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존법을 설명하는 가장 적절한 예문은 중학교 국어 교과서에도 나와있다.

'할아버지, 아버지 왔습니다.'

청자인 할아버지를 높이기 위하여 아버지의 행동에 높임말을 붙이지 않고 낮춘 것이다. 이 압존법을 다양한 단체에서 사용을 하고 있고 또 그것이 올바른 국어 생활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있다.

그런데 1992년 국립국어원이 발간한 '표준화법개설'에 따르면 가정에서 압존법을 지키는 것이 전통적인 예절이고, 직장에서는 압존법을 지키지 않는 것이 전통적인 예절이라고 한다. 우리 나라 사람들 대부분이 반대이다. 오히려 가정에서는 압존법을 지킬 일이 없고 ㅡ 핵가족화가 되면서 할아버지께 아버지의 일을 저렇게 전할 일이 점점 뜸해졌다. ㅡ 직장에서는 압존법을 지키느라 진땀을 뺸다.

그런데 내가 알기로는 우리나라는 압존법을 별로 중시하지 않는 언어 생활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예전에 신문 생활일어 코너에 "일본에서는 한국과는 달리 직장 상사를 바꿔달라는 전화를 받았을 때, 직장 상사를 높이지 않고 전화 상대방을 높인다. 따라서 '다나카 부장님, 지금 안 계십니다.'가 아니라 '다나카씨 지금 없습니다.' 라고 말한다"와 비슷한 설명글이 있었던 것을 기억하기 떄문이다. 우리나라의 정서라면 전자인 '다나카 부장님, 지금 안 계십니다.'가 옳고, 부장보다 높은 사람이더라도 그렇게 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새 시간이 흐르고 나도 대학원에 올라오고 하니까 압존법에 대한 인식이 너무나도 명확하고 어디에나 사용해야 하는 듯이 여겨지고 있어 적잖이 당혹스러웠다. 물론 군대에서는 압존법을 칼같이 지키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일반적이지 않은 특수한 사회일 뿐인데, 그 습관이 그대로 일반 사회에 이어지는 건지 잘 모르겠다.

압존법이 어떤 문법이나 규범이 아니고 원활한 의사 소통을 위해 특수한 상황에서 권장되는 법칙이라고 하니까 만일 어떤단체에서 압존법을 쓰기로 결의했다면, 적절히 융통성 있게 사용하여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더 공고히 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겠다. 그러나 무리한 적용과 강요로 인해 한국인 정서에 잘 맞지도 않는 압존법으로 인해 불이익을 받거나 고통을 당해서는 안 되어야겠다.

그런데 이 압존법은 분명 일제 강점기의 잔재가 군대 문화를 촉매로 하여 사회로 뻗어 나간 규칙일 거라는 강한 확신이 든다. 아니면 말고.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