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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계명은 출애굽기(탈출기)와 신명기에 각각 나타난다. 모세 오경에 적힌 가장 중요한 율법 중 하나인데 기록에 따르면 시나이 산에서 모세가 야훼로부터 돌에 새겨진 율법을 받았는데 그것이 바로 십계명이라고 한다.
그런데 성경에 등장하는 십계명은 제 1, 제 2와 같이 번호가 매겨지지 않은 일종의 긴 글이다. 이 글에 등장하는 명령은 사실 하나하나 다 세부적으로 따져보면 10개는 넘지만 각 곳에서 모세는 10개의 계명을 받았다고 선언하고 있다. 아무튼 이로 인해 도대체 10개의 계명이 무엇인가에 대한 해석이 엇갈리게 되었는데 유대교와 동방 정교회는 그리스의 유대인 철학자 필론의 분류를 따르게 되었고, 로마 가톨릭은 라틴 교부의 대표격인 아우구스티노의 분류를 따르게 되어 지금에 이르게 되었다. 이러한 채택은 종교적인 관점 차이를 비롯하여 지역적, 정치적 이유도 개입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한편 종교 개혁을 통해 새롭게 형성된 개신교에서는 루터교를 제외하고 모두 필론의 분류를 따르고 있다.
필론의 분류에 따르면 1, 2계명으로 나눠져 있는 부분이 아우구스티노의 분류에 따르면 하나의 계명으로 묶여 있는데 이는 우상 숭배와 관련된 명령이 '나 이외에 다른 신을 있게 하지 말라'라는 계명에 따르는 포함되는 설명이라 간주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우구스티노의 분류와는 달리 필론은 10계명에 '남의 것을 탐하지 말라'고 아우르고 있는데 이는 아우구스티노가 9, 10계명으로 나누어 각각 '남의 아내'와 '남의 소유'로 명시한 것과는 다르다. 이는 출애굽기(탈출기)와 신명기에 나타난 서술의 형식 차이에서 연원한 것으로 보이는데 필론은 전자에, 아우구스티노는 후자에 무게를 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공교롭게도 우상 숭배를 로마 가톨릭의 성상 및 마리아 흠숭 사상과 결부지어 개신교 측에서는 이러한 십계명의 '변개'를 공공연히 비판하는 편이지만 정작 이보다 성상과 성화에 대한 공경이 각별한 동방 정교회 역시 동일한 십계명을 쓰는 것을 보면 참 설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즉, 십계명의 다른 가르침은 단순히 '동서방 교회 분열', '신구교 대립' 과 같은 지엽적인 문제의 예가 아니라 다양하게 갈라진 각 교회들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적절한 예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들 알다시피 성경은 외경(제2경전) 혹은 위경이라 불리는 것을 제외하자면 어느 교회에서나 동일하게 사용하는 텍스트이다. 하지만 무엇이 옳은 것인가, 어떻게 해석하는 것이 올바른 것인가에 대한 가르침은 이와 같이 판이하게 다른 것이다. 십계명은 틀리지 않았으나 이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의견은 다양하다. 물론 생각의 다양성을 인정하여 사람들이 이렇게 다양하게 본문을 해석할 수 있다고 생각해 버리면 마음이 편할 것이다. 하지만 아브라함 계통의 종교는 유일신 종교이며 절대적인 진리의 가치를 요구하는바 언제까지고 그렇게 상대주의라는 가림막을 덮어놓고 지낼 수는 없을 것이다. 결국 교회 일치 운동은 언제나 끊임없이 지속되어야 할 것이고 진리가 아닌 가르침은 당당하게 공교회가 나서 단죄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비기독교도들은 이해할 수 없는, 기독교도들의 사명과도 같은 것이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