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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Satie님. 「짐노페디」를 틀어놓아야 할 것같은 느낌입니다. 고분자 전공에다가 재즈를 좋아하신다니 무척 반갑습니다. 역시 고분자엔 재즈죠!
제가 교회 역사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대학원 코스웍 마친 이후입니다. 저는 어려서부터 장로회 교회에서 교육을 받아왔기 때문에 장로회 신앙의 근간이 되는 것들 ㅡ 칼뱅주의(Calvinism)이나 웨스트민스터(Westminster) 신앙 교리 ㅡ 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익힌 바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대한민국 개신교의 절반 이상은 장로회가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어디에서나 저와 비슷한 장로회 교인들을 많이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배우면 배울수록 장로회 안에서도 장로회 신앙의 요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거나 오히려 그릇 행동하는 경우가 많이 보였고, 또 사람과의 관계가 전보다 확장되다보니 저와는 다른 방식으로 기독교 신앙을 고백하는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되었습니다. 과학을 공부하는 사람이다보니 자연스럽게 그 이유가 무엇일까 자세히 알아보고 싶었고, 그때부터 기회가 되면 장로회가 아닌 다른 교회들, 이를테면 천주교회나 정교회, 성공회 교회에 참석해보았습니다. 그러면서 학교 도서관에서 Justo Gonzalez의 'The Story of Christianity'를 빌려보았는데, 이것이 아주 결정적인 역할을 해 주었습니다. 교회의 역사를 이해하게 되니 왜 내가 장로회에서 이런 방식으로 하느님 신앙을 고백해왔는지 더욱 잘 알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내가 무엇을 믿고 있는지 알게 되니, 이것이 과연 내가 생각하기에 옳은 것인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근본주의에 조금 가까운 대한예수교장로회 신앙에는 제가 '무턱대고 믿음으로' 받아들이기에는 납득되지 않는 점들이 분명히 있었거든요. 교리 측면에서는 축자영감설(逐子靈感說)이라든지 '오직 성경(Sola Scriptura)'이라는 구호가 교인들을 과거 역사와의 연결을 보증해주는 전통은 잃은 채 마음이 좁은 비협조적인 시민들로 만들어내는 것은 아닌지 무척 회의적이었습니다. 칼뱅주의의 5개 신조는 보통 TULIP이라고 표현하는데, 이게 좀 칼뱅주의에 열렬히 동의하는 사람이 아니고서는 일견 받아들이기는 힘들 것이다, 그렇다면 이것이 과연 모든 사람들에게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교리인 것인가, 그런 의문점이 들었습니다. 물론 교회 내 성차별이라든지 각종 사회 현안에 대한 수구적인 시선들, 장로회의 취지에는 걸맞지 않은 지독히도 한국적인 기형적 교회 치리 구조도 문제였지요. 제가 몸담고 있는 교단이 예수님의 사랑을 잃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고민하면서 관련 내용을 찾는 과정 중에 원래는 3~5개의 긴 글 정도로 정리하려던 교회 분열의 역사 시리즈가 27편이나 될 정도로 길어졌어요.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들였지만 결코 후회하지 않는, 즐거운 탐독의 시간이었습니다. 어차피 대학원에서 늘 교육받고 수행하는 것이 '가설 설정 - 실험 수행 및 검증 - 결론 도출 - 논문 작성'이고 수많은 문헌을 참고하는 것이 일상이 된 제게, 이 과정은 하나의 즐거운 일탈이었습니다. 글쓰기를 어느 정도 마칠 때쯤, 길고 긴 고민 끝에 저는 현재 제가 속한 대한성공회 교단으로 전입하는 결정을 내렸고요. 저는 제가 생각하는 신앙관에 합치되는 교단에서 비슷한 신앙을 고백하는 사람들과 함께 신앙 생활을 하는 복을 누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덕에 제 인생을 떠받치는 주요한 기둥 중 하나인 기독교를 잃지 않고 지금까지 온전히 보존하게 되었지요.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쓰다보니 글이 길어졌네요. 궁금하신 점에 대한 답이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언제든지 방문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