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러 갔다가 시작 전에 '러 저번에 쉬 앤 캐쉬' 광고를 보게 되었는데 이 대부업체가 중국에 진출했다는 걸 성대하게 광고하고 있었다. 재미있는 건 회사의 중국어 명칭이 '?金快金'인데 발음이 '러 진 콰이 진(le jin kuai jin)'으로 '러쉬 앤 캐쉬'와 비슷한데다가 뜻도 '즐거운 대출, 빠른 대출' 뭐 이런 의미를 보여주고 있어서 발음 표현과 의미 표현 모두 확실하게 잘 하고 있다 ㅋㅋ
예전에 수업 시간에 배운 바에 따르면 외국 회사가 중국으로 진출할 때 작명하는 것이 상당히 중요한 데 여기에는 세 가지 접근법이 있다고 했다. 첫 번째, 발음 표기에만 신경써서 중국어를 표음문자로만 사용하는 경우이다. 예를 들어 자동차 업체 아우디(Audi)의 중국법인 이름은 ?迪로 발음은 '아오 디(ao di)이다. 그러나 이 자체가 가지는 의미는 별로 없으니 표의문자적 성격을 가지는 중국어 입장에서는 그리 좋은 작명은 아니라고 했다. 두 번째는 반대로 발음은 포기하고 뜻 전달에 더 치중하는 경우이다. 세계적인 컴퓨터 소프트웨어 업체인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의 중국어 이름은 微?으로 발음은 '웨이 뤼엔(wei ruan)'이라 전혀 영어발음과 다르다. 그러나 앞 글자는 '미세하다=micro'에서 따온 微(미), 뒷 글자는 '연하다=soft'에서 따온 ?(연)이므로 뜻 자체는 Microsoft 와 정확히 일치한다.
마지막 경우는 발음과 뜻을 동시에 잡은 경우이다. 우리나라 대형 유통점 회사인 이마트(E-mart)의 중국어 명칭은 易?得인데 발음도 '이 마이 더(yi mai de)'로 비슷하고, 뜻도 '쉽게 사고 득을 본다' 이므로 원래 E가 뜻하는 easy, economical 등의 뜻을 잘 나타내주고 있다. 당시 수업을 진행하던 교수님은 꽤 괜찮은 작명 중 하나라고 말씀하신 바 있었다.
이렇게 놓고 보면 '러쉬 앤 캐쉬'도 꽤나 높은 수준의 괜찮은 중국어 작명에 해당된다 할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다만 그 느낌이 개운치는 않은 게 찝찝할 뿐이다. 케이블 TV를 보면 오만 곳에서 대출을 쉽고 빠르게 받으라며 아우성인데 그 회사들이 주장하는 빠르고 즐거운 금융대출의 결과 높은 이자와 불법채권추심, 신용불량의 덫에 빠져 더 큰 고통에 빠져버린 사람들도 주변에 엄청나게 많지 않나. 누구를 위한 즐겁고 빠른 돈놀이인지 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
제 중국어 실력이 일천하기는 한데, 그래도 제 언어에 대한 감각을 신뢰하면서 본문을 읽어 보자면,
microsoft의 경우 micro는 ‘미세하다’라는 뜻도 있겠지만 더 일차적으로 milli-, micro-, nano-, pico-로 이어지는 접두사의 하나였다고 생각합니다. soft 역시 ‘연하다’는 뜻보다 일차적으로는 software에서 온 것일 터이구요.
다시 말해 일반적인 영어 화자는 microsoft라는 표장을 대하면서 ‘미세하다’, ‘연하다’보다는 위 ‘10−6’과 ‘소프트웨어’를 먼저 직감할 것이고, 위 표장을 선정한 사람들도 이 의미를 더 우선적으로 의도했으리라고 생각한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번역할 때의 ‘의미’ 역시 위 일차적 의미가 고려되지 않았을까요. 즉 접두사 ‘micro-’의 번역어가 ‘微’이고, ‘소프트웨어’의 번역어가 ‘软件’이어서 이들의 조합으로부터 ‘微软’을 도출했다고 생각하는 것이 비교적 더 타당하고, ‘微’는 ‘미세하다’라는 뜻이고 ‘软’은 ‘연하다’라는 뜻이니 ‘microsoft’와 뜻이 일치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덜 타당하지 않을까 합니다.
한편 易买得에서 得는 (여러 쓰임새 중에) 혹시 ‘얻다’보다는 ‘~할 수 있다’의 뜻이 아닐까요. 즉 ‘买得’는 ‘살 수 있다’ 정도가 아닐까요.
得가 ‘얻다’가 되려면 뒤에 빈어가 오거나, 获得, 取得, 一举两得와 같은 몇몇 경우가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买得처럼 동사 뒤에 온 경우에 일반적인 중국어 화자가 ‘얻다’로 느낄지 잘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