이냐고 반문할 수 있다. 만일 이 말대로 저마늄이 특별히 우수해서 원적외선을 다른 물질들보다 더 잘 내보내는 물질이라면 우리는 저마늄이 들어간 물건을 사용해야 할 일말의 정당성이 갖게 된다.

이 사실을 파헤치기 위해서는 과연 어떤 물질이 전자기파를 잘 흡수 혹은 방출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보아야 한다. 화학적인 측면에서 물질이 전자기파를 흡수하거나 방출한다는 것은 해당 파장의 전자기파가 가지는 '에너지'를 흡수하거나 방출할 때 적합한 '상태의 변화'가 수반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분광기(分光器, spectrometer)를 이용하여 관찰한 태양광의 스펙트럼을 관찰하면 특정한 위치에서 색깔을 띤 불연속적인 선들이 관찰되는데, 여기서 관찰되는 선들은 모두 전자들이 수소 원자의 전자 에너지 상태를 바꿈에 따라 나타나는 가시광선들을 의미한다.

전자의 에너지 전이에 의해 발생하는 빛의 범위는 자외선부터 원적외선까지 다양한데, 특히 가장 기본이 되는 원자 번호 1번의 수소의 선 스펙트럼은 상당히 면밀히 연구되어서 에너지 전이에 의한 빛의 파장이 모두 계산되었고 실제 실험 결과와 상당히 일치함을 확인하였다. 자외선 영역에서는 121.6 nm, 102.5 nm, 97.2 nm … 등의 빛들이 관찰되는데 이들을 발견자의 이름을 따서 라이먼 계열(Lyman Series)이라고 부른다. 또한 가시광선 영역에서는 656.3 nm, 486.1 nm, 434.1 nm… 등의 빛들이 관찰되었고 역시 관찰자의 이름을 따서 발머 계열(Balmer Series)이라고 부른다. 마찬가지로 근적외선과 원적외선 영역에서도 빛이 관찰되었는데 이를 각각 파셴 계열(Paschen Series), 브래킷 계열(Bracket Series)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적외선 이후부터는 빛의 세기는 매우 작아지며 마이크로파 이후에서는 관찰이 매우 어려워진다. 따라서 전자의 에너지 준위 차이에서 비롯된 전자기파의 흡수 및 방출은 주로 자외선과 가시광선, 근적외선의 영향이 더 크며 원적외선이 여기에 낄 자리는 아닌 것 같다. 적외선은 이보다 더 낮은 에너지를 다뤄야 한다.

수소 원자의 스펙트럼6

가시광선 파장에 해당하는 전자의 에너지 준위 차이보다 더 작은 에너지 차이는 주로 분자의 운동과 관련이 있다. 분자들은 (절대 0도가 아닌 경우) 주변의 열적 에너지를 흡수하여 분자를 구성하는 원자들과 원자단(原子團)의 위치를 재배열하는데 사용하는데 이로 인해 분자는 진동(vibration)을 하게 된다. 이때 진동에 의한 상태 변화에 기여하는 것이 바로 가시광선보다는 낮은 에너지, 곧 적외선의 에너지이다. 유기화학자들의 논문을 들춰보면, 자신들이 합성한 분자의 구조와 특정 작용기를 분석하기 위해 적외선을 쬐어주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특정 진동 형태 ㅡ 물리화학적인 표현으로 이를 모드(mode)라고 부른다. ㅡ 를 가지는 분자는 특정한 진동수의 적외선을 흡수하게 되는데 이를 통해 우리가 합성한 분자에는 이러한 형태의 원자 결합 혹은 원자단이 있을 것이라고 확인하는 것이다. 적외선 분광법이 일종의 지문 역할을 해 준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진동에 의한 에너지는 근적외선 범위의 전자기파 흡수 및 방출과 관련이 있으며 원적외선 영역에서의 방사와는 여전히 거리가 멀다. 그만큼 원적외선의 에너지 크기는 매우 작다.

