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에 있을 선거에 앞서 야당의 '전면 무상급식' 주장이 대두되고 있다. 버스를 타고 길을 지나가다 보면 지지를 호소하는 횡단막에 급식이라는 단어가 심심치 않게 보이고 있다. 주로 야당 후보들에게서 많이 보이는 것인데 요 몇 주전에 TV토론회에서 야당 관계자가 완전한 무상급식의 당위성과 필요성을 역설하던 것이 생각났다.

말 그대로 모든 학생들이 돈 내지 않고 급식을 먹게 하자는 것이다. 그 누구도 굶주리게 하지 말고 위화감 없이 ㅡ 내가 무상급식 받는다는 게 급우들에게 알려지면 창피하니까 ㅡ 급식을 제공하여 자라나는 학생들의 복지를 책임지자는 것이다. 이 주장은 처음 들으면 뭔가 좋아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공짜'라는 의미의 '무상'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으니까. 게다가 먹는 것에 관련된 내용이다. 결식 아동, 경기 침체로 인한 굶주림 등을 생각하다보면 무상급식은 마치 아무것도 먹을 것 없이 광야를 떠돌던 유대인들에게 아침마다 거저 주어졌던 '만나'를 떠올리게 한다. 눈시울이 점점 붉어지게 되다보면 전면적 무상급식의 시행이야말로 불쌍한 우리네 가난한 친구들에게 한 줄기 빛이 되는 공약이고 또 선진국의 반열에 오른 우리나라가 반드시 시행해야 할 최소한의 복지정책이라고 믿게 된다.

하지만 나는 도무지 왜 전면적 무상급식이라는 황당한 주장이 야당들의 선거 공약으로 당당히 횡단막과 홍보물에 나와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우선 전면적인 무상급식의 시행 자체가 불필요하다. 이미 무상급식이 절실히 필요한 아이들은 무상급식을 받고 있다. 그런데 돈을 내고 먹을 수 있는 경제력이 되는 집안의 학생들이 왜 무상급식을 받아야 하나? 물론 일반 국민에 대한 혜택으로서 무상급식을 시행한다면 우리는 감사한 일이기는 하다. 그러나 무상급식의 시행에 필요한 막대한 재원을 일반 국민들에게서 충당하는 것을 생각해보면 돈을 내고 먹으나 무상급식을 받으나 별 차이가 없는 것이다. 오히려 급식의 질은 저하되게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데, 이는 자본주의 경제 사회에서 '모두에게 공평히' 제공되는 것은 어떤 것이든 품질 저하를 겪게 된다는 일반적인 상식으로 추리해낼 수 있다. 또한 위화감의 문제는 무상급식 제공 시스템이 좀 더 개선되어야 할 사항이지, 위화감 때문에 전 학생들이 무상급식을 받아야한다는 것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조금 극단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내 아들이 성적이 안 되어 지방의 이름 모를 대학에 등록하는 것이 창피한 일이니 전국의 모든 대학의 수준을 평준화하여 위화감이 없게 하자는 억지와 같은 것이다.

물론 '무상에 가까운' 큰 치료비 혜택을 주는 의료보험제도가 이미 전 국민을 대상으로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이건 의료보험과는 다른 문제이다. 모두가 알고 있겠지만 치료비라는 건 본래 엄청나게 비싸다. 지금 우리는 전면적인 건강보험의 혜택으로 인해 값싸게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것이고, 이는 우리나라 의료보험제도의 우수성을 잘 보여준다. 만일 전면적인 강력한 건강보험의 혜택이 없어지고 자유 경쟁 체제에 놓이게 된다면 의료 산업의 효율성은 극대화될 것이지만, 다수의 국민들이 아파도 진찰을 못 받아서 죽는 그야말로 비극적인 상황이 도래하게 될 것이다. 이것은 피해야 할 상황이며, 결과적으로 의료보험제도가 생겨나게 된 이유이다. 그러나 급식은 다르다. 현재 상황에서 돈 없어서 급식을 못 먹을 학생의 수는 (조금 냉혹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통계적으로 봐도) 소수이다. 다수가 혜택의 부재로 인해 신음하고 있다면 효율성을 낮춰서라도 제공해야 하는 것이 인간적이지만, 소수를 위해 효율성을 낮춰 모두가 볼멘소리를 내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다.

진정한 복지정책을 추구하는 사람이라면 일반 학생에 대한 무상급식과 같은 비효율적 정책보다는 정말로 무상급식이 절실히 필요한 어려운 학생들을 선택적, 효과적으로 감싸는 정책을 입안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어려운 저소득층 자녀들의 급식 뿐 아니라 아침과 저녁을 책임지는 정책이 훨씬 더 바람직하지 않나? 복지정책은 조금 과격하게 이야기하자면 경제력이 있는 사람들로부터 돈을 걷어 못 사는 사람에게 나누어주는 것이나 같은 것이다. 그런데 야당의 무상급식 주장은 모두에게 돈을 걷어 모두에게 나누어주자는 것이니 이것은 소아적인 공산주의적 복지 개념이 아니고 무엇인가?

일부 후보는 '친환경'이라는 단어를 달고 있는데, 도대체 친환경은 아무 곳에나 붙여도 다 되는 단어인지 심히 우려스럽다. 정말 친환경 무상급식을 한다면 유기농으로 재배된 친환경 재료로 음식을 만들겠다는 것인가? 아니면 환경을 해치지 않는 특별한 공법으로 얻은 재료로 급식을 구성하겠다는 것인가? 친환경이라는 말은 듣기에는 좋은 말이지만 무상급식 자체에 어떻게 녹아들어가게끔 할 수 있는지 구체적인 것은 아무것도 없다. 정말로 유기농 제품 이런 것을 써서 급식값을 지금보다 두세배 뛰어오르게 한다면 이건 정말 아니올시다.

결론적으로 야당의 '전면적 친환경 무상급식'이라는 황당한 공약은 전형적인 포퓰리즘, 전시행정적 공약이다. 듣기에는 정말 좋은 말들로만 가득하다. 전면적이니까 너나 할 것 없이 같은 것을 먹으니 위화감이 없다. 친환경이니까 건강에 위해가 되지 않는다. 무상이니까 좋다. 급식이니까 그 얼마나 중요한가! 그러나 실상을 조금만 더 뜯어보면 이건 아무런 효용도 없는 비효율적인 복지 정책이다. 아니, 그렇게 걷은 재원을 더 효과적인 복지 정책에 사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거해 버리는 것이니 사실상 반(反)복지 정책이다. 이 정책에 반대하는 사람을 마치 부르주아 혹은 가난한 자를 깔보는 사람 정도로 여기면서 맹렬하게 비난을 퍼붓는 야당 관계자를 보면서 대중영합적인 것들에만 기대는 사람이구나 하는 실망감이 머리에 어두컴컴히 들어찼다. 그리고 그건 그 사람이 주장하는 전면적 친환경 무상급식의 그림자였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