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중에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 공연을 보러 갔는데 현대음악의 거장인 올리비에 메시앙(Olivier Maessian), 신고전주의의 대표인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Сергей Прокофьев), 바로크 음악 아니 음악의 아버지인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Johann Sebastien Bach), 그리고 낭만주의 작곡가인 카미유 생상스(Camille Saint-Saëns)의 음악이 차례로 올라왔다. 바흐는 독일인, 메시앙과 생상스는 프랑스인이라서 그들의 이름은 그대로 쓰였지만, 프로코피예프는 러시아인이었기 때문에 그의 이름은 라틴 문자로 전자(轉字)된 채 프로그램 북에 기재되어 있었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이렇게 쓰여있었다: Sergej Prokofjew. 이는 그의 영문명인 Sergei Prokofiev와는 다르게 생겼다.


그런데 사실 복잡하게 따지고 들어가자면 독일의 전자 방식이 더 설득력있기는 하다. 러시아어의 키릴 문자 й은 и краткое 라고 해서 '짧은 이(и)'라는 뜻인데, [이] 보다는 짧게, 마치 혀를 입천장에 가까이 대는 듯한 상태에서 가볍게 [이] 라고 내는 소리이다. 그래서 러시아어에서는 이것을 모음으로 간주하지 않고 반자음/반모음으로 처리한다. 독일어에는 완벽하게 이런 발음을 지시하는 알파벳이 있으니 바로 j이다. (Ja!는 자!가 아니라 야!) 그래서 й는 j로 전자되어 Sergej가 된다. 영어의 경우, 학술적으로는 그 의미를 알고 있기 때문에 j로 전자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일반 대중은 j를 /d͡ʒ/ [ㅈ] 로 발음하기 때문에 대중적인 인명 표기에서는 그냥 모음인 i로 전자하여 Sergei가 되는 듯하다. 


Prokofjew 의 j도 마찬가지이다. 러시아어에서 ь 는 мягкий знак (연음 부호) 라고 불리는데, 자음 뒤에 이게 붙으면 그 자음은 연자음이 되면서 앞에서 말한 것과 같은 짧은 [이]가 붙은 듯이 약하게 발음된다. 학술적으로는 자음 뒤에 어깨점(')을 붙여 전자하지만, 독일어에서는 이 역시 j로 쉽게 표현될 수 있다. 반면 영어는 여전히 그게 대중적으로 받아들여지기 힘드므로 i를 붙인다. 


이제 마지막 w의 문제이다. 러시아어의 в는 생김새는 꼭 라틴 문자의 B를 닮았지만 발음은 영어의 v와 같은 유성 순치 마찰음 ㅡ violin할 때의 /v/ ㅡ 이다. 그래서 독일어에서는 그 발음을 나타내는 문자로 v 대신 w를 쓰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단어 끝에 в가 나올 때에는 무성음화되어 ф [f] 발음으로 바뀌게 된다. 영어에서는 이런 발음 규칙이 없지만, 독일어에선 심심찮게 등장하는 현상이다 (예를 들어 Kind는 [킨드]가 아니라 [킨트]가 된다.) 그러니 독일어에서는 굳이(?) 찾아보기 힘든, 폴란드나 러시아어같은 외래어 기반의 단어에서나 볼 법하지만 끝 글자가 w여도 자연스레 무성음화 된 [f]로 발음될 것이 느껴질 법한 것이다. 물론 (외국어를 배우지 않은) 영어 화자들은 이런 걸 고려하지 않을 것이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