바로 이 미소한 에너지 차이와 관련된 것이 분자의 회전(rotation)이다. 분자의 회전 상태가 변하게 될때 원적외선~마이크로파가 흡수, 방출되는데 이것을 가장 잘 활용한 예가 주방에 있는 전자레인지이다. 전자레인지에서 발생하는 마이크로파는 내부의 음식물에 함유된 물 분자를 활발하게 진동시킨다. 이 진동하는 물이 주변 분자들과 심히 마찰하면서 열을 발생시키게 되고 이를 통해 음식을 데우게 된다. 즉, 적절한 진동수의 원적외선을 쬐어주면 어떤 분자는 이를 흡수하여 자신의 진동 상태를 바꾸는 데 사용한다는 것이다.

퍼텐셜 에너지 커브 자체는 바닥(ground) 상태의 전자 에너지 상태를 보여주며 여러 개의 진동 및 회전 에너지 레벨이 하위에 존재하는 것을 알 수 있다.7

자. 이제 지금까지 이야기했던 것을 거꾸로 말해보자. 분자 상태의 변화가 에너지를 방출한다는 것은 반대로 어떤 분자에 적절한 에너지를 가해줬을 때 분자 상태의 변화를 성공적으로 유도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 진동 상태는 아무런 에너지를 가해주지 않았을 때보다 '들뜬(excited)' 상태로 정의할 수 있다. 이렇게 들뜬 분자는 주변과 상호작용하면서 자긴의 진동 에너지를 바깥에 내보내면서 이전의 조용했던 '바닥(ground)' 상태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여기서 적절한 에너지를 가해줄 때 어떤 방식을 택하느냐, 그리고 어떤 에너지를 내보내면서 바닥 상태로 돌아오느냐가 이슈가 된다. 전자레인지의 경우, 전자기파가 에너지를 전달해주었고 열 에너지 형태로 방사되었다.

그렇다면 저마늄 제품은 어떤 형태일까? 그것은 우리가 사용하는 방식을 따르자면 먼저 열을 가해 제품을 데운 뒤 전자기파(원적외선)의 형태로 에너지를 방사하는 것이다. 이런 방식의 전자기파 방사에 있어 가장 이상적인 물질이 바로 흑체(blackbody)이다. 흑체는 모든 에너지를 100% 흡수 및 방출하는 가상의 물질을 일컫는데, 원적외선을 방사하는 흑체가 있다면 그것의 방사율을 1이라고 할 수 있고, 나머지 물질들은 1보다 작은 방사율을 가지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극단적으로 방사율이 0인 물질은? 금속이 좋은 예이다. 금속의 경우 적외선이 가지는 에너지로는 그 어느 것도 들뜨게 만들 수 없다. 그래서 대체로 금속에 입사된 적외선은 흡수되지 않고 투과하거나 산란되는데, 금속이 극단적으로 아주 얇지 않고서야 대부분 반사되어 나간다. 우주인들의 헬멧 유리 안쪽이 금 코팅이 되어 있는 것은 바로 적외선을 효과적으로 반사시키는 금속의 능력을 이용하여 태양으로부터 쏟아지는 적외선을 대체로 차단시켜주기 위함이다. 따라서 금속은 아무리 데워진다 하더라도 원적외선을 내놓을 수 있는 에너지 간격이란 것이 존재하지 않으니 원적외선 방사율이 0일 수밖에 없다.

영화 '그래비티'의 한 장면인데, 영화의 표현상 주연 배우들의 헬멧 유리 안쪽에 있는 금 코팅은 구현되지 않았다. 만약 이 고증을 제대로 따랐다면 찬사 속에 수여된 별 평점 다섯 개는 불가능했겠지...8

우리가 대체로 원적외선 방사체로 다루는 물질들은 극단적인 금속 물질이 아닌, 금속들이 다른 원소들과 결합하여 이루는 무기 세라믹 물질들이다. 이와 관련된 연구를 상명대학교에서 진행한바 있는데,9 이들 연구에 따르면 37도씨 온도 하에서 지각에 풍부한 이산화규소(SiO2)의 방사율은 5~20μm 파장 범위에서 0.895, 알루미나(Al2O3)의 방사율은 0.80, 산화소듐(Na2O)의 방사율은 0.903이었다고 한다.

