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좀 더 화학으로 들어가보자. 사실 아세톤과 에탄올은 각각 키톤(ketone)과 알코올(alcohol)류에서 가장 기본적인 물질들 중의 하나인데, 메탄올과 에탄올과 같이 탄소수가 적은 알코올의 경우에는 물과 잘 섞이며(miscible; 이것과 관해서는 통계열역학에서도 잘 나오니 살펴보기 바람ㅋ) 유기 용매임에도 불구하고 극성이 있는 편이지. 하지만, 키톤은 달라. 가장 간단한 아세톤만 하더라도 에탄올에 비하면 심각한 무극성이고, 따라서 물과 같은 용매와는 전혀 상호작용하지 않아. 특히 아세톤과 같은 저분자의 유기 용매 분자는 분자간의 상호 작용(=van der Waals force)이 매우 작기 때문에 휘발성이 무척 강해.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면, 실험기기를 아세톤으로 세척하는 것은 강력한 무극성 용매로 초자에 있는 유기 분자들을 효과적으로 제거하기 위함이지~ 여러 유기 용매들이 있지만 최대한 인체에 무해하고 쉽게 얻을 수 있는 건 그나마 아세톤이야. 게다가 아세톤으로 세척하고 나면 순식간에 용매가 다 말라버리니까 그 다음 과정을 이어가는 데에도 편하고. 그런데 키보드나 핸드폰 액정같은 경우에 아세톤을 사용하는 것은 썩 좋지 않은 것 같아. 그렇게 강력한 무극성 용매를 쓰지 않아도 충분히 때를 제거할 수 있으며 오히려 강력한 무극성 용매에 의해 제품에 손상이 갈 가능성도 있어. 그리고 고약한 냄새가 난다고 해서 다 소독이 되는 건 아니란다~ 아세톤은 너무나도 쉽게 휘발되고 물과 상호작용이 거의 없기 때문에 에탄올이 소독할 때의 그 메커니즘을 따라가는 것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야.
결론적으로, 에탄올에 물 섞은 것을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