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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gg님. 우선 글에 대해 좋은 의견을 남겨주시고 궁금한 점 또한 알려주셔서 대단히 감사드립니다. 막연하게 '이럴 것이다'라고 생각되는 게 사실 당연합니다만 그 이면을 꼼꼼하게 들춰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이 가끔은 충격적일 수가 있지요. 이런 것들을 하나하나 짚어주며 정리하는 것이 과학자들의 몫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밀랍(蜜蠟, beeswax)은 식물성 기름보다도 훨씬 더 정의하기 어려운 물질입니다. 밀랍은 단 하나의 분자를 일컫는 물질이 아니고 벌들이 만들어내는 수많은 물질들의 혼합체에 해당하는데 주요 구성성분은 탄소수가 매우 많은 에스터(ester), 탄화수소(hydrocarbon), 그리고 지방산(fatty acid)가 되겠습니다.
소이캔들 글에서도 보셨겠지만, 긴 탄소사슬의 경우 이중결합이 없으면 녹는점이 높고, 이중결합이 포함되어 있으면 녹는점이 낮다고 했습니다. 때문에 불포화 지방산이 다수 포함된 콩기름의 녹는점이 같은 탄소수를 가지되 포화 결합만을 가지고 있는 탄화수소 알케인에 비해서 훨씬 낮아진다는 것을 말씀드렸죠. 동일한 화학이 밀랍에도 적용됩니다. 재미있게도 밀랍의 주요 구성성분들의 대다수는 포화 결합만을 가지고 있는 에스터, 탄화수소, 지방산입니다. 예를 들면 팔미트산트라이아콘타닐(triacontanyl palmitate)의 경우 에스터 결합(-COO-)으로부터 연결된 양쪽의 알킬기 탄소수가 45개에 해당하는 거대한 포화 결합 분자입니다. 세로트산(cerotic acid)은 26개의 탄소수로 구성된 거대 포화 지방산이고요, 헨트라이아콘테인(hentriacontane)은 탄소수 30개인 알케인입니다.
이처럼 밀랍에 비록 소수의 불포화 결합을 포함하는 분자들이 포함되어 있을지라도 다수를 차지하는 것은 바로 포화 결합만을 가지고 있는 분자들입니다. 따라서 액체가 되는 것을 간신히 막은 소이왁스와는 달리 밀랍의 녹는점은 상온보다는 훨씬 높기 때문에 (62~64도) 상온에서 밀랍은 고체 상태로 존재합니다. 게다가 밀랍의 기계적 성질은 소이왁스에 비해서는 훨씬 더 단단한 편으로 이미 벌들은 이 밀랍을 이용해서 벌집을 짓는데 오래전부터 사용해 왔습니다. 따라서 밀랍초는 파라핀초와 마찬가지로 상온에서 그 자체만으로도 기둥 형태의 양초 모양을 온전하게 유지할 수 있는 초입니다. 소이왁스와 같은 용기가 따로 필요 없으며 파라핀과 같은 추가적인 물질을 투입해야 할 필요는 딱히 없는 것이지요. 실제로 밀랍초는 초기 기독교 시절부터 양초를 만드는 고급 원료로 늘 사용되어 왔답니다.
다만 밀랍이 구하기 힘들고 워낙 귀한 재료이다보니 100% 밀랍으로 만든 양초는 당연히 비쌀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만든 초는 아주 귀한 경우에만 태우는 것이 허락될 것입니다. 개인적인 소견입니다만, 대량생산과 이윤 창출을 목적으로 한다면 자연히 밀랍에 파라핀이나 다른 싼 왁스를 혼합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더 남는 장사가 되겠지요. 굳이 초의 구성성분이 무조건 100% 밀랍이어야만 할 이유가 없다면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