이쯤 논의가 진행되면 뭔가 한가지 눈치챘을 법도 하다. 그것은 아무리 저마늄 포함 물질이 방사율이 우수하다한들 0.9 와 1.0 사이 근처 어딘가에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방사율 값 자체는 높은 편이지만 다른 물질에 비해 현저히 좋은 것은 아니라는 것을 의심해볼 수 있지 않은가. 실제로 같은 연구에서 저마늄의 방사율은 0.892였고, 아이오딘화저마늄(GeI4)의 방사율은 0.895, 그리고 산화저마늄(GeO2)의 방사율은 0.901이었다. 게다가 앞에서 언급했지만, 세라믹 물질들이 가열되어 원적외선을 내놓는다고 할 때 그 원적외선의 절대적인 양은 매우 적은 편이다. 전체 양도 고만고만한데 0.8이니 0.85이 0.9니 따지는 것은 우리말 속담대로 '도토리 키재기'나 다를바 없다.

따라서 물질의 회전 에너지와 관련된 원적외선 방사에 관한 물리화학적인 고찰을 거치고 나면, 저마늄 화합물들이 아주 특출나게 뛰어난 적외선 방사체로서 각광받아야 할 구체적인 이유는 없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이 사실을 따르자면, 저마늄이 포함된 돌들로 만들어졌다는 찜질방 사우나실에 들어가는것보다 고운 모래가 한가득 쌓여있는 사우나실에서 쬘 수 있는 원적외선의 양이 훨씬 막대하다는 결론을 얻는다. 그리고 그게 사실이다. 적어도 저마늄이 포함되었다는 돌에 저마늄이 얼마나 들어있는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모래의 구성 요소 절대 다수가 이산화규소이고 산더미같이 쌓여 있으니 절대적인 양은 훨씬 많지 않겠는가. 게다가 우리 몸 근처에서 실컷 쬘 수 있으니 저마늄 방 찾아갈 필요 없이 고운 모래 한움큼 쥐고 몸에 뿌려대는 게 더 현명할 수 있겠다. 하지만 광고업자들은 저마다 자신들의 제품에 고순도의 저마늄이 다량 함유되어있다고 선전을 하고 있다. 정말 그럴까?

산화저마늄은 세라믹 제품 제조에 활용되는 가장 흔한 형태의 저마늄 무기화합물이다. 그도 그럴것이 저마늄이 순수한 원소상태로 있기보다는 지각에 풍부한 산소와 결합하여 화합물 상태로 존재하는 것을 훨씬 더 선호하기 때문이다. 또한 산화 저마늄은 적외선 파장에서 높은 굴절률을 보이기 때문에 적외선 광학 장비의 부품으로 널리 활용되어 왔다. 이 산화저마늄은 가루 형태로 널리 판매되며 원하는만큼의 가루 형태의 산화저마늄을 첨가하면 저마늄을 함유하고있는 세라믹 물질을 제조 할 수 있다. 그러나 시중에 판매되는 저마늄 제품들이 얼마나 많은 양의 산화 저마늄을 포함하고 있는지는 알 길이 없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광고는 순도가 높다는 것을 증명하기만 할뿐 절대적인 양이 얼마인지를 전혀 제시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가지 우리가 예측할 수 있는 것은, 그 제품의 주성분이 저마늄이 아닌 이상 세라믹 원료에 첨가 해주는 산화 저마늄의 양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은 특허 관련 정보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출원된 특허인 '원적외선을 방사하는 세라믹 제품 및 이의 제조방법'을 살펴보자.10 해당 특허에서 말하는 세라믹 재품은 정제하여 얻은 각 세라믹 분말을 파쇄한 뒤 1,200도의 고온에서 압축 성형하여 단추 형태로 제조하였다. 그런데 그 함량을 보면 다음과 같다.

이 성분표를 보면 실제로 우리가 들고 있는 저마늄 제품중에 포함된 저마늄 원소 혹은 저마늄 화합물의 양이 매우 적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저마늄 화합물로부터 방사되는 원적외선의 양보다 다른 주요 구성 세라믹 물질로부터 발생하는 원적외선의 양이 훨씬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출원된 특허를 분석해 보면 최종 제품에는 오직 미량의 저마늄이 함유되어 있다는 것을 간단히 확인할 수 있다.

정리하자면, 우리는 저마늄이 다른 물질에 비해 특별히 더 많은, 혹은 우수한 원적외선을 방출한다고 믿을만한 근거를 찾을수 없으며 게다가 저마늄의 함유량이 현저히 적은 물체에서 그러한 가상적인 효과를 기대하는 것도 어불성설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목차로 돌아가기...

인체에 영향을 주지 못하는 원적외선

이제는 원적외선이 과연 우리 인체에 긍정적인 효과를 정말로 주는지 확인해 볼 차례이다. 원적외선이 인체에 끼치는 긍정적인 효과에 대한 주장은 아래 유튜브 영상을 확인해 보면 알 수 있다. (그리고 조목조목 아래에서 반박할 것이다.)

우선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 나오는 빌헬름 빈의 독일어 이름 철자가 틀렸다. 그의 이름은 Wilhelm Wien 이지 영상에서처럼 willhelm wein이 아니다. 세상에, 외국인 성명에 대소문자 구분도 못하는 것도 모자라 이름을 이렇게 멋대로 바꾸어놓고 성(姓)까지 잘못 쓰다니 이건 고인 모독이다. 그리고 그가 원적외선 및 열복사 이론을 완성시켰다고 소개하는데 정확히는 열복사 이론을 완성한 거지, 그가 원적외선에 대한 선구자적인 연구를 진행한 것은 결코 아니다. 이것은 마치 '권위에 호소하는 오류' 조차도 못 되는 아주 멍청한 소개이다.

게다가 원적외선이 인체에 가장 유익한 파장이라고 입증되었다고 하는데 전혀 그런 결론은 확인된 바 없다. 특별히 원적외선의 인체 효능을 주장하는 많은 사람들의 이론에 따르면 원적외선은 피부 속 깊이 침투하여 물 분자 진동을 유도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것은 터무니없는 주장이다. 공기를 통해 전달되는 전자기파가 피부를 만나게 되면 필연적으로 반사되던지 혹은 투과를 하게 된다. 그런데 기체 분자들로 가득한 공기와는 달리 인체는 온갖 공유결합으로 결합된 생체 고분자(피부)와 활발히 순환하는 액체 분자(체액)로 가득 차 있는 매질이다. 따라서 피부로 입사된 원적외선은 피부 내로 투과함과 동시에 수많은 인체 분자들과 상호작용하게 되고 이 가운데 대부분의 원적외선들은 산란 혹은 흡수되어 에너지를 잃게 된다. 이를 감쇠(attenuation)라고 부르는데, 이 광고의 영상과는 달리 파장이 긴 원적외선의 경우 피부 표면으로부터 0.2 mm 이내의 지점에서 이미 감쇠가 다 진행되어 에너지가 0이 되어 버린다는 것이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피부 표면으로부터 0.2 mm 이내의 지점엔 뭐가 있는가? 슬프게도 그것은 각질(角質)이다. 각질만을 따뜻하게 데우고 싶거든 원적외선의 집중포화를 받으라! 반면, 이 영상 제작자는 '일반 열'이라는 개념 자체를 모른다. 오히려 이 사람들이 생각하는 '일반 열'에 해당하는 근적외선 혹은 적외선의 경우 피부 표면으로부터 수 mm 이상 투과할 수 있다.

적외선의 투과 깊이(penetration depth) 그래프. 파장이 길어질수록, 즉 원적외선에 가까워질수록 감쇠 거리가 급격하게 짧아진다.11

가장 경악할 만한 표현은 세포를 60초에 2000번 이상 미세하게 흔들어 준다는 소리로 이는 참으로 우스운 소리이다. 60초에 2000번 이상이라면 33.3 Hz 이상인데 이 정도가 과연 유효한 진동수인지조차 믿기 힘들 정도로 뭔가 영향을 끼치기엔 낮은 수치이다. 일단 애초에그 거대한 세포가 빛에 의해 미세하게 흔들린다는 말 자체가 터무니 없는 말이다. 그나마 과학적으로 접근한다면 세포를 구성하는 물 분자들이 원적외선에 의해 흔들린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겠다. 그러나 물 분자의 에너지 준위에 따르면 원적외선 영역은 진동(vibration) 모드가 아니라 회전(rotation) 모드에 해당한다. 따라서 미세하게 흔들리는 것이 아니고 물 분자들은 핑핑 도는 것이다. 그러나, 만일 원적외선이 물 분자를 회전시키기에 아주 적절한 전자기파였다면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사용하는 전자레인지의 영어 명칭은 microwave가 아니라 far-infrared였을 것이다. 즉, 원적외선이 체내 물 분자의 진동 및 회전 운동을 유도하기에는 파장 영역대가 잘 맞지 않는다. 그리고 앞서 설명했듯이 투과의 문제로 인해 인체에 입사된 원적외서는 체내 세포에 도달조차 하지 못한다!

심지어 이 영상의 말미에는 사이비 의학같은 주문(?)이 등장하는데 인체의 열 작용 덕분에 노폐물 및 독성물질이 배출된다든지, 혈전을 분해하여 혈액순환이 촉진된다든지 한다는 것은 입증된 것이 없는 것들이다. 또한 알카리 체질로 변환된다는 말은 과학적이지도 않은 표현으로 그것이 어떻게 인체에 유효한지조차 이 광고를 만든 사람들도 모를 것이다.

따라서 여기까지 글을 읽은 독자라면 다음과 같이 단언할 수 있다: "원적외선의 치료 효과는 거짓말이다!"

▲ 목차로 돌아가기...

먹는 저마늄의 선구자, 아사이 카즈히코 박사

결국 원적외선에 대한 찬사는 그 이름이 가지는 모호성, 혹은 특이함에 따른 비과학적인 신뢰에서 비롯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의 예상과 달리 원적외선은 특별한 물질에서 나오는 것도 아니고, 또 그렇게 방사된 원적외선이 유달리 인체에 유용한 것도 아니다. 설사 유용하다손 치더라도 각질까지밖에 투과하지 못하는 원적외선은 아무런 쓸모가 없다.

그럼에도 이렇게 꽤나 많은 원적외선 방사 저마늄 제품들이 시중에 나와 사람들을 현혹시키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저마늄이 포함되어 있는 제품을 판매함으로써 이득을 보는 소수의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 글을 맺기 전에 소개할 사람은 아사이 카즈히코(浅井一彦)라는 사람이다. 그의 약력을 간단히 소개하자면, 도쿄제국(東京帝國)대학의 법학부를 졸업한 그는 오쿠라(大倉) 종합상사의 대표로서 독일 베를린에 파견되었고 샬로텐부르크(Charlottenburg) 소재 학교에서 광산 및 금속공학을 4년간 수학했다. 제 2차 세계 대전 패망 이후 일본으로 귀국한 그는 석탄으로부터 저마늄을 추출해내는 데 성공했는데, 이때부터 그는 저마늄이 생물에 꼭 필요한 유효한 성분이라는 확신을 가지기 시작하여 주류 학계의 무수한 비난과 조소에도 불구하고 해당 연구 및 제품화를 멈추지 않는다. 그리고 각고의 노력 끝에 1967년 물에 용해 가능한 저마늄 유기화합물을 합성하는 데 성공하였다.

아사이 카즈히코 박사(1908-1982)의 생전 모습.12

당장 여기서부터 뭔가 냄새가 난다. 그는 과학, 특히 화학이나 생물학에 정통한 사람이 아니었고, 자신의 유사과학적 주장을 마치 주류 학계에 의해 배척받은 진실이라고 포장하는데, 대체로 유사과학을 신봉하는 사람들의 반복적인 행태이다. 주류 학계에 문제가 많고, 진실을 외면하려는 세력들로 가득하다는 일종의 음모론인 것이다. 내가 일본어 서적을 잘 읽을 줄 모르므로 그의 글을 영역(英譯)한 '기적의 치유: 유기 게르마늄(Miracle Cure: Organic Germanium)'이라는 글을 토대로 그의 과학적 사고가 얼마나 심각하게 결여되어 있는지 밝히고자 한다.

우선 그는 저마늄이 반도체 물질이라는 것에 상당히 큰 감명을 받은 듯하다. 규소(실리콘)와 같은 족(group)에 포함되는 저마늄 역시 도체의 성질과 부도체의 성질 사이의 성질을 가지는 반도체인 것은 너무나도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석탄은 오랜 옛날 지구상에서 번성했던 식물들로부터 만들어진 것이므로, 석탄에서 저마늄이 추출된다는 것은 식물체 내에 바로 이 반도체 저마늄이 포함되었다는 것을 의미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사이 박사는 반도체 성질을 가진 저마늄 원소가 식물체 내에서 어떤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그런데 마침 1972년에 그의 주장에 악용(?)될 수 있는 아주 유명한 논문이 세계적으로 저명한 저널 '네이처(Nature)'에 실렸다.13

당시 일본 도쿄(東京) 대학의 혼다 겐이치(本多健一) 교수 밑에서 박사 과정으로 있던 후지시마 아키라(藤嶋昭)는 반도체 산화물인 산화 타이타늄(TiO2)이 190 nm 이하의 파장을 가지는 자외선 하에서 물을 분해하는 전극으로 활용될 수 있음을 입증하였다. 네이처에 게재된 이 논문은 2016년 현재까지 19,000여번 인용될 정도로 많은 주목을 받았던 논문이며 광분해(photolysis) 연구에 관한 선구자적인 논문으로서 해당 효과를 혼다-후지시마 효과라고 부를 정도로 광화학(photochemistry)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연구결과였다. 이 논문을 본 아사이 박사가 무릎을 탁 쳤다. 아, 반도체인 저마늄이 식물 내 엽록소에서 광촉매로 작용할 수 있겠구나. 물론 이것은 정확한 검증과 성숙한 과학적 사고 없이 끼워맞추기 식으로 해석해낸 상상의 산물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겠다. 반도체 물질이라고 다 광화학 특성을 보이는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저마늄이 상호작용할 수 있는 빛의 파장 영역대에 대한 고려를 완전히 무시한 이론이었다.

그의 알 수 없는 해괴한 주장은 다음에서도 알 수 있다.

저마늄은 실리콘과 같은 반도체 물질이지만 더 나은 성질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원자 번호 32인 저마늄의 원자는 원자 번호 14인 실리콘 원자보다 더 크다. 더 큰 원자라는 것은 실리콘에 비해 반도체로서 더 좋은, 그리고 색다른 성질들을 가지고 있을 것임을 말해준다.
실리콘이나 저마늄과 같이 원자가전자가 4개인 원자 둘이 만나게 되면 공유 결합이 일어나게 되는데 그 결과 원자가전자는 8개인 것처럼 느껴질 것이며 이 때문에 물질이 반도체가 아닌 부도체가 되며 그로 인해 원자와 전자들이 정해진 공간에 속박되어 있는 결정의 형태로 나타나게 된다.
저마늄은 공여할 수 있는 네 개의 전자를 가지는데 하나는 자유 라디칼이고 다른 세 개는 산소 원자와 결합되어 있다.
음식물이 분해되어 에너지를 얻는 생명 활동 중에 이산화탄소와 수소가 발생된다. 이산화탄소는 폐에서 호흡을 통해 배출되는 반면 수소 기체는 산소와 결합하여 물을 만들어 소변이나 땀의 형태로 배출된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수소는 양이온으로 간주될 수 있는데, 양이온은 공작 기계에 끼는 먼지처럼 우리 몸에 쓸모가 없다. 따라서 인체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려면 수소가 반드시 제거되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많은 양의 산소가 필요하다. 강력한 탈수소화 효과를 가진 저마늄은 산소를 수소와 결합시켜 수소를 몸으로부터 제거해낸다. 그리고 모든 저마늄은 20~30시간 내에 소화기를 통과하여 체외로 배출된다.

기본적인 화학 지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위의 언급들이 얼마나 엉뚱하고 무식한 발언인지 대번에 알 수 있다. (물론 이에 대한 자세한 논의는 생략하겠다. 주변에 화학을 전공한 사람이 있다면 위 글을 보여주고 반응을 살펴보시라.) 그런데 왜 그는 이런 해괴한 주장을 지속했던 것일까?

거기에는 그가 일으킨 저마늄 사업이 있다. 그는 1975년에 저서를 출판하고 주식회사 '아사이 게르마늄 연구소(浅井ゲルマニウム研究所)를 설립했다. 그리고 산하 아사이 푸드 크리에이션(Asai Food Creation)이라는 회사에서 갖가지 저마늄 제품들을 판매하는데 복용 가능한 형태의 유기 게르마늄 물질부터 시작해서 스킨케어 등의 화장품까지 판매하고 있다. 국내에도 '아시아 게르마늄'은 복용하는 저마늄 제품 중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브랜드로 여겨지고 있는데, 결국 저마늄 제품의 홍보와 이 억지 주장을 통해 이익을 보는 것은 바로 아사이 박사의 회사, 그리고 그의 사기를 답습하여 저마늄 제품을 제작 및 판매하는 업자들인 것이다.

▲ 목차로 돌아가기...

맺는말

마지막으로 의약품 독성학 저널 'Regulatory Toxicology and Pharmacology'에 1997년에 실린 논문의 초록을 번역한 것으로 이 글을 맺고자 한다. 부디 많은 사람들이 원적외선과 저마늄의 사기극으로부터 벗어나길 바라며.14

저마늄을 포함하는 보충제가 1970년대 일본, 그리고 그 이후엔 여러 나라들 사이에서 몇몇 질병(예를 들면 암이나 후천성면역결핍증)에 대한 만병통치약으로 인기를 끌게 되었다. (그러나) 저마늄은 필수 원소가 아니다. 저마늄의 급성 독성은 낮은 편이지만 적어도 장기간 저마늄 제품을 복용한 결과 신장기능 이상 및 사망에 이른 경우가 최소 31건 보고되었다. 신부전과 세뇨관 퇴화 현상 및 저마늄 침착이 관찰되었다. 다른 부작용으로는 빈혈, 근퇴화, 말초신경증이 있다. 오랫동안 저마늄 복용을 중단하더라도 신장 기능의 회복은 더디거나 불완전했다. (각 경우에) 무기, 유기화합물 형태의 저마늄 총 섭취량은 15 ~ 300 g 으로 다양했으며 섭취 기간은 2 ~ 36개월이었다. 동물들에게 5 ppm의 저마늄을 포함하는 물을 일생동안 먹여 실험한 결과 조직 내 저마늄 농도의 증가와 신장 및 간 기능의 저하가 관찰되었다. 저마늄 제품 섭취가 인간에게 미치는 다른 독성은 무기, 유기 화합물을 이용한 동물 연구에서도 동일하게 증명되었다. 산화 저마늄과 관련된 끊임없는 신장 독성 증거, 유기 저마늄 화합물의 신장 독성에 관한 결정적인 발견이 없다는 사실,15 그리고 유기 저마늄 제품 가운데 무기 저마늄 제품이 섞여 들어갈 수 있다는 것에 비추어 볼 때, 저마늄 제품이 인체 건강에 위험한 물질일 수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 목차로 돌아가기...

참고 사이트 및 출처

▲ 목차로 돌아가기...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이 저작물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비영리-동일조건변경허락 4.0 국제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